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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Jul 13. 2021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올림픽 개최 도전

2032 하계 올림픽 개최 후보지 Salla

7월 23일 도쿄 올림픽이 개막한다. 누구도 감히 취소한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한 해 미뤄진 올림픽이 이제 시작된다. 펜데믹이 앞으로 호전되리라 장담하기 어렵고, 이상 기후에 의한 재난 발발도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 이러한 전 지구적 국제 행사는 도쿄 올림픽이 마지막이 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와중에 2032년 하계 올림픽 후보지가 곧 결정된다. 2032년, 11년 후, 누구도 그때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지 쉽게 말하기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11년 후를 계획하고 있다.


Lapland, Finland @globalcitizen.org

후보지  하나가 핀란드 라플란드에 있는 작은 도시 살라 Salla. 살라는 핀란드에서도 가장 추운  중에 하나로 겨울이 길고 추울 때는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청정하고 깨끗한  덮인 겨울 풍경, 겨울 왕국의 배경과 같은 풍경이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산타클로스 썰매를 끄는 순록이 마을 주민 수보다 많은 , 적막하고  겨울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북유럽 신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


@old.salla2032.com

이곳에서 동계 올림픽이 아니라 하계 올림픽을 열겠다고 한다.  쌓인 침엽수를 배경으로 다이빙을 하고, 털모자를 쓰고 축구를 하고, 설야에 횃불을 들고 마라톤을 하는... 장면이  근사하게 느껴지는데, 살라가 이런 야심  포부를 드러낼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살라는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북극권에 속해 있다. 북극권의 다른 장소처럼, 살라의 기온은 오르고 있고 눈이 녹고 있고 겨울은 짧아지고 있다. 지금처럼 기후 변화가 지속되면 2032년 살라에 눈이 사라지고 호수가 녹고 초록이 뒤엎을 것이다. 하계 올림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 savesalla.com

살라 올림픽 캠페인 영상에서 주민 한 명이 말한다. “예전에는 전혀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어. 하지만 따뜻함이 오고 있는 건 확실해.” 살라의 한 할머니가 말한다. “과학자들이 기온이 오르는 게 멈추지 않을 거라고 하네. 난 잘 모르겠어.” 그 옆에서 할아버지가 말한다. “나도 몰라, 나는 선탠이나 할래.”


살라의 얼었던 호수가 녹으면 피겨스케이팅이 아니라 수영을 할 수 있고, 아이스하키가 아니라 그냥 하키를 할 수 있다. 눈 덮인 산에 눈이 녹으면 스노보드를 타던 곳에서 스케이트보딩을 할 수 있고, 스키 점핑을 하던 곳에서 클라이밍을 할 수 있다. 2032년까지 살라는 이렇게 바뀌어갈 테니까.

@ savesalla.com

살라 올림픽 캠페인 영상은 살라 주민들이 2032 올림픽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민들은 아직은 겨울인 살라에서  다가올 온난한 날씨를 기대하며 여름 스포츠 경기 연습을 한다.


Salla 2032 - Full Film


"In 12 years, ice will be gone and this will be a perfect lake."


"I can’t wait for the snow to melt for good."


"Over there we’ll play beach volleyball. ... Thanks to carbon dioxide. This snow will be sand."


지난 1월 살라의 시장 에르키 파르키넨 Erkki Parkkinen은 기자회견을 통해 2032년 하계 올림픽 개최 후보지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약간은 무모하고 그의 표현에 따르면 미친 짓(Crazy Idea)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기후 변화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도시의 책임자로서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다소 논쟁적일 수 있지만, 하계 올림픽 개최 지원을 택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2032년은 기후 변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구의 기온이 지금과 같이 계속 오르면 3,400명의 인구가 있는 작은 도시 살라는 2032년 현재의 모습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로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2018년 ‘지구 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은 기후 변화의 방향을 바꾸는 데 중요한 시기다. 지구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1도 높은 상태이고, 10년마다 0.2도씩 높아지고 있다.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할 경우 파리협약의 기후변화 억제 목표선 1.5도는 2040년 안에 쉽사리 넘어설 수 있다.


우리의 남은 10년은 기후 변화의 방향을 실질적으로 바꾸고 지구의 온도를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에 보내야  시간이다. 2032 살라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를 위해 개인이 실천할  있는 , 기업에서   있는 일을 소개해놓았다.


@ savesalla.com


개인이   있는  중에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Speak up!", 주변 사람에게 말하기. 말이 힘이고 말이 현실이 된다고 믿는다. 나머지찬찬히  살펴보며  생활을 점검하는 데 참고해보자.


기업, 정부에서 중요한 결정을   있는 권한이 나에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상당히 구체적인 실천 사항이 소개되어 있으니 하나하나 링크를 따라가 보면 공부가 꽤 되겠다.


직접적인 권한이 나에게 없다면, 소비자로서 시민으로서 기업과 정부에 구체적인 실천을 촉구하자. 그들이   있지만 하지 않는 일은 너무나 많다.


@ savesalla.com

살라 올림픽의 마스코트 케사 Kesä가 "Warm Welcome(따뜻한 환대)"를 전한다. 케사 Kesä는 핀란드어로 여름. 겨울을 좋아하는 순록 '여름'이는 더위에 몽롱해져 모기에 쥐어뜯기는 중. '여름'이 같은 순록이 짧아진 겨울에 먹이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지지 않도록, 순록을 키우는 라플란드의 1만 명의 토착민 사미족의 생계가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의 크리스마스 판타지가 영원하도록, 이제 할 일은 하자.


Save Salla. Save the planet. Save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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