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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Jun 22. 2021

투명 페트병을 옷으로 바꿔 입다

블랙야크 투명 페트병 재활용 의류·‘페트 다오, 새 옷 줄게’ 캠페인

브리타 정수기를 사용하기 전 2리터 생수를 주문해서 마시던 시절에는 재활용 쓰레기통이 금방금방 가득 차곤 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라벨을 떼고 최대한 찌그러뜨린 후 버려도 그랬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쓴다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생수가 담겼던 깨끗한 투명 페트병만큼은 재활용이 잘 될 거라 믿었다. 기대와 달리 페트병에 라벨이 그대로 붙어 있거나 이물질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다른 플라스틱과 섞여 수거되는 바람에 재활용은 되어도 고품질의 재활용품 생산까지는 어려웠단다. 심지어 페트를 재활용한 의류, 가방, 신발 등을 만들기 위해 폐페트를 수입까지 해서 사용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2020년 초부터 시작된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한 환경부의 움직임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랬다면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아쉬워하면서 말이다.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는 10개월여의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2020년 12월 25일부터 전국의 공동주택(아파트)에서 시행 중이고 단독주택과 상가 지역은 올해 12월 25일부터 의무화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2019년 12월 음료와 먹는샘물에 유색 페트병을 금지했고, 2020년 12월부터는 라벨 없는 먹는샘물 생산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칠성사이다와 트레비는 트레이드 마크와 같았던 녹색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했고, 씨그램, 동원샘물 등 라벨이 없는 음료와 생수 제품도 속속 출시되었다.


@ 롯데칠성음료


개인적으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에서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뚜껑의 분리 유무였다. 환경부에서는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씻은 후, 라벨을 제거하고 찌그러뜨린 다음 뚜껑을 닫아서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뚜껑은 페트가 아니고 색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왜 같이 배출하는지 의문이었다. 환경부의 Q&A를 찾아보니 ‘뚜껑과 뚜껑 고리는 성분이 달라 페트병 파쇄, 세척 등의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분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페트병을 파쇄한 후 세척할 때 고리와 뚜껑은 폴리에틸렌(PE)이라 물 위로 뜨고 페트(PET)는 가라앉는 원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즉, 재활용 공정에서 분리하기 어렵지 않으니 소비자들이 고리를 떼어 내는 수고를 덜어주겠다는 의도이다. 뚜껑과 고리를 미리 분리해서 내놓는 것이 좋지만 그냥 배출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이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과일이나 채소를 담을 때 주로 사용되는 투명한 페트 포장 용기는 일반 플라스틱으로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페트라 할지라도 포장재에 쓰인 페트는 순도가 약해 페트병과 섞이면 고품질의 원료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 환경부


아웃도어 의류로 알려진 국내 기업 비와이엔블랙야크(BYN BLACKYAK, 이하 블랙야크)는 환경부의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와 연계해 폐페트병이 의류용 재생섬유로 생산되는 재활용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We are ALL-IN’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전인 2020년 5월 22일 화학섬유 제조기업 ㈜티케이케미칼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티케이케미칼은 유일하게 수입산이 아닌 국내에서 분리배출된 폐페트병을 활용한 K-rPET(케이-알피이티) 재생섬유를 만들어 내는 회사이다.


@ 블랙야크


투명 페트병 재활용은 불순물을 제거한 뒤 손톱 크기로 잘게 잘라 플레이크(Flake) 상태로 만들고 이를 다시 섬유의 원료가 되는 쌀알 크기의 칩(Chip)으로 만들어서 원사를 뽑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보통 500ml 생수 페트병 15개(2L 기준 5개)로 일반 티셔츠 한 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블랙야크는 이 원사로 만든 원단을 활용해 기능성 의류를 생산한다. 블랙야크가 개발한 친환경 소재인 ‘플러스틱(PLUSTIC)’은 플러스(Plus)와 플라스틱(Plastic)의 합성어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지구에 플러스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플러스틱 컬렉션으로 페트병을 재활용한 재생섬유에 냉감 기술을 더한 티셔츠, 재킷, 팬츠 등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 블랙야크


