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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후작가 Mar 17. 2023

우리는 매일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올해로 직장생활 20년을 꽉 채웠다.

홍보대행사에서 3년, 사립대학에서 17년.


첫 직장이었던 홍보대행사에서 기업 PR을 담당하던 나는

경력직으로 대학 홍보팀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고

작년까지 평생 홍보 업무만 담당하다

8개월 전, 현재 부서인 학적부서로 오게 되었다.


대학 학적부서에서는 다양한 일을 담당한다.

학생 한 명이 입학한 이후부터 졸업하기까지

수강신청부터 전공선택, 증명발급, 휴복학, 진급, 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가 있다 보니 하루종일 전화가 끊이지 않고

하루종일 학적 데이터를 보면서 일을 한다.


홍보일을 할 때는

하루종일 미디어 모니터링을 하며 이슈를 파악하고

홍보할만한 아이템을 찾아 보도자료도 쓰고

때론 행사도 기획하고

점심시간에는 기자들과 미팅을 가지는 게 일상이었는데

지금 부서에서는 하루종일 모니터만 보고 있다.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이

너무 극단적으로 달라지다 보니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엑셀도 잘 다룰지 모르고

학적에 대한 용어조차 너무 생소하고

민원대응을 잘못해 격한 항의를 받는 일도 종종 있었다.


40대 중반에

직장생활도 20년 가까이했으면서

모르는 것투성이고, 어설프기 그지없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많이 실망하며 자괴감이 든 적도 부지기수였다.


또한 어설픈 나의 모습이

다른 직원들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질지도 신경 쓰여

나름 대범한 척, 잘 처리하고 있는 척

애써 웃으며 나를 포장하려 한 날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베테랑처럼 보이는 직원들도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처럼 처음 하는 일은 아니니

능숙하고 프로답게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도 여전히 실수를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돌발상황을 처리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애를 쓰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느 직무든 애로사항이 있고

누구든지 모든 일에 처음의 순간이 있으며

다양한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누구는 어제보다 더 성장하기도 하고

때론 실패하기도, 좌절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으면 어떤가


내 가족의 부양을 위해 나의 생존을 위해

애를 쓰는 이 순간순간들이 정말 가치 있음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지.


언젠가 보았던 SNS 짤이 생각난다.


공중부양보다 힘든 것이 가족부양이라는...


그때는 웃어넘겼지만

마음이 묵직해지는 순간이었다.


다음 주부터는 또다시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

발령 이후 처음하는 일이라

긴장도도 높고 겁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또 어떻게든 해결해 나가겠지.

막상 가보면, 별것 아닌 일들이 너무 많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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