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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핍의 임상심리사 Oct 07. 2023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검사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은 종합심리검사 로도 가능하지만 보다 전문화된 검사 도구들이 제작되어 있다. 아무래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증상이 워낙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증상의 정도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만을 위한 정밀한 검사 도구의 필요성이 제기 되었을 것이다. 



아동기 자폐증 척도 

Childhood Autism Rating Scale: CARS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을 위해 가장 흔히 사용 되는 검사도구는 아동기 자폐증 평정척도, CARS 이다. CARS 는 총 15개의 하위 영역에 대해 아동의 행동 관찰과 보호자 보고를 바탕으로 임상가가 증상의 정도를 평가한다. 15개 영역은,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모방 행동, 정서적 반응, 신체 사용, 물건을 사용하는 방식, 변화에 적응하는 수준, 시각, 청각, 미각 등의 감각적 반응, 두려움과 신경과민, 언어적 의사소통 방식, 비언어적 의사소통, 활동 수준, 지적 수준, 일반적인 인상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각 영역에 대해 임상가가 판단하기에 '정상', '경증', '중등도', '중증'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 평가하여 점수를 합산하게 된다. 이 때 총점이 28 점 이상이 될 경우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심해봐야 하며(권혁진 외, 2017), 30~37 점 사이를 경증에서 중간 자폐로, 37점 초과를 중증 자폐로 본다. 


CARS 의 최대 장점은 사용하기 간편하다는 것이다. 평가를 꼼꼼하게 해도 대부분 30~40분 정도면 검사를 마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간단한 검사이기에 그만큼 증상을 면밀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즉 CARS 는 진단도구의 기능 보다는 스크리닝 도구로 여겨지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증상이 가벼운 경우 CARS 만으로는 장애를 잘 변별해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아울러 CARS 는 A4 용지 4 쪽으로 구성된 간소화 되어있는 검사도구이다. 그렇다 보니 그만큼 평정하는 임상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도구는 간소화 되어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임상가가 알아서 면밀하게 환자의 증상을 살펴보고, 또 보호자와도 상세하게 면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폐증 진단 관찰 스케줄 2 와 자폐증 진단 면담지 개정판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 Second Edition: ADOS 2 & Autism Diagnostic Interview Revised: ADI-R 


ADOS 와 ADI-R 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의 표준으로 불린다. 이 두 도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위한 심층적인 관찰과 면담으로 구성되어있어서 환자의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과 상호작용 능력을 면밀하게 평가한다. 보통 두 개의 도구를 하나의 세트로 진행한다. 


ADOS 는 환자에게 자연스러운 사회적 상황을 제공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관찰 도구이다. 검사 대상은 걸음마기의 어린 아이들부터 성인기까지 아우른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주로 놀이 상황을 제공하고 아이에게 평가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즉, 단순하게 호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상상 놀이를 시도하는 것까지 여러 장면들을 제공하고 아이의 반응을 점수화 한다. 


학령기와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는 간단한 놀이 상황과 더불어 대화 장면을 제공하고, 성인에게는 주로 대화를 통해 사회적 개념에 대한 이해나 사회적 반응 수준을 평정한다. 


ADOS 에서 '밀어주기'라고 불리는 상황 제공은 제한된 횟수가 매뉴얼에 자세히 제시되어 있다. 이 제한된 횟수 내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면 높은 점수를 받게 되고, 영역별로 합산된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이 중증임을 의미한다. 


ADOS 는 현 시점에서 환자의 증상을 평정하기 때문에 반드시 ADI-R 과 같은 발달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평가가 동반되어야 한다. 


ADI-R 의 경우 환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보호자와의 면담으로 진행된다. 약 한 시간 정도의 심층적인 면담이 진행되는데, 유아기 이상의 환자군에 대해서는 현재 증상과 더불어 만 4세에서 5세 사이의 증상이 가장 극심했던 시점에 초점을 두고 면담이 진행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연령이 들어감에 따라 학습과 치료, 사회적 경험 등에 의해 증상들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 뚜렷하게 증상을 보였던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 평정하는 것이다.

ADI-R 은 많은 면담 문항들 중에서 핵심적인 증상을 묻는 문항들이 있는데, 이 문항들의 점수를 영역별로 합산하게 된다. ADOS 와 마찬가지로 점수가 높을수록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이 극심함을 의미한다. 


ADOS 와 ADI-R 은 꼼꼼하게 환자의 증상을 평정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다만 검사 시간이 길고 비용도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검사를 실시하는 기관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 ADOS 와 ADI-R 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교육과 훈련을 따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를 배치하는데 한계가 있다. 



발달검사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성 발달이 부진한 발달 장애이기 때문에 발달검사들을 통해서도 진단할 수 있다. 


발달검사들도 다양한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 되는 도구는 베일리 영유아 발달검사 Bayley scales of infant development 와 교육진단검사 Psycho Educational Profile-Revised: PEP-R 가 있다. 덴버 발달 검사 The Denver Developmental Screening Test 도 자주 사용 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너무 간단한 검사인 것 같다. 


발달검사를 실시할 때 많은 경우 보호자가 참관하게 되는데, 이는 어린 아이들이 보호자와 분리되어 입실하는 것을 힘들어하기도 하고, 보호자가 없는 공간에서는 쉽게 긴장해서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는 발달 검사를 지켜보면서 절대 개입을 해서는 안 되는데, 이는 아이의 순수한 수행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보호자가 하는 말이나 행동은 일종의 힌트가 될 수 있어서 정확한 평가를 방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미리 안내를 해주어도 많은 경우 보호자는 아이를 다그치며 속상해 한다. 평소에는 할 수 있는 것을 검사실에서 왜 하지 않냐며 답답해하는 것이다. 이때 알아 두어야 하는 것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검사실이라는 구조화 되어있고 낯선 환경에서 놓여지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달 검사는 그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과제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가 평소에는 할 수 있는 과제였더라도 검사자 앞에서 완수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다. 


아이가 때때로 그 과제를 수행할 수 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일관되게 수행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상가가 점수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의견을 고려하여 아이의 발달 수준을 평가하기 때문에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발달검사의 채점 방식은 검사 도구 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아이의 수행이 어느 정도의 연령 수준에 해당하는지 평가하여 현재의 발달 연령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실제 연령보다 현저히 낮은 발달 연령이 나올 경우 발달 지연으로 볼 수 있고, 그 중에서 사회성 발달 영역의 저하가 극심할 경우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발달검사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평가하는 것은 제한점이 있다. 사회성 발달 지연이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의 사회적인 자극에 관심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과제를 못하는 것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할 수 있지만 관심이 없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순수한 수행 수준을 평가하는데 제약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반응들을 바탕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심하게 되겠지만, 증상을 정밀하게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보통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전문적으로 진단하는 병원에서는 발달 검사와 ADOS-2, ADI-R 을 함께 실시하여, 자폐 증상에 대한 정밀한 검사와 더불어 현재 발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한다. 



그 밖의 보호자 평정 도구 


위에서 설명한 검사 도구들이 현장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밖에 보호자가 평정하는 간단한 체크리스트들도 있다.

사회적 의사소통 설문지 Social Communication Questionnaire: SCQ, 사회적 반응성 척도 Social Responsiveness Scale: SRS, 자폐증 행동 척도 The Autism Behavior Checklist: ABC 등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증상과 관련된 문항을 보호자가 읽고 해당하는 항목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실시한다.

평가자는 이를 합산하여 점수를 산출하고, 그 점수가 절단점을 초과하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간단한 검사도구들은 대략적인 스크리닝 정도의 목적으로 사용 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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