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Aug 06. 2018

제이팝 신보 소개(8월 둘째주)

스다 마사키, 유즈, 프렌즈, 모노 노 아와레 등

(single) 스다 마사키(菅田 将暉) 'ロングホープフィリア'

"요즘 일본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남자 배우가 누굽니까?"하고 물어보면 그의 이름을 듣게 될 확률이 클 것이다. 동시에 가수로서도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스다 마사키의 새 싱글은 나카시마 미카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을 쓰기도 했던 싱어송라이터 아마자라시(amazarashi)와의 콜라보.

절망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을 위해 처절히 몸부림치는 창작자의 정서가 묻어나오는 가운데, 그렇게 능숙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가창자의 음색이 꽤나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는 곡이다. 사실 스다 마사키의 퍼포먼스보다 가수에 맞는 맞춤복을 선사하는 아마자라시의 프로듀싱 역량에 보다 박수를 치게 되는 곡. 애니메이션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 극장판의 주제가이기도.  



(single) 앤드롭(androp) 'Hikari'

자주 레이블 설립 후에 보다 자유로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밴드의 10번째 싱글. 원체 멜로디를 잘 쓰기로도 정평이 난 팀이니만큼 완성도 있는 발라드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만큼 내질렀던 몇년간의 흐름에 비추어보면 지나치게 평범한 곡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꾸준히 활동해왔고, 좋은 작품을 낸 것에 비해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노래가 많이 없는 편이기도 하니 이러한 대중성을 노린 싱글이 필요하기는 한데 말이지. 코러스의 적절한 활용으로 절정을 견인하는 후반 브릿지가 곡의 하이라이트이니 놓치지 말도록 하자. 내놓는 곡의 면면을 보면 좀 더 유명해져도 될 것 같은데...



(single) 유즈(ゆず) 'マスカット'

< 크레용 신짱 >의 주제가라고 하면 곡의 분위기가 대강 짐작될 것이다. 극장판 중 최고 흥행작이기도 했던 < 나의 이사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 >의 주제가였던 'OLA!'에 이어 3년만의 타이업인 셈. 쉽고 친숙한 멜로디와 프레이즈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편곡엔 TeddyLoid를 맞아들여 일렉트로니카 팝으로서의 정체성도 동시에 가져가는 흥미로운 곡이다. 지나치게 아동 지향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그룹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스타일의 주제가이기도. '지금의 유즈는 어디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다면, 반드시 들어야 할 곡이다.

(single) 미츠메(ミツメ) 'セダン'

플레이버튼을 누르자마자 들려오는 아련한 로우파이 질감의 기타리프.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도쿄 인디신을 지탱해 온 밴드의 음악은 이렇듯 친숙하게 다가와 일순간 파도를 일으키며 듣는 이의 정신을 빼앗아 달아나버리고 만다. 한음 한음 신중히 소리 내어 쌓아가는 탄탄한 합주와 점점 살을 붙여나가는 사이키델릭의 잔상이 일순간 아무도 없는 해변가로 듣는 이를 소환시키는 마법을 선사한다. 가사처럼 "몇번이고 봤을 파도에 마음이 일렁이는 것은 어째서일까"라는 질문의 확실한 정답과 같은 노래.  



(Album) 프렌즈(フレンズ) < コンパチ >


시부야 근방의 어딘가를 이미지한 '신선계'를 표방하는, 보고 있노라면 기분 좋아지는 본격 5인조 친목 밴드가 드디어 선보이는 대망의 첫 정규작. 시티 팝과 디스코, 펑크, 90년대 제이팝을 한데 뒤섞은 듯한 넓은 음악적 바리에이션과 척 하면 척 하고 서로를 서포트해주는 환상의 팀워크를 열두개의 트랙에 걸쳐 선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전과의 리드트랙과는 분위기가 달라 더욱 색다른 디스코 '常夏ヴァカンス', 이들만의 활기가 묻어 나옴과 동시에 트윈 보컬의 진가가 드러나는 'Hello new me', 혼 섹션을 중심으로 1990년대 감성을 편안하고 신나게 풀어낸 'オールタイムラブ!' 등 이전의 스트레이트함과는 또다른 변화구로서의 매력이 지루함 없이 펼쳐지는 한여름의 테마파크 같은 작품이다. 보편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잡아낸, '믿고 듣는 프렌즈'의 완성을 알리는 한 장.


