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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Jul 06. 2021

숲을 살리는 습관

천연펄프 대신 이제는 친환경 A4

동네 지도를 만들면서 찾게 된 친환경 종이를 선택지에 소개한 적이 있다. 센토와 얼스팩이 그것. 두 종이 모두 인쇄용으로 적합하고 다양한 활용도가 있는 종이다. 하지만 책을 만든다거나 디자인 관련 일을 하지 않는다면, 패키지 제작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도 저도 아니라 하더라도 나 같은 종이 성애자가 아니라면 굳이 두 종이를 찾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복사용지를 소개하려 한다.


흔하디 흔한 복사용지를 때로 그리고 자주 휴지처럼 막 쓰고 있을 때가 있다. 나처럼 텍스트를 화면보다 인쇄물로 읽는 게 편한 사람은 보고서 같은 자료는 무조건 출력한다. 반복해서 읽기 좋고 앞부분 들척이기 좋고 종이 위에 메모도 하고 줄도 긋고, 디지털보다 이토록 편할 수가. 아직도 우리는 회의 자료를 각자의 디바이스로 확인하는 것보다 종이 출력물로 보는 게 익숙하고. 회의가 끝나면 자료는 그대로 버려지기도 한다. 뭐 출력 잘못 날리는 거야 일상다반사고. 그래서 버려지는 종이를 메모용, 아이디어 스케치용으로 쓰기는 하지만.


지금은 작은 사무실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종이 한 장이라도 아껴야 할 처지지만, 기업 집단에 속해 있을 적에는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 리듬에 종이 아끼고 뭐할 짬이 없다. 일로 받는 스트레스에 아끼는 정성을 들이는 스트레스를 더하기에 넘 고단하기 때문에. 또 어디 제출하거나 갑사(社) 보고할 일 있다 치면, 80g짜리 광택 나고 매끈한 복사용지에 레이저 프린터기로 컬러 인쇄 돌려 때깔 좋은 인쇄물을 만들어야 하기도 하고.

 

이렇게 우리가 쓰고 있는 복사용지를 한 해 동안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63빌딩 53개 높이가 된다고 한다. 그중 45%는 하루 만에 버려지는 종이가 되고. 계속 이렇게 쓴다고 하면 숲이 사라지고 지구는 사막이 되고 야생동물은 살 곳을 잃고 사람은 새로운 병원균에 또다시 노출되고 배출된 탄소는 처리가 안돼 지구는 불덩이가 되어가겠지...라는 끔찍한 상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가지만, 다행히 그간 2~30년의 인류의 노력으로 목재 생산으로 인한 숲 파괴 진행 속도는 그나마 진정이 되고 있다. 농작물 경작지 확장은 여전히 문제지만.


@ 작은것이 아름답다


자연과 동물과 인류와 공생하기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에 이 작은 양심 하나를 지켜내기 위한 가장 쉬운 실천. 복사용지를 바꾸는 일이다. 많이 쓰는 것인 만큼 효과도 크고 바꾸는 데에 어렵고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는 게 아니니까. 시중에 나와 있는 복사용지를 필요한 만큼 사기만 하면 할 일 끝. 그럼 어떤 복사용지를 사야 할까?


우리의 선택지로 사탕수수 복사용지와 재생 복사용지가 있다.


종이는 나무로 만드는 게 그냥 공식이었는데, 사탕수수로도 만든다고 한다. 지금은 재료 수급과 공급 효율 때문에 목재로 종이를 만들지만 그건 역사가 길지 않고, 원래 각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종이를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케나프(양마), 바가스(사탕수수)가 있고, 동양권에서는 아마, 대마, 황마, 대나무, 닥, 뽕나무 등을 사용했다.


@ 나무위키, 사탕수수

사실 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식물을 구성하는 셀룰로오스(섬유질)가 종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로 펄프를 만들 때 셀룰로오스만 남기는 과정에서 나무의 절반은 버려진다. 이론적으로 셀룰로오스를 가지고 있는 녹색식물, 해조류는 모두 종이가 될 수 있다. 셀룰로오스를 얼마나 함유하고 있느냐, 종이 강도와 질감이 어떠하냐, 대량으로 구하기 쉽냐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케나프 종이를 찾아볼 수 있다지만, 우리가 접근 가능한 비목재 종이는 사탕수수 종이다. 물론 이것은 수입품. 우리의 한지도 비목재 종이지만 복사용지는 아니거든. 사탕수수 국내 재배를 시도했지만 기후가 안맞는단다. 어쨌든 사탕수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이고, 그래서 종이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경작지를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설탕 만들고 남은 사탕수수 껍데기(Bagasse)를 수거만 하면 된다.


