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Sep 17. 2018

제이팝 신보 소개(9월 셋째주)

야엘, 센토치히로치치, 패스코드, 키노코테이코쿠 등

지난주는 부득이하게 한주를 건너뛰었습니다...

주간연재란 것이 정말 녹록치 않음을

다시 한번 느끼며...

조금이나마 기다리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ㅠㅠ


아침에 SBS 모닝와이드에 코멘트를 하긴 했지만,

제이팝의 여제, 아무로 나미에가 어제부로 은퇴,

가수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공연 한 번을 직접 보지 못한것은 아쉽지만,

그녀가 걸어온 길을 알기에

이제는 부디 편하게 쉬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일반인 아무로 나미에도

지금과 같이 응원하겠습니다!



(Single) 야엘(yahyel) 'TAO' 역시 오묘하면서도 심오하다. 심연의 세계로 청자를 잡아끄는 듯한 몇달 전의 내한공연이 아직 뇌리에 남아있는데, 이번 곡 역시 초반의 베이스 라인과 신스 루프 부터가 심상치 않다. 나지막히 시작되는 노래와 정체 모를 소스들로 살을 붙여가는 사운드 메이킹이 팀의 색깔을 아주 짙게 나타내고 있다. 소리의 철옹성을 쌓아가듯 견고해지는 외관은 절정으로 치달아갈수록 듣는 이를 무아지경으로 안내하며, 처음과 끝이 너무 다른 탓에 다시금 이 곡이 그 곡이 맞나 확인 차 반복재생하게 만드는 영리하면서도 중독적인 곡이다. 올해 야엘이 내놓는 결과물들은, 정말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

(Single) 센토치히로치치/아이나디엔드

(セントチヒロ·チッチ/アイナ·ジ·エンド) '夜王子と月の姫/きえないで'

'악기가 없는 펑크밴드' 콘셉트의 아이돌그룹 비쉬(BiSH)에서 중추를 맡고 있는 두 멤버의 솔로 데뷔작이 되는 양 A면 싱글이다. 아이나디엔드야 몬도 그로소(Mondo Grosso)의 작품에 피처링하는 등 가창력으로 정평이 나 있던지라 이쪽을 더 주목해서 보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 망치로 머리를 땅 하고 얻어 맞았다. 그룹에서 가장 아이돌미 뿜뿜한 멤버로 정평이 난 센토치히로치치가 부른 노래는 밴드 고잉 스테디가 2002년 발표했던 노래를 커버한 것으로, 요즘 주목받는 여성 3인조 밴드 리걸 리리(リーガルリリー)의 편곡을 통해 장장 7분 50초의 이르는 곡으로 재탄생했다. 리걸 리리의 포스트록/사이키델릭의 기조가 그대로 살아 있는 장대한 작품으로 변모해 있으며, 심연의 어딘가에 있는 사운드와 대비되는 청량한 아이돌 보컬의 대비가 재미있는 시너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아이나디엔드는 자신의 자작곡으로 승부, 이쪽도 카메다 세이지라는 거물의 편곡을 등에 업고 뛰어난 보컬역량을 보여주고 있으나 기존의 '잘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게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워낙에 센토치히로치치의 곡이 임팩트가 커서... 어쨌든 솔로작이 담고 있어야 할 전략적인 측면이 아주 잘 담겨 있는 싱글이다. 그룹의 그림자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미덕.


센토치히로치치의 곡은 여기!
아이나디엔드의 곡은 여기!

(Single) 패스코드(PassCode)

'Tonight/Taking you out'

이들 역시 장르 특화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다. 베이스는 라우드록과 EDM의 결합, 심(SiM)이나 피어 앤 로딩 인 라스베가스(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초장부터 터져나오는 신스루프와 샤우트가 이들의 지향점을 관철하는 강렬한 사운드의 'Tonight', 8비트 킥드럼의 인트로, 휘몰아치는 연주가 캐치한 선율과 좋은 합을 이루고 있는 'Taking you out' 모두 그냥 흘려보내긴 아까운 높은 완성도의 곡들이다. 록 아이돌의 범람이 하루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와중에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하고 있는 팀의 근간은 바로 높은 완성도의 곡들일 터. 마침 10월에 내한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니, 관심이 간다면 후회하지 말고 공연장을 찾도록 하자.


