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아이의 옷 쇼핑을 마음편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지난 주말, 겨울방학 동안에 부쩍 큰 딸아이의 옷을 사러 오랜만에 아웃렛에 들렀다.
이젠 아동복이 아니라 주니어 옷을 사야 해서 그런가
여름 티셔츠 한 장을 사도 몇 만 원이다.
오랜만에 쇼핑을 온 딸아이는
이것저것 매치해 보며 매우 신이 났다.
나 또한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딸 키우는 재미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퇴사하지 않길 잘했구나..."
난 작년에 사직서를 냈었다.
결국 사직서는 반려되긴 했지만
만약, 정말 퇴사를 했다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지금은 가슴 저 깊이까지 서늘해진다.
그럼 이렇게 딸아이가 원하는 옷을
이것저것 고를 수 있도록 맘 편히 있진 못했겠지.
퇴사를 결심한 데에는
건강문제를 비롯한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다 지나고 다니 그래도 잘 버텨냈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위기를 거쳐와서 그런가,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월급이 없어지며 받을 경제적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그래도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직장에서의 일에
큰 의미를 부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직장에서 승진하고
자아실현하고
꿈을 이루고...
이제 그런 건 모르겠다.
그저 매달 나오는 월급이 주는 안정성과
그로 인해 내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일을 할 이유는 충분하니깐...
퇴사하지 않길, 정말 잘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