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장소 맵핑
1. 기획
선택지에서는 이전부터 제로웨이스트 관련 공간들을 한 곳에 모으는 아카이브 자료나 지도를 만들고 싶었다. 실행은 못하고 생각만 해오던 찰나 강동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게 되어 이번 기회에 해보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지도라고 구할지도' 만들기. 제로웨이스트와 관련된 장소와 동아리들을 지도에 모아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계획하게 되었다. 지도의 범위는 선택지가 위치한 강동구. 이 동네에서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더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포장 없이 물건 구입이 가능한 곳, 개인 용기에 음식을 담아올 수 있는 곳, 재활용 수거가 가능한 곳 그리고 환경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곳' 등을 엮었다.
그리고 지도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기 위해 11월 한 달간 챌린지 이벤트를 한다. 지도에 등록된 장소에 가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하면 선택지가 준비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2. 홍보물 제작 및 장소 제보
우리는 먼저 맵핑에 필요한 제로웨이스트 거점과 동아리 모집을 위한 홍보물을 제작했다. 홍보물에 사용된 캐릭터와 포스터 디자인은 ‘김작자’가 맡았는데 '지구라도 구할지도'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동그란 지구 모양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특별한 이름은 없고 그냥 '지구들'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작은 지구들이 상자와 먹거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구가 사람들의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홍보물 제작을 마친 우리는 제로웨이스트 장소를 제보할 수 있는 구글폼 신청서를 만들었다. 선택지 홈페이지 및 SNS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관련 장소나 모임을 구글폼으로 직접 제보할 수 있다. 선택지에서도 관련 장소를 찾고 있긴 했지만 모든 장소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함께 만든 지도라는 의미가 더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 장소 섭외
구글폼을 통해 제보받은 곳과 선택지에서 직접 찾은 곳에 <지구라도 구할지도>의 장소 등록 동의 여부를 얻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가게 사장님이나 동아리 관계자분이 직접 정보를 주신 경우에는 연락이 쉬웠지만 제보받은 곳이나 선택지가 직접 찾은 곳에 연락을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인스타 DM으로 연락이 가능한 곳을 제외하고는 직접 연락을 했어야 했다. 프랜차이즈 매장 같은 경우에는 사장님이 매장에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 연락조차 어려웠고, 전화가 연결이 되자마자 끊김을 당하기도 하고, 스팸 전화로 의심해서 통화를 꺼려하기도 했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 이상한 곳 아니에요!’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리고 강동구청과 동주민센터에서 수거하고 있는 아이스팩과 우유팩, 폐건전지, 폐식용유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강동구청 홈페이지를 모조리 뒤져봤지만 그 어떤 자료에도 어느 주민센터에서 어떤 걸 수거하고 있는지 나와 있지 않았다. 따로 정리된 파일이 있길 원하지도 않았고 00주민센터에서 00을 수거하고 있습니다, 라는 문구만이라도 있길 바랬는데 그 조차도 없어서 속이 터졌지만 이내 핸드폰을 꺼내 동주민센터 20군데에 전화를 걸어 각종 품목의 수거 여부와 수거함 위치까지 다 물어보았다. (나중에 구청 청소행정과에 찾아가 자료 요청을 하고 리스트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지0배 주임님. 진즉 홈페이지에 자료를 공유해주시지 그랬어요.)
여차저차 핸드폰을 붙들고 연락이 닿는 곳들과는 통화를 하여 동의를 얻고 맵핑 등록을 마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흔쾌히 동의해준 가게 사장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4. 홍보물 전달
<지구라도 구할지도> 참여 여부 확인에 관한 업무가 끝날 때쯤, 제작 주문한 홍보물이 선택지에 도착했다. 테이블에 세워둘 수 있는 삼각형 모양의 홍보물(몰랐는데 테이블 텐트라는 명칭이 있었다.)과 가게 문에 부착할 스티커, 그리고 포스터까지. 선택지의 상징색이기도 한 노란색의 동그란 지구 모양의 캐릭터는 실제로 보니 더 귀여웠다. 하지만 이 홍보물들을 지도에 등록한 장소에 전달해줘야 할 일이 우리에게 남아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정한 챌린지 기간은 11월 한 달이었는데, 이미 때는 11월 둘째 주를 코앞에 두고 시점. 제보를 받고 지도 등록 동의 여부를 얻는 과정에서 일정이 밀린 탓이 컸다. 우리는 11월 둘째 주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에 걸쳐 지도에 등록된 50여 곳에 홍보물을 모두 전달해야 했다. 운전이 가능한 나는 임피디와 먼 곳을 돌고 김작자와 쟌느가 가까운 곳을 걸어서 전달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월요일이 되자 주말까지 만해도 쨍쨍하던 해는 사라지고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날씨가 안 좋을 줄 몰랐던 우리는 이틀간 내린 비에...(ㅠㅠ) 수요일이 돼서야 홍보물 전달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일정이 밀린 탓에 시간에 여유가 없던 쟌느는 다른 일을 하러 갔고 남은 셋이서 차를 타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직 초보운전자인 나는 유난히 골목이 많은 강동구의 골목골목을 돌며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공간은 주택가 안쪽에 위치하여 주차가 가능한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비상등을 켜고 잠깐 차를 대고 있는 사이에 임피디와 김작자가 빠르게 홍보물을 전달했다.
제로웨이스트 샵이나 카페의 경우에는 사전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전달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동주민센터 같은 경우에는 정말 영업을 뛰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했어야 했고 그래서 시간이 꽤나 걸렸다. 이틀간 걷고, 뛰고, 말하기를 반복한 선택지 직원들은 퇴근 후 기절을 했지만 홍보물을 전부 전달했다는 점에서 무언가 하나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다.
5. 앞으로
11월 한 달간 진행하고 있는 ‘지구라도 구할 챌린지’.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순간에도 #지구라도구할지도 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실지 모르겠지만 이미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던 분들, 한 번 실천해볼까 고민하는 분들 모두 부담 없이 참여해보시면 좋겠다. 매일 같이 마시던 커피를 한 번쯤 텀블러에 담아 마셔보기도 하고, 예뻐서 구입했지만 막상 입으려니 어울리지 않아 옷장 깊숙이 넣어놨던 옷을 꺼내 기부해보자. 또 집에 우유를 자주 마시는 아이가 있다면 우유팩을 모아 아이와 함께 근처 수거지점에 가져가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챌린지 인증은 전혀 어렵지 않다. 인스타그램에 지구라도 구할지도에 등록된 장소에서의 관련 활동 사진과 함께 #지구라도구할지도 태그를 달아 게시물을 올리면 끝이다. ('지구라도 구할지도' 스티커나 포스터와 함께 찍은 사진이면 더 감사하겠다!)
챌린지가 끝나더라도 선택지는 계속해서 제보를 받고 지도에 제로웨이스트와 관련된 새로운 장소를 추가할 계획이다. 단순히 일회성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많은 분들에게 언제든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유용한 지도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