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퇴근후작가 Mar 20. 2024

나의 포트폴리오는 '일요화가의 개인소장'

 

오랜만에 시간이 생겨 작품 포트폴리오 틀을 잡아보았다.     


포트폴리오에 넣을 작품 수가 10개 이상이 되면 그때 만들어야지, 하고 늘 머릿속으로만 추상적으로 생각해 보았던 터라 첫 페이지부터 막혀버렸다. 당장 색 선정부터 목차까지 여간 고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특히, 작가 프로필 칸을 보니 학력 정보 이외에는 쓸 내용이 정말 한 줄도 없어서 페이지 전체가 휑하게 비어있다. 유명한 화가들도 누구나 처음은 있었을 텐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초보 작가지망생인 나는 스스로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그렇지만, 여기서 좌절할 수는 없다.

일단 지금의 나를 분석해 보자.  여러모로 나는 약점이 많다. 이것부터 인정하고 방법을 찾자.      


첫 번째는 나이이다. 

보통 신진작가 공모전에서는 보통 40세까지로 나이 제한이 걸려있다.

80년생인 나는 올해 45세이니 나이 제한이 있는 신진작가 공모전에는 참가할 수 없다. 생각보다 많은 공모전에 나이제한이 있는데 아쉽지만 이는 어쩔 수 없다.      


두 번째는 직장인이라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라 아마추어의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직장도 예술과 관련된 분야가 아니다. 작품활동을 지속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세 번째, 작품 수가 적다. 

물론,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     


자, 그럼 나의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나의 약점들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우선, 나의 작품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퇴근 후 5분이라도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 매일 화실까지 뛰어가는 내 마음에 대해, 스노우볼 속에 담아내는 어떤 것들에 대해, 그래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포트폴리오 안에 담겨야 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의 콘셉트를 결정했다.     


“일요화가의 개인소장”  


언젠간 열게 된 첫 개인전 제목이다. 이를 포트폴리오 제목으로 써보았다.     


스노우볼 안에 내가 좋아하는, 내가 가지고 싶은, 나의 욕망을 투영한 어떤 것들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개인소장이라는 단어가 꽤 적합해 보여 일전에 메모해 둔 것이었다.      

그리고 프로필 란에는 단 한 줄의 전시회 경력은 없지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은 나열해 보기로 했다. 이 단어들이 뒤의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이제 남은 것은 작가노트와 작품 소개란이다. 작가노트는 틈틈이 정리해 나갈 것이고 작품 소개는 그림이 완성될 때마다 사진을 찍어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렇게 틀을 잡아두고 계획을 세워놓으니 완성될 포트폴리오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나의 포트폴리오를 사용하게 될 때가 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들을 정리해 보니 무언가 체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제 남은 것은 다작이다.

 많이 그리자. 나의 이야기를 잘 담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친절이 나를 구원하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