(EP) 아이 돈 라이크 먼데이즈

(I Don't Like Mondays)  < A Girl in the City >

알앤비, 디스코, 펑크(Funk) 등을 기반으로 그루비한 세계관을 풀어놓는 4인조 밴드의 6곡 들이 EP. 음악만 들어서는 밴드라는 것이 쉬이 상상이 되지 않지만, 최근 일본음악신의 주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시티팝과 블랙뮤직을 잘 섞어 트렌디한 결과물을 내는데 있어 능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보컬 유의 감미로운 음색과 서정적인 기타 솔로잉이 코러스를 동반해 도시의 밤풍경을 선사하는 'A Girl in the city', 업템포의 기분좋은 리듬감이 온몸을 감싸는 'One Thing' 등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본인들의 역량을 아쉬움없이 담아내고 있는, 최근의 일본음악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소개할 때 들려주고 싶은 앨범.


(ALBUM) 키노코테이코쿠(きのこ帝国)

< タイム·ラプス >

< 愛のゆくえ >에서 다시금 우울을 머금더니 대뜸 첫 곡부터 이렇게 밝을 수가 없다. 밴드 결성 10주년을 맞아 릴리즈한 메이저 3번째 앨범은 < 猫とアレルギー >(2015)의 따뜻함과는 또다른 쿨함을 전면에 내건다. 브릴리언트 그린의 잔상이 남는 '&', 에브리 리틀 씽의 모치다 카오리을 떠오르게 하는 창법의 'ラプス' 등 어느 때보다도 제이팝이라는 카테고리를 반영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는 것도 특징.


'Thanatos'에서의 폭발력, '사람이 고독에도 익숙해져 버리는 것은, 어째서일까'라고 읊조리는 '傘'에서의 쓸쓸함과 같은 정서는 인디 시절의 그것과 비견해볼만 하지만, 이 작품은 어쨌든 '지금의 버섯제국'이 느끼는 것들을 풀어놓은, 과거에 얽매여 있지 않은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수록곡들의 완성도가 하나 같이 높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뛰어난 균형감은 이 앨범은 추켜 세우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ALBUM) 우소토카메레온(嘘とカメレオン)

< ヲトシアナ >

사실 새로울 것 없는 댄스록임에도, 충실한 연주와 특출난 팝 테이스트의 조화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곡들을 들려주고 있다. 2014년 결성 이후 선보이는 메이저 데뷔작으로서, 보컬 챠무의 또렷한 존재감과 더불어 스피디하면서도 탄탄한 합주가 발군. 의욕충만이어서 그런지 러닝타임 전체적으로 쉬는 구간 없이 달리고 달리기를 반복하며, 그 탓에 조금은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런 이유만으로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밴드가 폭발시키는 에너지의 열량이 어마어마하다. 이쪽도 앨범보다는 라이브를 통해 진면목이 확인될 것 같은 이들로, 페스티벌에서의 모습을 확인하기 전까지 확실한 판단은 보류토록 하겠다. 오랄 시가렛과 같은 과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리.


(ALBUM) 소프트터치(ソフトタッチ) < リビルド >

2003년에 해산, 2016년에 재결성한 후 긴시간을 뛰어넘어 선보이는 세번째 작품. 투박한 듯 하지만 진정성 있는 록 사운드가 자극적이진 않으나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삼삼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것이 이색적이다. 그럼에도 뭔가 익숙함이 느껴져 크레딧을 뒤져봤더니 반가운 이름이 발견! 바로 공동 프로듀서로 기재되어 있는 아지캉의 고토 마사후미다. 무심하게 손을 건네는 어색한 상냥함과 같은 정서에 있어 그의 영향이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멜로디의 고저가 거의 없음에도 맘 속에 무언가를 몽글몽글하게 하는 'Out of the window', 아지캉의 'Easter'가 떠오르는 인트로가 재구축의 의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リビルド' 등 조바심내지 않고 들으면 분명 무뎌져 있던 감각이 하나둘 깨어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마치 새로 피어나는 꽃망울의 소리들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제이팝 신보 소개(9월 첫째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