(Album) 모노 노 아와레(Mono no aware) < AHA >

첫 곡 '東京'를 들고 요기 뉴 웨이브스나 네버 영 비치 같은 시티팝 리바이벌 밴드들을 떠올렸다면, 후반부로 갈 수록 그것이 오판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굉장히 넓은 시대를 레퍼런스로 삼아, 보다 입체적으로 이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티팝 뿐만 아니라 90년대 초반을 장식한 플리퍼즈 기타와 같은 원류 시부야 케이, 00년대 이후의 시모키타자와 및 록킹온계 등이 한 앨범 안에서 파노라마 처럼 스치고 지나가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있으며, 밴드는 이 요소들을 캐치한 선율과 중독성 있는 기타 프레이즈, 완성도 높은 합주를 통해 자신들의 바운더리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위화감과 기시감이 한 곡에서 동시에 소용돌이 치는 경험은 흔치 않다. 이 작품엔 그 유니크한 감각이 정체성있게 구현되어 있다. 강력하게 추천함과 동시싱 올해의 베스트로도 손색 없을, 새 시대를 알리는 또 하나의 차임벨. '덧없음'이라는 정서로부터 태어났다고 해도 그 음악은 결코 '덧없지 않다'는 사실, 그래서 음악이 위대한 것임을 그들은 40분 남짓한 시간 속에서 훌륭히 표현해내고 있다.  


(Album) 크로스페이스(Crossfaith) < EX_Machina >

라우드 신의 신흥강자, 크로스페이스! 오는 토요일 펜타포트를 찾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예습해가야 할 바로 그 앨범이다. 일렉트로니카와의 꾸준한 융합시도를 거쳐 그 모양새가 이제 완벽에 도달해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헤비니스 뮤직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쉴틈 없이 내리 꽂는 묵직한 디스토션으로 하여금 그 어떤 앨범보다 후련하게 느껴질 것이다. 복고적인 리프를 신시사이저로 세련되게 표장해 낸 'Catastrophe', 라이브에서 사람들을 미치게 할 공격적인 팜 뮤트 리프의 'The perfect nightmare', 그리고 콜드레인의 마사토와 함께 체스터를 추모하는 커버곡 'Faint' 까지. 굳이 라이브 현장에 있지 않아도 왠지 땀이 흐르는 듯한, 용광로 같은 열기를 담고 있는 밴드의 최고작이다. 


(Album) 데 데 마우스(De De Mouse)


이곳 저곳 에서 떠도는 목소리를 컷 앤 페이스트해 하나의 온전한 멜로디와 음악으로 재건시키는 신기에 가까운 솜씨. 7번째 작품을 발매한 데 데 마우스는 그렇게 독자적인 스타일로 일본 일렉트로니카 신에 장기체류하는 중이다. 비트감과 속도감이 동시에 귓가를 스치는 가운데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보이스가 새로운 청감각을 선사하는 'be yourself', 레고를 조립하듯 음절을 쌓아올린 그 독특함에 집중하게 되는 'Charmed', 디스코의 그루브와 작법의 탄성이 맞부딪히며 생겨나는 마찰력이 인상적인 'Don't stop the dance' 등은 이 무더운 여름을 타파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너무 장르적으로 침잠하지 않는 동시에 오리지널리티와 대중성을 거머쥔, 정체성이 확실한 작품.

매거진의 이전글 제이팝 신보 소개(8월 첫째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