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무서운 스트레스, 세 번째 이야기
이제야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이 글들은 지난 일 년 간의 힘들었던 날들의 기록이다.
원인 모를 불면증이 시작되고 약 없이 잠들 수 없는 날이 이어지면서 여기저기 통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등 통증이었다.
마치 등 어딘가에서 피부를 인정사정없이 당기는 것처럼 결림과 동시에 욱신거리는 통증이 심했다.
우선은 통증을 줄여야 했기에 정형외과도 가보고 신경외과도 가 봤지만
원인은 찾을 수 없었고 처방받은 것은 진통제뿐이었다.
등이 아프니, 앉아 있는 것도, 누워있는 것도 편하지 않았다.
잠이라도 푹 자면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수면제에 대한 선입견(먹기 시작하면 절대 끊지 못한다)에
잠이 오는지 안 오는지 살펴보다 12시가 넘어 약을 먹고 자는 날들이라 잠도 편히 잘 수가 없었다.
피곤하면 지쳐서 잠들 수 있겠지 생각한 나는 하염없이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하루에 10km를 걸었고
또 어떤 날은 15km를 걸었다.
그래도 잠은 오지 않았고 등 통증은 여전했다.
답답했던 나는 병원 쇼핑 다니듯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원인을 못 찾겠다면 찾을 때까지 다니리라 생각하며
집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께서는 검사 결과를 천천히 보신 후
나의 증상에 대해 어떤 얘기도 없이 조용히 들으시더니 다른 병원과는 좀 다른 질문을 하셨다.
그래서 그렇다 말씀드리니...
진료 책상 서랍 속에서 어떤 약통을 꺼내시며
나는 순간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정형외과에서 지금 마음의 건강 얘기를 들은 거지?
이미 불면증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도 다니고 있었지만
특별한 상담 없이 수면제만 처방해주었을 뿐 상담도 진행한 적이 없는데..
그런데 정형외과 선생님의 마음 건강 처방이라니...
이날 나는 어떠한 처방도 받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형외과 선생님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는 이거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난 나의 불면증과 원인 모를 통증들을 고치겠다고
온갖 병원 쇼핑을 다니며 쉴 새 없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증상에 갇혀버린 채로
나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선 채로
내 몸의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새로 아픈 곳은 없는지
마치 탐정처럼 긴장상태로 보내고 있었다.
이후, 나는 나를 좀 내려놓았다.
잠을 못 자면, 그래 일단 몸을 좀 쉬게 해줘야 하니
당장은 수면제의 도움을 받으면서 몸을 편안하게 해 주자 생각했고
등 통증이 있을 때면, 아~ 지금 내 마음이 힘든가 보구나
지금은 좀 쉬게 해 주자. 특별한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니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며칠이 지났을까.
몸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통증에 신경을 덜 쓰니
통증이 덜 느껴지기 시작했고
수면제의 도움으로 잠을 푹 자기 시작하니
곤두섰던 신경도 좀 가라앉기 시작했고
2주 정도 지나니 거짓말처럼 수면제 없이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못 견딜 정도의 등통 증도 어느새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일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여기저기 아프긴 하지만
좀 몸이 안 좋은 날에는 불안해하기보다는 내 몸을 좀 쉬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증상도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그날 나는 정형외과에서 마음 선생님을 만났다.
정형외과 치료를 받은 건 아니라 명의(?)인지 알 수는 없지만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아픔과 상처를
이렇게 잘 돌볼 수 있도록 해주셨으니 나에게는 정형외과 의서 선생님이 명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