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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Sep 26. 2018

제이팝 신보 소개(9월 넷째주)

호테이 토모야스, 후지와라 사쿠라, 쿠루리 등

(Single) 호테이 토모야스(布袋寅泰) '202X'

"넌 이미 죽어있다"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만화 < 북두의 권 > 35주년 기념행사와 연계해, 이전에도 작품과 관련된 작업 전력이 있던 호테이 토모야스가 재차 팔을 걷어 붙였다. 기념 테마송으로 낙점된 신곡은, 레전드 밴드인 보위 출신이자 일본의 대표 기타리스트로 일컬어지는 그의 스트레이트한 연주로 작품의 세계관을 생생히 구현한 호쾌한 작품. 에두름 없는 하드한 리프와 정교한 속주가 연달아 펼쳐지는 전개가 마치 켄시로의 하드보일드한 액션을 보는 것과 진배없는 체험을 선사할 터. 한 분야를 통달한 자가 작품의 이해를 동반했을 때 선보일 수 있는, 목적과 음악성의 조화를 훌륭하게 이뤄낸 수준급 록 트랙이다.


(Single) 태영 보이(Taeyoung Boy)

'Ain't nothing(feat. Friday Night Plans)'

재미삼아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트랙이 한순간에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랩신에 신진 세력으로 떠오른 태영 보이. 이제 막 2년을 갓 넘긴 이력이 믿기지 않을 만큼 유려한 랩-보컬 스타일과 비트에 대한 선구안이 그를 주목받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번 싱글은 최근 해당 코너에서도 자주 소개하고 있는 동료 신예인 프라이데잇 나잇 플랜스과의 케미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일면을 선사하고 있다. 멜로우함을 기저에 깔고, 대화를 하듯 주고 받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노래.



(Single) 카리스마닷컴(Charisma.com)

'Introduction的な'



디제이를 맡고 있던 곳치의 탈퇴와 함께 연초에 활동중단을 선언한 이후, MC 이츠카 1인 체제로 재정비한 일렉트로니카-힙합 유닛의 복귀 싱글이다. 빠른 템포에 리드미컬하고도 공격적인 래핑이 주를 이뤘던 이 전의 프로모션 트랙들과는 달리, 보다 차분한 어조로 새롭게 태어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 보컬파트의 비중을 이전보다 늘려 보다 대중적으로 다가가려 하였으며, 때문에 기존 카리스마닷컴의 노래를 좋아했던 이들에겐 다소 낯선 일면으로 비춰질 여지도 다분해 보인다. 일단은 재시동을 위한 예열 정도로 보면 좋을 듯.

(EP) 후지와라 사쿠라(藤原 さくら) < red >

음색 하나로 소름 돋게 만드는 신예 싱어송라이터의 반년만의 EP이자 < green >의 연작. 여전히 마바누아(mabanua)가 전체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으며, 프로듀서의 뛰어난 지휘가 '기타를 든 싱어송라이터'에서 그녀를 해방시킴으로서 보다 자유로운 뮤지션이 되어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목소리가 리드미컬한 비트와 함께 귀를 간지럽히는 'Lovely night', 나일론 기타와 공간감 있는 스네어, 오르간 소리가 보컬과 이중창을 이루는 듯한 'また明日', 청명한 키보드가 상쾌한 바람처럼 느껴지는 'New day' 등 어떤 스타일이든 자신의 브랜드로 풀어가는 해석력이 탁월하게 다가온다. 7월에 내한했을 때 라이브를 봤어야 했는데... 큭 ㅠㅠ


(Album) 쿠루리(くるり) < songline >

남북정상회담이나 북한관련행사가 있을때마다 빠지지 않고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평양냉면이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쿠루리의 새앨범을 듣다 문득 평양냉면 생각이 났다. 밴드의 최근작들은 처음 들으면 뭔가 좋은건지 아닌건지 그 슴슴함에 갸우뚱하다가도, 청취가 거듭되다보면 느껴지는 그 장인정신이 깃든 진한 맛에 중독되어 버리기 때문. 이번 앨범은 특히나 그렇다. 2010년 이후 나온 < 坩堝の電圧 >(2012)나 < The Pier >(2014) 모두 격렬하거나('everybody feels the same'이라던가) 발칙한('Liberty & Gravity'라던가) 한방이 숨겨져 있었던 반면, 신보는 유독 잔잔하게 흘러가기 때문. 그럼에도 사이키델릭함을 한가득 실은 'その線は水平線', 카펜터스가 떠오르는 실내악 편곡의 'landslide'의 초반 두 곡은 그러한 잔잔함 속에 무지막지한 파도가 숨어 있음을 짐작케 하는 결과물들이다. 뒤이어 서던 록의 정취가 스며있는 'ソングライン', 광활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자랑하는 'だいじなこと' 등 밴드표 실험작들이 사람들과 무리 없이 섞일 수 있게끔 하는 마법과 같은 멜로디메이킹과 편곡, 연주로 잘 마감질 된 '역시나' 걸작. 일정 주기로 생각날 것만 같은 정말 평냉같은 앨범!


(Album) 코레사와(コレサワ) < コレでしょ >

작년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재능과 역량을 겸비한 싱어송라이터의 두번째 앨범. 소재나 표현법이 다소 평이해져서 그런지 전작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결과물이라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분명 본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테지만, 들을 수록 자꾸 아이코가 겹쳐진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크게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그래도 동시대 여성들의 감정을 잘 반영하고 있는 노랫말과 그런 정서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개성있는 음색이 그의 희소성을 여전히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랄까. 지금까지는 정체성 구축이라고 친다면, 진정한 승부처라고 볼 수 있는 지점이 바로 다음 앨범이 아닐까 싶다. 부디 좋은 아티스트로 롱런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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