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이다. 한국에 오래 살 때는 지리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해외를 나와 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그 지역은 전체로 봤을 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알고 싶어 진다. 르완다에 와서 내가 제일 처음 했던 것은 르완다 전역의 지도와 키갈리의 지역 구분도를 그리는 것이었다.
우선 르완다는 도시 계획을 통해 네 개의 주(provinces)와 수도인 키갈리(Kigali)로 나뉘고, 각 주는 총 30개의 구역(district)으로 구분된다. 이렇게 구분된 구역은 더 작은 행정단위인 섹터(sector), 셀(cell), 마을(village)로 세분화된다. 아래는 내가 공부차원에서 르완다 전역의 지도를 그린 것이다. 출장 목적으로 르완다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키갈리와 파견지 이외에 다른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많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유해 본다.
참고로 르완다에는 크게 네 곳의 관광지가 있다. 동쪽의 사파리 아카게라(Akagera), 남쪽의 열대우림 늉웨(Nyungwe) 국립공원, 서쪽의 키부(Kivu) 호수, 그리고 마운틴고릴라를 볼 수 있는 북쪽의 볼케이노(Volcanoes) 국립공원이다. 르완다는 관광산업을 활발하게 키우는 국가이기 때문에, 개별 관광지는 프로그램이나 시설이 잘 정돈되어 있다. 나는 올해 초 처음 르완다를 방문했을 때부터 키부 호수와 늉웨 국립공원 각각 두 번, 아카게라를 한번 방문했다 (볼케이노 국립공원에서 고릴라를 보는 투어는 약 200만 원으로 가격이 비싸서 아직 도전해보지 못했다). 이동 난이도로 따지면 키부호수, 아카게라, 늉웨 국립공원 순으로 더 어렵다. 시간이 얼마 없다면 키부호수를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곳만 고를 수 있다면 아카게라를 선택할 것이다. 르완다의 사파리는 케냐에 비해 크기가 크지는 않으나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4~5시간) 안에 전체 공원을 둘러보고 다양한 동물의 서식지도 탐험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이전 수도인 부타레(Butare), DR콩고, 우간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무산제(Musanze) 등의 지명을 종종 들을 수 있다.
다음은 르완다에 거주할 사람이라면 조금 더 도움이 될, 키갈리의 행정구분을 표시한 지도이다. 키갈리는 총 세 개의 구역(Gasabo, Nyarugenge, Kicukiro)으로 구분된다. 행정구역 상 수도인 키갈리는 굉장히 크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좌측 하단 즈음에 많은 섹터가 몰린 중심지만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아래는 키갈리 내에서 주로 방문하게 될 장소만을 확대하여 표시한 것이다. Nyarugenge, Muhima, Gitega 등의 섹터가 모여있는 지역을 흔히 타운(Town)이라고 이야기하고, 현지어로는 무무지(Mumuzi)로 발음한다. 키오부(Kiyovu)도 이 인근 지역을 통칭하여 이르는 표현이다.
보통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은 냐루타라마(Nyarutarama), 가치루(Kacyiru), 레메라(Remera) 인근이다. 외국 대사관과 정부기관이 몰려있어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전하고, 물과 전기 문제가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큰 호텔과 식당은 키미후루라(Kimihurura)와 타운 쪽에 몰려있다.
처음 르완다에 왔을 때 나는 타운을 중심으로 남동쪽에 위치한 카가라마(Kagarama)의 렌트하우스에서 거주했고, 지금은 집을 구해서 냐루타라마(Nyarutarama) 쪽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타운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점만 제외하면 키츄키로(Kicukiro) 구역에 위치한 카가라마 조용하고 살기에 나쁘지 않은 지역이다. 키갈리 자체가 크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만 아니라면 카가라마에서 타운까지 자동차나 모토(moto)로 2-30분 이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르완다에서 꽤 오랜 시간 집을 알아보며, 각 지역마다의 차이를 느끼고 있다. 예컨대 타운을 중심으로 남쪽에 위치한 냐미람보(Nyamirambo)는 무슬림이 거주하는 지역이지만 동시에 많은 유흥가가 위치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서 많은 동성커플이 살고 있고 최근에는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으니, 키갈리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더 개방적인 동네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각 지역은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타운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가챠타(Gatsata)는 키갈리에서 지방을 연결하는 도로가 몰려있어, 자동차의 부품, 옷, 각종 전자제품 등 많은 종류의 물건이 정신없이 거래되는 교통의 중심지이다. 냐루타라마 동쪽에 위치한 키미롱코(Kimironko)에는 키갈리에서 가장 큰 전통 시장이 있어, 야채나 과일 등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압구정에 사는 사람과 홍대에 사는 사람, 상봉에 사는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듯, 같은 키갈리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아는 만큼 보인다. 지식이 쌓일수록 나의 거름망은 촘촘해지고, 스쳐 지나가는 정보 속에서도 더 많은 생각을 걸러낼 수 있다. 즐거운 기억을 더 촘촘하게 남길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키갈리의 지역 구조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키갈리 중심지 너머의 다른 지역은 어떤 산업에 집중하고 있을까? 키갈리의 많은 기업들은 왜 그 지역에 거주하기를 선택했을까? 지식은 질문으로 이어져, 또 다른 지식을 낳는다. 르완다를 알아갈수록 풀어야 할 질문들이 매일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