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술술 풀리거나
그림이 유독 잘 그려지는 날들이 있다.
어떤 날들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늘 내 스스로가 마음에 드는 날이다.
'이 정도면 나 괜찮지' 싶은 날은 출근길 발걸음도 가볍고,
캔버스 앞에 앉아 있는 시간에도 집중이 오래 이어진다.
그럼 내가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날은 언제였을까.
잠을 푹 자고 개운하게 아침 운동을 하고 온 날,
원래 정해둔 식단대로 클린한 음식을 먹은 날,
옷을 마음에 들게 입은 날,
얼굴이나 몸의 부기가 덜한 날.
대개 그런 날들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잘먹고 잘자고 운동을 한 날이다.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
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다만,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해 둔
몇 가지 루틴을 지키기만 해도
그날의 컨디션은 꽤 좋은 편이 되고
여러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제법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고
자기 효능감이 조용히 올라간다.
어떤 연예인이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인생 관리는 기분 관리다.
기분이 좋으면 그게 곧 행복이다."
나는 몇 가지의 루틴만 지키면
감정의 주도권을 잡고
내 컨디션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으니
이만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때때로 예고 없이 요동치지만 말이다)
물론 푹 자는 일은 늘 어렵고
잠이 흐트러지면 아침 운동이 무너져
하루의 시작부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들도 생긴다.
어떤 날은 퇴근 후 원하는 만큼 술을 마시고 싶은 날도 있다.
그래도 이만큼 내 스스로 방법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제법 잘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일과 그림을 병행하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서 나 스스로를 좀 더 알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이렇게 내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