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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27. 2018

제이팝 신보 소개(8월 마지막주)

백 넘버, 미우라 다이치, 램프 인 테렌, 크레바 등


(Single) 백 넘버(Back Number) - 大不正解

다른 걸 다 떠나서, 정말 시미즈 이요리라는 프론트맨은 시대의 멜로디 메이커다. 먼저 알아봤다는게 자랑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2011년 '花束'를 듣고 2015년 브레이크 하기 전까지 '이 밴드는 도대체 왜 안뜨는 거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돔 공연까지 할 정도로 크니 그래도 필자를 이어갈만한 감각은 가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해주는 팀이기도. 그런 그들이 낸 새 싱글은 < 은혼 >의 두번째 극장판 주제가로, 최근엔 보기 힘들었던 업템포의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그래도 이미 '高嶺の花子さん'이라는 걸출한 업템포 히트곡이 있지 않은가. 이번 노래 역시 일렉트로니카 반주를 살짝 얹은 것 이외에 특징점은 그닥 없는 와중에 선율로 조지는 그런 그룹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곡이다. 어떻게 이렇게 쓰는 족족 좋은 멜로디를 쓰는 걸까 하는 강한 의문 혹은 부러움을 가지게 되는, 밴드의 합도 합이지만 시미즈 이요리라는 작곡가는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번 역시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은 새 싱글이다. 하기사 그러니까 뜨는 거지.  


(Single) 미우라 다이치(三浦 大知) - Be myself

지난 앨범 < 球体 >의 총괄 프로듀서임과 동시에 전곡을 작사/작곡/편곡했던 나오와이엠티(Nao'ymt)가 다시 한번 전권을 잡은 23번째 싱글. 나오와이엠티가 누군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덧붙이자면, 코무로 테츠야 이후 주춤하던 아무로 나미에를 < Queen of Hip Pop >과 < Play >를 통해 완전히 부활시켜 놓은 블랙뮤직의 대가 되시겠다. 그런 그가 < 球体 >에 이은 이번 곡에서도 아티스트에 맞춰 댄서블한 신스팝을 공간감 있게 구현하고 있다. 뉴웨이브와 디스코의 영향이 느껴지는 스타일로, '새로운 경지'를 콘셉트로 선보였던 이전 작품과는 다른 친숙한 실루엣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굳이 이 곡을 앨범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싱글로 선보였나 했나라는 생각은 든다. 아예 한 타임 끊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하는 연유에서다. 나쁘지도 않지만 굳이 찾아들어야 되나 싶은 느낌이 지배적인, 릴리즈 시기 및 기획 방향이 조금은 아쉽게 다가오는 싱글이다.

그래도 역시 미우라 다이치는 퍼포먼스가!!



(Single) 야스다 레이(安田 レイ) - Sunny

밝디 밝은 에너저틱한 팝록이 더위를 한발짝 물러서게 만드는 듯 하다. 이국적인 외모에 호기심을 가질 법도 한데, 알고보니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혼혈로서 어렸을 적 어머니가 듣던 우타다 히카루의 음악에 충격을 받아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는 후문이. 창법 자체는 본토의 알앤비에 근접해 있으나, 곡조가 너무 일본틱한 탓에 생겨나는 언밸러스함이 가장 전면에 드러나는 문제점. 록과 현악의 하모니가 빚어내는 파퓰러함은 그것대로 발군이나, 굳이 이 음색을 이런 방식으로 담아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아직까지는 원석의 탐색기간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Single) 프라이데이 나잇 플랜스(Friday Night Plans) - UU

이 정도면 자국 대중들은 거의 '스루'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에 가깝다. 트랩, 하우스, EDM, PBR&B 등 최근의 트렌드들이 촘촘히 엮여있는 가운데, 숨을 쉬는 듯 가사와 멜로디를 내뱉는 싱어의 목소리가 제법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여전히 홈페이지는 따로 없고 위키피디아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새로운 힙스터의 숭배자로 그녀를 주목하고 있는 중. 영화 스코어를 샘플링한 듯한 임팩트로 시작해 시종일관 음울한 비트와 신스루프가 곡 전반을 지배하며,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 반복되는 멜로디와 음색, 그리고 후반 1분을 남겨놓고 또 한번 급격하게 변화하는 곡 구성은 그야말로 획기적이며 혁신적이다. 서두에 썼듯 이건 완벽히 자국 신의 니즈와 빗겨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동작용으로 수많은 팬을 만들 수 있을 만한 고무적인 결과물이기도. 싱글이 이러면 앨범은 또 얼마나 멋질거야.


