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Jul 17. 2018

제이팝 신보 소개(7월 셋째주)

야마시타 타츠로, King Gnu, Leo今井 등

Single/EP

야마시타 타츠로(山下 達) 'ミライのテーマ'

그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노스탤지어에는 언제나 '여름'이라는 계절감이 담겨 있다. < 썸머 워즈 >, < 괴물의 아이 > 등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함께 애니메이션 신을 양분하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새 장편 < 未来のミライ >의 오프닝 테마곡인 이 트랙 역시 노을지는 여름바다의 아련함이 한껏 담겨져 있다. 장르의 붐을 타서 그런지 국내에서도 시티팝의 대부인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있음을 느끼는데, 확실한 것은 단순히 예전의 추억팔이가 아닌, 꾸준히 좋은 곡을 발표하는 지구력이야말로 그의 장점이라는 사실이다. 45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며 동시대적인 감성을 들려주고 있는, 거장의 통산 51번째 싱글.

뱅크 밴드 위드 사류(Bank Band with Salyu) 'Message'

굴지의 프로듀서 코바야시 타케시, 미스치루의 프론트맨 사쿠라이 카즈토시, 뛰어난 베이시스트이자 역시 프로듀서로 정평이 나있는 카메다 세이지 등을 필두로, 환경보호를 위해 설립한 비영리단체 ap bank의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뱅크 밴드의 신곡. 13년 전 발표했던 'to U'의 속편으로서, 게스트 보컬로 '青空' 등으로 이전부터 교류가 있던 사류를 맞아들였다. 솔직히 인트로만 듣고도 어떤 구성이 될지 눈에 잡힐 듯이 그려지지만, 그럼에도 울림있는 가사, 기승전결이 확실한 블록버스터급 편곡 등을 통해 여전한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놀랍다. 특히 밀도 있는 감정을 전달하는 사류의 음색과 표현력이 발군. 동시에 인간에게 있어 다양성과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노래이기도.

킹 그누(King Gnu) 'Flash'

2017년에 데뷔, 자칭 '도쿄 뉴 믹스쳐 스타일'을 표방하며 점차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밴드의 신곡. 록과 신스팝의 텍스쳐를 양손에 들고 대중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또 하나의 신예가 나타났음을 짐작케 한다.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뒤섞인 뮤직비디오와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을 듣다보면 이제까지 접하던 이들과는 확실히 다른 노선과 감각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될 터. 조만간 보다 큰 무대에서 만나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사코(杏沙子) '花火の魔法'

빅터에서 선보이는 신예 싱어송라이터의 메이저 데뷔를 알리는 미니앨범 리드곡. 습기를 촉촉히 머금은 보컬로 피어 올리는 하나비 같은 사랑 이야기가 업템포 사운드와 함께 너르게 퍼져나가는 상쾌하고도 먹먹한 노래다. 기본적으로 괜찮은 송 라이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 가수들의 잔상이 겹치는 와중에도 자신이 서 있을 곳은 지켜내는 존재감이 인상적. 앞으로 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과의 차별화를 어떻게 달성해 가느냐에 따라 히트 및 롱런 여부가 결정될 듯하다. 그 전의 에피타이저로서는 아주 적격인, 경쾌한 첫 걸음

람멜스(RAMMELLS) 'Take the sensor'

서치모스의 욘시와 함께 활동했던 밴드 올드 조(Old Joe)의 해산 후, 기타를 맡고 있던 사나다를 주축으로 결성된 4인조 얼터너티브 록 밴드의 메이저 첫 EP. 펑크(Funk), 소울, 재즈, 힙합 등의 블랙뮤직을 악기의 필터링으로 걸러 낸 듯한 농후한 풍미의 스타일을 존재감이 확실한 프론트우먼을 통해 발산하는 트랙들의 면면이 장르와 세대를 불문한 불특정 다수를 공략하고 있다. 리드트랙 'Sensor'는 사이키한 리프를 주축으로 각자가 만들어 내는 그루브가 한데 모여 만들어내는 일종의 의식 같이 느껴진다. 확실히 묘한 매력의 밴드.


ALBUM

레오 이마이(LEO今井) < VLP >

최근의 그는 수퍼밴드 메타파이브(METAFIVE)의 일원으로 충실한 나날들을 보내던 차였다. 다카하시 유키히로, 오야마다 케이고, 토와 테이와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가르침을 사사받고서야 그의 4번째 정규작이 5년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수 년간 함께 해오던 밴드 멤버와 힘을 합친 신작은 컨트리,펑크(funk)와 블루스, 그런지, 메탈 등 음악사의 연대기를 응축시켜 자신만의 방식으로 빚어낸 록 사운드의 결정체.


전반적으로 날카로우면서 중량감 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으며, 멜로디를 간결하게 가져가는 동시에 어감을 살린 가사를 통해 청자와의 색다른 마찰을 빚어내는 데 주려간 작품이다. 잘만든 기타 리프 하나가 곡 하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새삼 깨닫게 만드는 'New Roses', 클랩 소리에 느슨한 디스토션을 얹은 후 풍성한 코러스를 더해 절정으로 나아가는 흥미로운 구성의 'Fresh house', 톰 페티가 떠오르게 정통 아메리칸 록 지향의 'Car alarm' 등 재기 넘치던 뮤지션이 공력까지 몸에 익히니, 그야말로 위풍당당.  


키쿠마루(KIKUMARU) < 711 >

세타가야쿠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MC와 DJ 및 트랙메이커를 아우르는 16인조 힙합크루 캔디타운(Kandytown)의 맹공은 멈출 생각을 않는다. 팀 명의 작품을 비롯해 멤버들의 솔로작이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와중에 또 다시 손을 걷어 붙인 MC가 바로 키쿠마루다. 칩멍크 사운드로 시작해 필리 소울을 연상케 하는 장대한 반주로 확장, 타이트한 래핑을 선보이는 'Moment's so high', 캐치한 키보드 루프를 폴짝폴짝 뛰어 넘는 듯한 발랄한 'Express' 등 리얼 세션과의 적극적인 조우를 거쳐 생동감있게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보이고 있다. 참고로, 총괄 프로듀서는 같은 Kandytown 소속의 MC 료후가 맡았다.

핀란드(Finlands) < BI >

걸밴드 계의 또 하나의 신대륙, 핀란드의 두번째 정규앨범. 약동하는 심장처럼 잔잔하면서도 힘 있게 울려퍼지는 악기 소리, 굳이 자신을 감추려 하지 않는 듯이 모든 감정을 세상에 흩뜨리는 듯한 보컬이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한 준비를 끝낸 듯한 느낌. 타 밴드에게도 느껴지는 클리셰한 측면이 초반부에는 어느 정도 담겨 있었다면, 이를 통해 몸을 풀었다는 듯 달려나가는 후반부에서 이들의 진가가 드러난다. 슬로우 템포의 연주 아래 모든걸 내려놓는 듯 처절히 무거운 공기의 정서를 풀어놓는 '勝手に思って', 인트로에서 들려주는 기타의 앙상블이 기분 좋게 대기로 퍼져나가는 나른한 느낌의 'ランドエンドビート' 등 '우리는 핀란드입니다'라는 소갯말에 적확한 주석을 달아주는 음악들로 가득차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이팝 신보 소개(7월 둘째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