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MBTI는 잇프제(ISFJ)이다.
잇프제의 대표 성향은...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나서는 것은 절대 못하고
남한테 신세 지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한다. 등이다.
딱 내 성격에 해당된다.
이런 내 성격은 화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나는 조용히 그림만 그린다.
다른 회원들 대화에도 잘 끼지 못하고(낄 타이밍도 잘 못 맞추고) 누군가 내 그림에 대해 칭찬이라도 할 때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모른다.
하지만 잇프제이인 내가 화실에서 꼭 지키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인사 잘하기’이다.
보통날의 화실은 늘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대부분 작업에 몰두하느라 누가 오는지 가는지 잘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오신 줄도 몰랐던 분이 갑자기 내 옆자리에 불쑥 앉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안쪽에 계신 분들은 집에 가실 때까지 인사조차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잇프제인 나는 이런 상황에 종종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내가 택한 것은 일단 ‘큰 소리로 인사만 잘하자' 였다.
일찍 가든, 늦게 가든, 아는 분들이 계시던지, 모르는 분들만 계시던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일단 화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그리고 집에 올 때도 안쪽 소묘 회원들에게 한번, 바깥쪽 유화 회원분들에게 한번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런 날들이 이어지자 잘 몰랐던 화실 회원님들도 나에게 작은 친절을 나누어주기 시작하셨다.
지금 그리는 내 그림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재료라 하나 사 왔다며 유화마카 한 자루를 살짝 쥐어주시기도 하고 배고플 때 먹으라며 집에서 삶아온 달걀을 나눠주시기도 한다. 또 내겐 없는 물감과 재료를 거리 김 없이 빌려주시기도 하고 추운데 퇴근하고 오느라 애썼다며 따뜻한 코코아를 차주시기로 한다. 또 내 그림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주말에 본 전시 그림을 공유해주시기도 한다.
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나와의 싸움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일이라 생각보다 외로울 때가 많은데 이런 화실 회원님들의 소소한 친절이 큰 위로가 된다. 그래서 나 역시 내가 가진 재료를 쉽게 내어드릴 수 있고 뭔가 물어오시면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이 알려드리려고 한다.
어느 책에선가 본 글이 생각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오늘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해라.
그들 모두, 각자의 전쟁을 치르느라 애쓰고 있으니”
나 역시, 오늘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작은 친절이 나를 구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