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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10. 2018

제이팝 신보 소개(10월 둘째주)

미스치루, 럭키 테잎스, 토후비츠, 네버 영 비치

네버 영 비치(never young beach)

‘うつらない/歩いてみたら’

3집 < A Good Time >에사의 활달한 모습은 어디갔는지, 이번엔 느긋하고 단출한 연주와 가창으로 한여름 낮의 여유를 재현하고 있다. 4인조 재편 후 첫 작품은 밴드의 영역을 한 곳에 가둬두지 않겠다는 신념을 담아낸 슬로우 넘버. 이 곡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가스펠에서 끌어온 풍성한 코러스다. 'うつらない'가 바닷가 한 가운데 선베드를 놓고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이라면, '歩いてみたら'는 잠깐 바닷가를 거닐며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장면이랄까. 본인들의 전매특허 록 사운드와 성가대 스타일의 합창이 무리 없이 어우러지는 것이 이들 음악의 기반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시도에 걸맞는 만족스러운 결과물.


엠플로(m-flo) ‘Mars drive’

작년 리사가 재합류한 이후 본격적인 3인 체제로의 시동을 거는 새싱글. 초반부터 타이트하게 몰아붙이는 리사의 래핑이 기존 보컬과 랩의 포지션 구분을 무너뜨리며 또 다른 엠플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일 또한 트렌드보다는 그룹 본래의 사운드에 보다 맞닿아 있으며, 키보드 루프와 함께 익숙한 댐핑의 비트로 하여금 초창기의 그들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부담없이 들을 수 있을만한 댄스–랩 뮤직.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 < 重力と呼吸 >


사실 아쉬운 점이 많은 앨범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미스치루'의 신보이며, 전작은 커리어를 통틀어봐도 손에 꼽을 만한 < REFLECTION >이라는 명반이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밴드 포맷으로의 집중은 이번 작품에서 정점에 달한 느낌이며, 현악과 록 사운드가 대등하게 부딪히는 'Your Song', 초반 리프에서 퀸이 느껴짐과 동시에 유례없는 화려한 솔로 간주가 삽입된 'day by day'가 그 증거다. 이처럼 조금씩 정진해 온 변화의 결실을 보여주고 있으나, 기대감을 완전히 충족시키는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인 중론이다. 대부분의 곡들이 좋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간 창작이 거듭되며 형성된 몇몇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그것이 미스치루 만의 정체성이며 완성도 역시 기본 이상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Singles'는 '斜陽’의 인트로에 '名もなき詩'의 선율을 붙인 느낌이며 '箱庭'는 1990년대의 그들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곡이기도. '秋がくれた切符'는 '彩り', ’水上バス', 'ポケット カスタネット' 등의 곡들이 연달아 떠오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 '미스치루'이기의 작품이기에 나오는 불평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던 < REFLECTION >에 비하면 조금 더 안정을 택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스피디하면서도 세련된 기타 록 '海にて, 心は裸になりたがる', 여전한 선율의 힘을 명징히 발하고 있는 'here comes my love', 극적인 구성미학을 스케일 크게 보여주는 'himawari' 등 다시금 클래식이 될 수 있는 노래들이 즐비한 것도 사실.


뭐, 매번 그랬던 거 같다. 이 곡은 과거의 어떤 곡 같고 이 곡은 또 어떻고... 하다가도 결국 새로운 곡들이 새 시대의 스탠다드로 정착되는 모습을 25년이 넘게 봐온 것 아닌가. 고로 위의 불평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되겠다. 10곡이라는 짧다면 짧은 러닝타임 동안 본인들의 대중성을 응축해 폭발시키고 있는, 밴드 커리어의 업적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가 되지는 않을 작품이다. 정말, 세월을 타지 않는 이렇게 좋은 곡들을 매번 발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울 따름.


럭키 테잎스(Lucky Tapes) < Dressing >

일단 레코딩 상태가 압도적. 틀자마자 들려오는 생동감과 생명력이 넘치는 연주 사운드가 듣는 이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작사/작곡를 포함해 넓은 시야를 가진 프론트맨 다카하시 카이의 셀프 프로듀싱으로 완성된 메이저 데뷔작은 여태까지의 커리어를 망라함과 동시에 드디어 밴드의 완전체를 드러내보이는, 2018년이라는 해에 확실한 발자국을 남기는 결과물이다. 재즈 터치가 가미된 키보드와 레트로 느낌의 신시사이저, 삼연음과 정박을 오가는 트리키한 드러밍에 바시의 인상적인 랩 피쳐링까지 더해져 삼위일체를 보여주는 'COS'만 들어봐도 이 앨범에 대한 고평가를 내리기에 충분하다. 관악세션의 재기넘치는 활용과 그루브감 넘치는 베이스와 드러밍이 황홀경으로 몰고 가는 'Balance', 공격적인 디스토션의 활용이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Gossip'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려내는 '럭키 테잎스'란 자유로움이 듣는 이에게 사무치게 다가오는 걸작이다. 제발 단독 내한 공연 좀!


토후비츠(Tofubeats)  < Run >

착실한 활동을 통해 어느덧 대세의 자리까지 올라온 가수 겸 트랙메이커이자 프로듀서 토후비츠의 네번째 정규작. 게스트 보컬을 적극 초빙했던 전작과 달리 모든 보컬을 도맡는 등 본인만의 스타일을 보다 밀도 있게 구현하고자 했다. 칩멍크 효과와 오리엔탈 느낌의 신스리프, 잘개 쪼갠 비트가 대중적인 선율과 정확히 맞물리는 'ふめつのこころ', 90's 힙합을 떠올리게 하는 댐핑과 샘플링 사용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MOONLIGHT', 'You make me acid'라는 가사 하나를 놓고 다양한 확장과 변용을 꾀하는 사운드 실험 'You make me acid', 키보드 반주에 여백이 많은 비트로 이루어진 미니멀한 반주위로 여느때보다도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Dead Wax' 등 자신의 이름 안에서 정체성을 놓지 않은 채 최대한의 버라이어의감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의 아이덴티티와 대중성이 조화된 듣기 편한 일렉트로니카 앨범을 찾는 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작품.


오리사카 유우타(折坂 悠太) < 平成 >

"재밌네". 만약 백종원이 이 앨범이 맛으로 구현된 요리를 먹고 있었다면, 아마 이 말을 뱉지 않았을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작품이 그저 흥미를 끄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민속음악의 창법을 구현하는 독특한 보컬 스타일과, 포크나 재즈를 넘어 보사노바와 스윙, 라틴과 힙합 나아가 요들송 까지 끌어들이는 미친듯한 포용력을 보여주는 음악이 러닝타임에 걸쳐 너무나 맛있게 버무러져 있다. 사실 작년 아뮤즈 코리아의 쇼케이스 일환으로 한국을 찾았던 신예인데, 뒤이어 나온 신보가 이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어 놀라울 따름. 이건 정말 듣지 않으면 설명이 안되는 결과물들이기에 이 글을 보는  분들은 반드시 함께 들어보고 그 느낌을 공유했으면 한다. 대중성으로는 호시노 겐, 음악으로는 토쿠마루 슈고가 떠오르는, 물론 그것만으로도 설명이 부족한 놀랄만한 재능의 소유자가 선사하는 전혀 새로운 차원과 감각의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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