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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Jun 15. 2021

잘 가, 쪼리

여름맞이 샌들 수색

방전된 체력을 보충하느라 어수선한 심리 상태를 달래느라 자발적 격리 생활을 일정 시간 보내고 일상에 돌아와 보니 이런... 이제 여름인 거야? 계절을 잃어버린 이 기분. 침구 교체라는 봄맞이 빅 프로젝트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패딩, 코트만 간신히 세탁소 행, 옷장에는 겨울옷, 봄옷이 뒹굴뒹굴 섞여 있는 상태인데. 언제 적 독립 이후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계절별 부지런 떨기.


하지 않는다고 누가 뭐랄 것도 없는 일에 자책하지 말고, 미뤄둘 수 있는 건 최대한 미뤄두는 미덕을 생활 속 지혜 삼아, 가장 급한 것부터 일단 해보자. 여름맞이 샌들 찾기. 


반팔 옷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무심히 지켜만 보다 문득 옷장 앞에 서서 우선 눈에 띄는 반팔티를 주워 입고 다니기 며칠이나 됐다고,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 서서 발등이 뜨겁다 못해 발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열감을 느끼고 나서 신발장 뒤적뒤적 여름 신발을 찾아 신었다. 


막 신고 다니기 좋은 쪼리나 슬리퍼 취향인데, 그래 그런 신발 밖에 없는데, 이게 작년부터 발목에 무리를 준다 싶다. 아무래도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니 걸음걸이도 망가지고. 앉아있는 게 항상의 일이라 걷기라도 정자세로 해야 몸이 덜 비뚤어지고 하체 힘이 생길 텐데, 뒤축을 잡아주는 샌들을 신어야 할까 보다. 발볼 넙적하고 밑창 딱딱하지 않은 굽 없는 놈으로.


다른 무엇에 비해 단연 쓰레기 유발자인 신발은 쓰이는 소재가 다양하고 접착제도 다량 쓰이니까 재활용은 꿈에도 꿀 수 없고 기능 때문에라도 포기할 수 없는 합성소재가 재료의 대부분이다. 그만큼 덜 쓰레기 유발 신발은 찾기 힘들다는 말. 완벽하지 않더라도 좀 더 나은 재료를 일부라도 쓰고 환경적, 사회적으로 윤리적 가치를 지향하는, 즉 노력하는 중인 브랜드에서 만든 샌들을 여기 소개한다. 



캠퍼 CAMPER Match

142,400원, 5가지 컬러

스트랩 : 재활용 PET 100% / 밑창 : EVA 70% + 패브릭 30%(재활용 PET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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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mper


캠퍼camper에 다양한 디자인의 샌들이 있지만 조금의 가죽도 쓰지 않은 샌들은 이 매치Match 샌들이, 젤리슈즈를 제외하고, 유일하다. 100% 재활용 PET 폴리에스테르 스트랩을 사용한 매치 샌들은 여러 색이 믹스 매치된 스트랩이 독특하고 귀염성 있다. 스포티한 디자인 취향은 아닌데, 이 아이는 시도해볼 수 있겠다. 


이거 테바Teva 디자인 아니야, 싶긴 한데 다들 쓰는 디자인이 되었나 싶다. 밸크로로 탈부착하는 스트랩이 발볼 크기와 형태에 맞게 발을 단단히 잡아줄 테니 웬만한 활동성은 보장해 줄 것이고, 밑창 앞축이 곡선을 그리며 얇아지니 걷기에 편할 것 같다. 비올 때 신어도 무방하겠고.


매치 샌들은 캠퍼에서 자체적으로 A Little Better로 분류한 라인이다. A Little Better는 같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제품의 50% 이상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 캠퍼는 이 기준을 2025년까지 전 라인에 적용하려고 한다. 2025년까지 버진 플라스틱 소재는 전혀 쓰지 않고, 면 소재는 사용량의 1/3을 BCI(Better Cotton Initiative) 인증 면화, 재활용 면과 같은 지속가능한 면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캠퍼가 2025년까지 할 일이 많다. 지켜봐 주자. 


캠퍼에 가죽 제품이 대부분인데, 가죽 제품 걸러내려니 선택이 제한적이라면 윤리적 가죽을 소싱해서 사용한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아보자. 캠퍼에서 쓰는 가죽의 90%는 LWG(Leather Working Group) 인증 가죽이고, 육류 산업 부산물로 파생된 가죽만 사용하며, 아마존 산림 벌채에 영향을 주는 브라질산 가죽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도 아니라면 매치 밖에 없다. 



