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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Jun 25. 2021

담아둔 향수병

리필 가능한 향수 5

오래된 향수를 얻어왔다. 방향제로 사용하려고. 바틀과 스프레이가 도저히 분리되지 않아 낑낑대다 포기하고 스프레이 노즐을 분사하여 디퓨저 병 입구에 어떻게든 채워 넣었다. 온전히 병에 들어가지 못한 향수들이 내 손에서 향기를 피운다. 그래, 내가 이래서 향수를 포기했고, 좋아했지.


대부분의 향수 바틀은 유리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스프레이 노즐을 분리할 수 있다면. 도구를 이용하면 뽑아낼 수 있다는데, 실패하면 묵직한 유리까지 전부 일반쓰레기행이다. 스프레이가 분리된다 하더라도 바틀 색이 화려한 색상이거나 다른 소재가 섞였다면 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나의 시그너처 향이라며 사랑해 마지않았던 향수는 바틀이 복합소재였다. 쓰레기를 인식하기 시작한 뒤로는 더 이상 그 향수는 물론이고 향수 자체를 사지 않았다. 그러다 가끔 다 쓴 향수병을 열어보며 향을 만끽했다. 끝내는 잔향도 나지 않아 버려야 했지만...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노래 제목이 이렇게 와닿을 수가 없다. 사랑하는 향을 더 이상 못 느낀다는 사실은 너무 슬프다. 그야말로 향수병에 걸릴 것 같다.


향수 병만큼 디자인에 혼을 갈아 넣은 용기는 없다. 그러니 당신들의 역작을 버릴 수 없어요. 제발 리필을 해주세요. 해외에서는 하잖아요. 르라보는 너무 비싸요. 다른 데도 더 해주세요...! 간절한 나의 바람이 통한 건지 요즘 리필이 가능한 향수를 선보이는 곳이 속속 보인다. 이 중 나의 다음 시그너처 향이 되어줄 향수를 발견할 수 있을까. 당장 이번 주말에 향수 투어를 떠나야겠다. 향기가 없는 장마는 너무 지루할 테니까.


매장에서 리필하기


LE LABO 르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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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labo

두 명의 프랑스인이 뉴욕에서 만든 향수 브랜드를 한국 매장에서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르라보. 가격은 50ml에 20만 원대로 사악하다. 니치 향수, 수제, 제조한 날짜와 이름을 새겨 넣는 라벨링 서비스와 더불어 나의 향수가 제조되는 현장 관람권을 포함해 리필까지 된다면... 음, 인생 향수를 만난다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일 수도. 리필은 50ml, 100ml 향수에 해당되며 2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날 수 있고 라벨과 펌핑기는 교체된다.



TIGER LILY 타이거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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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릴리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향수를 리필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비건 향수 공방 타이거릴리.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식물성 오일만 사용하여 향수와 디퓨저, 비누를 제조한다. 비건 향수라니. 특정 향을 좋아할 뿐 향수에 대해 문외한 김작자는 향수도 '비건'이 있다는 게 놀랍다. 이곳에서 4월부터 리필스테이션을 시작했다. 향수와 디퓨저를 리필할 수 있고 고체비누를 원하는 만큼 잘라 구매할 수 있다. 



직접 리필하기

잘 찾아보면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 조향사가 직접 운영하여 향수를 리필할 수 있는 가게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낮은 게 현실이니, 그럴 땐 리필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직접 리필할 수 있는 제품으로 고체, 액체 두 가지 제형을 소개한다. 액체 향수 중 리필이 기존 향수 바틀과 다름없이 뚜껑, 스프레이, 바틀로 구성되어 케이스에 리필 병 자체를 끼워 넣는 제품은 제외했다.


dyptique 딥디크 솔리드퍼퓸

본품 : 플라스틱 케이스

리필 : 알루미늄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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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디크

딥디크에서 리필이 가능한 고체향수 6종을 출시한다. 아직 한국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나 기사가 무성하니 곧 업로드될 듯. 딥디크 답게 향마다 케이스에 일러스트가 다르게 들어가지만 리필 사이즈는 동일하니 하나의 케이스에 다양한 향을 바꿔 넣을 수 있다. 고체향수라 가능한 장점. 리필은 심플하게 알루미늄 팬으로 교체 가능하다. 해외 공식 홈페이지 가격은 65유로, 리필은 (2 set) 40유로.


JO MALONE 조말론 솔리드퍼퓸

케이스 : 플라스틱 / 47,000원

리필 : 플라스틱 / 2.5g / 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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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론
@https://britishbeautyblogger.com/fragrance/jo-malone-london-fragrance-combining-palette/

조말론에도 고체향수가 있다. 케이스와 향수 받침을 별도 구매해 결합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향수 받침만 추가 구매해 교체하는 방식으로 리필이 가능하다. 듀오케이스로 두 가지 향을 넣을 수 있어 향수 레이어링을 즐기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리필이라지만 플라스틱 팩에 담겨 있어 망설였지만 향수 두 개에 케이스 하나니까 괜찮은... 걸까...?



Dior 디올 소바쥬 오드 뚜왈렛

본품 : 30ml / 8만 원대

리필 : 알루미늄 용기 + 플라스틱 주입구 / 30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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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뷰티

디올의 소바쥬 오드 뚜왈렛이 리필 버전으로 새로 나왔다. 기존에 출시했던 제품을 리필이 가능한 모델로 리뉴얼한 것. 리필이 가능한 모델은 30ml와 100ml 제품이며 아랫면에 'Refillable'이 표기되어 있으니 꼭 확인해야 한다. 리필은 300ml 대용량으로 30ml 향수병 10개를 대신한다 생각한다면 리필로써 효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리필을 따로 출시하는 향수는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소개한 향수가 요만큼인 데는 이유가 있다. 향수 브랜드가 생각하는 리필은 핸드폰 케이스 마냥 새것을 구매하고 케이스만 갈아 끼우는 형태다. 내지는 기존 향수병에 채워 넣는 리필 향수라도 30ml 향수 리필 용량이 30ml인, 결과적으로 본품을 사는 것과 똑같은 쓰레기가 나오는 것들이다. 그저 아름답고 묵직한 케이스 값이 빠진 경제적이기만 한 선택지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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