종이의 원료를 얻기 위해 식물 셀룰로오스를 추출하는 것 말고 이미 사용한 펄프를 재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이 재생종이다. 폐지를 물에 풀고 이물질과 인쇄 잉크를 걸러 재생종이를 만든다. 이러한 방식으로 종이는 또 다른 종이로 다음에 다시 종이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폐지가 40% 이상 함유된 종이를 재생종이라 하는데, 이 기준에 따라... 재생종이를 사용하면 천연펄프 종이 1t을 만드는 데 드는 24그루의 나무 중 10그루를 베지 않다도 된다. 천연펄프를 가공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 물 자원을 더불어 절약할 수 있고.



A4지 한 장을 만드는 데 10ℓ의 물이 든다고 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물 섭취량(1.5~2ℓ) 5일 치가 A4 종이 한 장에 쓰이는 꼴이다. 내가 하루에 쓰는 A4지 양을 생각하면 해괴할만치 많다. 물 외에도 목재를 천연펄프로 가공하는 과정에 에너지 소비가 크다. 제지 산업이 화학, 정유, 제철 산업에 이어 에너지 소모가 큰 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천연펄프 종이 대신 재생종이를 쓰면 에너지, 물 자원을 15~20% 줄일 수 있고, 복사용지 중 10% 재생종이로 바꾸면 자동차 5천대가 한 해에 내뿜는 양의 CO₂를 줄일 수 있다.


재생종이를 쓰는 것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천연펄프는 80% 이상 수입이 되지만 폐지는 수거율이 높아 국내산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폐지 회수율은 8~90%에 달한다, 2010년 98.7%까지 상승했고 이후 폐지 값이 하락하여 17년도에 85%로 떨어졌다. 어쨌든 폐지는 재활용품 중 가장 회수율이 높고 순환경제 실현에 큰 몫을 하고 있지만, 재생 복사용지 점유율은 아직 3%라는 게 현실이다.


필요에 따라 표백이 잘 된 매끈한 종이를 써야 할 때가 있고, 80g짜리 충분히 단단한 복사용지를 써야 할 때도 있을 테니 항상 친환경 용지만 고집할 수는 없겠지만, 쓰고 있는 종이를 전부 바꾸지 못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쓰는 용도, 기업 내부용으로 쓰는 용도, 오래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문서 인쇄를 위해 지금 바꿔보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은 듯. 재생 복사용지 점유율 10%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얼스팩 복사용지

100% 사탕수수

A4 75g l 백색, 연미색

1박스(5포/총 2,500매) 35,100원

바로가기 

@ 얼스팩

얼스팩은 페이퍼모어에서 수입, 판매하는 사탕수수 종이 브랜드다. 이미 다양한 종류의 얼스팩 종이가 시중에 나와있고 사용되고 있어 사탕수수 종이의 대명사가 된 느낌. 자연스러운 종이 질감을 좋아한다면 또 이런 느낌 요즘 느낌이니까 사탕수수 복사용지 선택, 해볼 수 있다.


@ 얼스팩

색은 연미색, 백색 두 가지가 있어 쓰임에 따라 감성에 따라 고를 수 있다. 가격이 일반 복사용지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사탕수수 껍데기가 버려지지 않고 오늘 내가 쓰는 종이가 된다는 게 난 좀 신기해서 그것만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팍팍 든다. 사탕수수가 한 해 약 2억만 톤 생산된다는 데 다 종이로 만들면... 우리가 한 해 쓰는 펄프 양이 274만 톤이라는 데... 어쨌든 어마어마하다.


@ 얼스팩

요로코롬 세 가지 친환경 종이가 발전해 온 과정 중 자기네 제품이 3세대라고 홍보한다. 왠지 설득된다.


슈가랩 복사용지

100% 사탕수수

A4 75g l 내추럴

1박스(5림/총 2,500매)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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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가랩

슈가랩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로 사탕수수 복사용지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원산지는 아르헨티나. 색은 지푸라기 색 한 가지.


@ 슈가랩

이렇게 박스로 구입할 수 있고, 한 팩씩 낱개로 구입할 수도 있으니 한 팩 써보고 괜찮으면 대량 구매하면 되겠다.