테바 TEVA 오리지널 유니버셜

59,000원 

갑피 : REPREVE®(100% 재활용 폴리에스터) / 미드솔 : EVA 폼, 아웃솔 : 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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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va

캠퍼Camper 매치와 같은 디자인 다른 느낌 테바Teva 오리지널 유니버셜이다. 허리케인 라인은 캠핑이나 산행도 할 만큼 외부 활동에 적합한 스포티함을 지니고 있어 활동성이 떨어지는 나에게 부적합하다고 판단, 밑창이 얌전한 오리지널을 골라봤다. 색상은 아메리카 원주민 패브릭을 연상시키는 테바의 고유한 패턴이 들어가지 않은 단일 색으로. 밑창과 스트랩이 한 가지 색이라 단정한 느낌이다. 


테바는 2020년부터 테바 샌들의 시그너쳐인 스트랩에 REPREVE® 폴리에스터 원사를 사용했다. 재료 출처를 추적, 검증할 수 있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다. 이후 매립지에 버려진 4천만 개 이상의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할 수 있었다. 하나의 샌들에 4개의 플라스틱 보틀이 사용된다. 


테바는 수명이 다한 샌들이 땅에 매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 recycle your sandals라는 리사이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할 일은 샌들을 테바에 보내는 것뿐. 샌들은 러닝 트랙, 운동장으로 재활용된다. 안타깝게도 이런 재활용 프로그램이 항상 그렇듯, 브랜드 본토인 미국에서만 운영된다. 


@ Teva

Recycle your sandals가 한국에서도 적용됐다면 오리지널 유니버설 대신 소개했을 뻔한 보야 인피니티다. 테바 제품 중 개중 가장 여성스러운, 매듭 형태의 끈이 발등을 잡아주어 밑창을 발바닥에 붙이고 다니는 느낌이 들 것 같은 글레디에이터 샌들류. 아쉬운 마음에 구경이라도 해보시라 사진을 같이 올려본다. 보야 인피니티에는 재활용 소재가 사용되지 않았다. 



토니폰즈 Toni Pons 디나(Dina-BR) 샌들 에크루 블랙

109,000원 (할인가 58,160원)

upper : 코튼 캔버스 / inner sole : 패브릭 / wedge : 황마, 천연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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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ni Pons


토니 폰즈는 스페인 전통 신발 에스파드리유(espadrille)를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드는 브랜드다. 에스파드리유는 스페인 남부, 북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에스파르토(esparto)라는 식물을 꼬아서 밑창을 만들고 캔버스 천이나 면직물을 갑피로 덮어 만든 신발이다. 우리의 짚신이 연상된다. 원래 농민들이 신는 신발인데, 피카소, 이브 생 로랑, 존 F. 케네디 같은 유명인들이 신어주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토니 폰즈의 디나 샌들은, 가죽 갑피가 아닌 것, 앞축 트임이 많아 좀 더 시원해 보이는 것, 굽이 없는 것으로 추리다 보니 나온 선택이다. 최근 내가 신는 것들에 비해 디자인이 좀 많이 여성스러운데, 나처럼 너무 슬리퍼만 있다면 하나쯤 갖춰둘 수 있는 디자인이다. 물론 여름에 유독 비가 많이 오는 우리 날씨에 취약할 것이라 예상되지만, 자연 소재 신발이라 플라스틱 소재에 비해 덜 끈덕이고 시원한 촉감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토니 폰즈 신발은 캔버스 천, 황마, 천연고무 외에도 리넨, 실크, 가죽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핸드메이드로 만드는 특징이 있다. 황마를 꼬고, 밑창과 인솔은 면실로 손바느질한다. 재료 선정에서 포장까지 환경을 배려하고, 지적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활동과 사회적 통합 워크숍으로 핸드백을 생산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기업인 것도 주지할 만하다. 



@ Toni Pons



무츄 Moochuu MC06 Cross sandal, Black-Orange

32,000원

소재 : Rubber(폐타이어) 70% + P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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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ochuu

컬러풀한 밑창과 스트랩 조합이 특징인 무츄Moochuu 샌들은 폐타이어를 가공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폐타이어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지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럴 수 있나 보다라고 일단 넘어가 본다. 무츄 제품은 샌들, 쪼리가 전부이고, 모든 라인의 제품이 같은 재료,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져 디자인과 색상만 고르면 되니까 골치 아플 일은 없다. 


샌들은 스트랩이 두 줄로 된 것과 크로스형 두 가지가 있는데, 크로스가 발을 좀 더 단단히 잡아줄 거란 믿음으로 크로스형 빨간 스트랩을 골라봤다. 옷이 칙칙하다면 신발이라도 눈에 띄는 색으로, 게다가 여름이니 좀 더 발랄해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무 소재라 비에 젖어도 문제없고 물놀이 갈 때도 신을 수 있고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어 편하게 막 신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 


막 신는 여름 신발을 폐타이어로 만들었다니 좋고, 밑창에 스트랩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 스트랩 교체도 쉽고 접착제도 필요 없다는 것까지는 좋은데, 폐타이어가 어디까지 어디에 얼마만큼 들어갔다는 건지, 자세한 정보가 없다는 건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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