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이 생겨 작품 포트폴리오 틀을 잡아보았다.
포트폴리오에 넣을 작품 수가 10개 이상이 되면 그때 만들어야지, 하고 늘 머릿속으로만 추상적으로 생각해 보았던 터라 첫 페이지부터 막혀버렸다. 당장 색 선정부터 목차까지 여간 고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특히, 작가 프로필 칸을 보니 학력 정보 이외에는 쓸 내용이 정말 한 줄도 없어서 페이지 전체가 휑하게 비어있다. 유명한 화가들도 누구나 처음은 있었을 텐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초보 작가지망생인 나는 스스로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그렇지만, 여기서 좌절할 수는 없다.
일단 지금의 나를 분석해 보자. 여러모로 나는 약점이 많다. 이것부터 인정하고 방법을 찾자.
첫 번째는 나이이다.
보통 신진작가 공모전에서는 보통 40세까지로 나이 제한이 걸려있다.
80년생인 나는 올해 45세이니 나이 제한이 있는 신진작가 공모전에는 참가할 수 없다. 생각보다 많은 공모전에 나이제한이 있는데 아쉽지만 이는 어쩔 수 없다.
두 번째는 직장인이라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라 아마추어의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직장도 예술과 관련된 분야가 아니다. 작품활동을 지속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세 번째, 작품 수가 적다.
물론,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
자, 그럼 나의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나의 약점들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우선, 나의 작품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퇴근 후 5분이라도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 매일 화실까지 뛰어가는 내 마음에 대해, 스노우볼 속에 담아내는 어떤 것들에 대해, 그래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포트폴리오 안에 담겨야 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의 콘셉트를 결정했다.
언젠간 열게 된 첫 개인전 제목이다. 이를 포트폴리오 제목으로 써보았다.
스노우볼 안에 내가 좋아하는, 내가 가지고 싶은, 나의 욕망을 투영한 어떤 것들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개인소장이라는 단어가 꽤 적합해 보여 일전에 메모해 둔 것이었다.
그리고 프로필 란에는 단 한 줄의 전시회 경력은 없지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은 나열해 보기로 했다. 이 단어들이 뒤의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이제 남은 것은 작가노트와 작품 소개란이다. 작가노트는 틈틈이 정리해 나갈 것이고 작품 소개는 그림이 완성될 때마다 사진을 찍어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렇게 틀을 잡아두고 계획을 세워놓으니 완성될 포트폴리오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나의 포트폴리오를 사용하게 될 때가 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들을 정리해 보니 무언가 체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제 남은 것은 다작이다.
많이 그리자. 나의 이야기를 잘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