블랙야크는 국내 폐페트병 재활용 시스템 구축을 위해 2020년 8월 강원도를 시작으로 2020년 9월 환경부, 삼척시, 강릉시와 다자간 업무협약을 맺는 등, 최근까지 서울시 7개 자치구(강북구, 종로구, 강남구, 관악구, 마포구, 광진구, 은평구), 충청남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해당 지자체에 사는 분들은 열심히 분리배출한 투명 페트병이 옷으로 다시 태어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면 된다. 2021년 3월에는 환경부, 국방부, 경찰청, 섬유산업연합회와도 협력해 투명 페트병 재활용 의류 12,000여 벌을 제작해 국방부 장병과 경찰청 직원의 활동복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 환경부


블랙야크에서는 최근 투명 페트병을 매장에 가져오면 재활용 티셔츠로 교환해주는 ‘페트 다오, 새 옷 줄게’ 캠페인을 진행했다. 전국의 블랙야크 매장 중 한 곳을 지정해 교환을 희망하는 제품을 미리 신청하고 방문하는 방식이었다. 5월 22일부터 환경의 날인 6월 5일까지 신청 매장으로 방문해 라벨을 제거한 15개의 페트병 전달하면 블랙야크와 자사 브랜드 나우(NAU)의 친환경 티셔츠를 증정했다. 5월 10일부터 진행되었던 사전접수가 하루 만에 조기 마감되는 바람에 아쉽게도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다. 8월 중에 행사를 통해 모인 투명 페트병으로 만든 새 옷을 다시 교환해 주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 블랙야크


그렇다고 티셔츠를 받기 위해 페트병 15개를 일부러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필자는 페트병에 든 생수를 마시지 않기 위해 되도록 다회용 물통에 물을 담아서 다닌다.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페트병 사용을 줄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서다. 부득이하게 투명 페트병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깨끗하게 씻어서 분리배출해 제대로 재활용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티셔츠 교환 캠페인도 좋지만 블랙야크에서 올해 말까지라도 매장에서 페트병을 수거하는 시스템을 일시가 아닌 상시로 운영해주면 좋을 것 같다. 공동주택이 아닌 지역은 아직 투명 페트병만 따로 내놓는 주민이 많지 않고, 구별로 정해진 요일(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맞춰 내놓아도 한꺼번에 수거해가면 소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블랙야크가 GS리테일과 협약을 맺고 GS25 편의점과 GS더프레시 슈퍼마켓 매장에 투명 페트병 전용 수거함을 설치한다고 하니 참여를 위한 접근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참고 자료

블랙야크 보도자료, http://story.blackyak.com/bystory/press_news.asp

블랙야크 친환경정책, http://www.blackyak.com/DP/yakgreen

환경부 보도자료(2020.12.23.) 전국 공동주택에서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의무화

http://www.me.go.kr/home/web/board/read.do?boardMasterId=1&boardId=1420360&menuId=286

환경부 그림자료(2021.05.27.) 다 쓴 투명페트병이 새 옷으로 돌아왔어요!

http://www.me.go.kr/home/web/board/read.do?menuId=10392&boardMasterId=713&boardId=1455340

중앙일보(2020.07.19.) “라벨은 떼고, 뚜껑은? 투명페트병 분리수거 이렇게 하세요.”https://news.joins.com/article/23827994

중앙일보(2021.05.11.) [라이프 트렌드&] 플라스틱으로 지구에 플러스되는 옷을 만들다

https://news.joins.com/article/24054223

한국경제(2021.04.29.) "페트 다오, 새 옷 줄게" 블랙야크, 친환경 캠페인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42927301

세계일보(2021.05.28.) 한정애 환경부 장관, 페트병 15개로 블랙야크 친환경 티셔츠 교환받아 https://segye.com/view/20210527510870

연합뉴스(2021.02.21.) GS25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블랙야크 등산복 만든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2220310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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