대한제지 GR 친환경 복사용지

재생종이

A4 75g l 백색

1박스(10팩/총 2,500매) 최저가 약 22,000원 (쇼핑몰 별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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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제지

대한제지 복사용지는 재생종이라 하지만 일반 복사용지와 별 차이가 없다. 사실 더블에이 80g 복사용지를 제외면 다른 복사용지는 내 느낌에 다 비슷비슷하다. 대한제지 복사용지는 다 비슷비슷한 종이와 비슷하다. 그래도 굳이 차이를 말해보라면, 일반 복사용지와 재생 복사용지를 딱 붙여놓고 봤을 때 일반 복사용지가 푸르스름하다면 재생 복사용지는 미세하게 누렇다. 하지만 마구 섞어놓고 재생 복사용지 찾아보라 하면 찾기 쉽지 않을 걸.


재생 복사용지가 푸르스름하지 않은 건 별도 표백 작업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생 복사용지를 쓰면 눈이 덜 피로하고 형광증백제 접할 일도 줄어든다는 것. 사용감에 대해서는 GR(Good Recycled) 마크(품질이 우수한 재활용품 부여하는 정부 인증 마크)가 보증한다. GR마크는 100매 넘게 연속 복사했을 때 복사 상태가 선명하고, 이중급지 또는 걸림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제품에 부여한다.


75g A4 재생 복사용지는 고지율이 70%(대한제지 홈페이지 제시 기준)이다. 이 외에 고지율 100%에 달하는 미색 계열 65g 복사용지도 있으니, 흰색을 굳이 고집하지 않는다면 무게도 가볍고 펄프 사용량도 줄인 미색 복사용지 사용도 추천해본다.


대한제지는 신문용지, 중서적지, 인쇄용지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 즉 재생종이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탈묵(폐지 가공 과정 중 인쇄 잉크 입자를 제거하는 작업) 설비를 갖추고 있다. 대한제지 복사용지를 쓰는 건 국내 원료(폐지)를 사용하여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제품을 쓴다는 의미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복사용지는 대부분 현지에서 펄프, 제지 일괄 생산하여 생산단가가 낮은 수입산이다. 국내에서 천연펄프 복사지를 자체 생산하는 업체는 한국제지(밀크 복사용지)가 유일하다.


숲을 살리는 재생복사지

A4 75g l 백색

1박스(10권/총 2,500매)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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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지 복사용지를 구입하며 동시에 '재생용지 사용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숲을 살리는 재생복사지를 구입하는 것이 바로 그것. 일반 결제처럼 쉬우면 기부가 아니니까, 모든 의례는 절차와 형식미를 갖추어야 하니까, 숲을 살리는 재생복사지 구입은 방법부터 다르다. 우선 숲을 살리는 재생복사지 주문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계좌이체를 한다. 월요일, 목요일 13시 일괄 배송 날짜를 기다린다. 복사용지 박스를 받아들고 뿌듯해한다. 숲을 살리는 재생복사지는 기본 두 박스 이상부터 구입이 가능하고 A4 외에 A3, B5, B4 사이즈가 있다.


 

숲을 살리는 재생복사지는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출판전문기구 ‘작은것이 아름답다'에서 판매한다.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생태환경문화 월간지 <작은것이 아름답다>를 창간, 발행 중이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다양한 출판물을 펴내고 있다. 그간 재생종이로 책을 펴내는 ‘종이는 숲이다' 녹색출판 운동을 해왔고, 2010년 ‘교과서 재생종이 출판 캠페인'을 진행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재생종이로 펴내도록 한 역사가 있다. 현재는 ‘숲을 살리는 복사지로 바꾸세요’ 캠페인을 진행하며 재생복사지를 판매하고 있다.



나도 <작은것이 아름답다> 잡지를 가지고 있다. 내 생의 두 가지 주요 의제, 도시 문제 그리고 플라스틱에 관한, 이렇게 딱 두 권이 있다. 미색의 거친 질감의 재생종이로 만든 잡지로 매월 주제를 달리하며 지속가능하게, 자연과 더불어, 대안적으로 사는 방식과 지혜를 전한다. 작은것이 아름답다를 구독하고 싶으면 여기 구독신청을 누르면 된다.



참고

얼스팩 http://earthpact.co.kr/

대한제지 http://www.daehanpaper.com/

참좋은환경 대한제지 양승학 회장 인터뷰 http://www.besteco.kr/news/articlePrint.html?idxno=56

숲을 살리는 재생종이 http://www.green-paper.org/

작은것이 아름답다 http://jag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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