(Single) 램프 인 테렌(Lamp in Terren) - Water lily

초반에 주목을 확 받고 시작한 젊은 밴드들은 좀처럼 그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다. 10대 밴드 및 아마추어들을 위한 대표적인 오디션이라면 아무래도 < 閃光ライオット >나 < RO69 JACK >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해마다 혹은 반기마다 우승팀을 뽑아도 인기밴드 반열에 올라 오랫동안 활동을 지속하는 팀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으니까 말이다. 램프 인 테렌도 2015년 < RO69 JACK > 그랑프리 이후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나 좀처럼 성과가 안나는 팀 중에 하나기도 하다. 허나 이번 싱글은 커리어의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는 듯한 도전적인 작품으로 마감질 되어 있다. 록의 색채는 줄이고 우치코미를 전면에 도입, 리얼 세션을 가미한 일렉트로닉에 가까운 노래로 완성되어 있으며 중간에 부각되는 비트감이 기존의 팬들을 아쉽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다. 후렴구에서는 코러스와 리버브를 통해 확실한 하이라이트를 만들고 있으며, 그렇게 주목시킨 사람들의 시선을 치고 빠지는 구성으로 끝까지 붙들고 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전의 이들과는 완벽히 선을 긋는 듯한 제2장으로의 서막. 아직 젊으니, 어디든 갈 수 있을테다. 뭐 약간 요네즈 켄시 노래들이 떠오르는 것만 흠이라면 흠이까나.


(EP) 크레바(KREVA)  < 存在感 >

작년 한해 킥 더 캔 크루를 급 재결성해 한바탕 뛰어놀고 난 후에 다시금 내놓는,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1년 반만의 새 작품.(킥 더 캔 크루도 사실 다음주에 싱글이 나오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서정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Intro'를 지나면, 그 키보드를 트랩 사운드의 주축으로 옮겨가며 시대에 충실하려는 애티튜드의 트랙 '存在感'이 이어진다. 티아이(T.I)가 떠오르는 랩-보컬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이어오며 느끼는 여러 고민과 그에서 비롯되는 공허함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범위가 좋은 만큼 그것들을 소중히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俺の好きは狭い', 드래곤볼 7개를 모으면 다른 것보다 건강하기를 빌겠다는 건강예찬론 '健康' 등 자신의 가치관이 에두름 없이 정직구로 날아오는, 크레바라는 뮤지션이 깊게 투영되어 있는 밀도 있는 EP.


(Album) 코조에(Kojoe) < 2nd Childhood >

올해 제이팝 신보 코너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블랙뮤직이 성행하고 있는 와중에 타국인으로서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 리뷰의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지금 소개하려는 코조에도 마찬가지. 현지에서도 메인스트림은 아닌데다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힙합 뮤지션은 더더욱 알려지기 힘든 상황이니 소개하나마나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기를 쓰고 실어야겠다 생각이 드는 건 바로 이런 앨범이 올해 들어 밥먹듯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일본 힙합 신의 앤섬으로 군림했던 'Boss RuN DeM'이 담겨있는 < here > 이후 선보이는 신작은 피처링을 최대한 줄임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는, 동시에 전체적인 일관성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작품으로 완성 되어 있다. 랩과 보컬을 넘나드는 스타일있는 가창이 수준급 비트메이커들의 작업물과 마주치며 생겨나는 시너지는 최근 목격한 어느 블랙뮤직 작품보다도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가 아무리 외쳐본들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닿을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블랙뮤직 신은 일을 만들어 낼 어느 '그 순간'을 위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내가 어림잡아 봤을때, 그리 멀지 않았다.


(Album) 모리야마 나오타로(森山 直太朗) < 822 >

'さくら'가 벌써 몇년전인지... 대학생 때 누가 뭐라던 꿋꿋하게 노래방가서 부르곤 했었는데... 그렇게 남들에게 나의 사회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모리야마 나오타로의 (그새) 11번째 정규앨범. 사실 'さくら' 이후 그 정도, 아니 그 반만큼도 뜬 곡이 없어서 원 히트 원더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지만, 이렇게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가며 좋은 곡들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전엔 그 가성이 굉장히 특이하달까 뭔가 독특하게 들렸는데, 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뭔가 가슴을 울리는 그런 깊은 내공이 쌓인 듯한 느낌이다. '人間の森' 같은 사람들의 삶을 관통하는 노래를 들으면, 더더욱 그의 음색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을 터. 어느 샌가 익고 익어 깊은 맛과 향기를 낼 수 있게 된 그의 목소리가 한껏 담겨 있는 이 작품을 굳이 외면하고 싶지 않아 이번 코너를 통해 소개한다. 소모적인 음악에 귀가 지쳐있다면, 이 앨범을 꼭 들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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