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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06. 2019

[19년 2월 둘째주] 주간 제이팝

2주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번주는 왠지 뮤직비디오가 없는 곡들이 많네요.

혹시 링크를 알고 계신 분들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금주의 Pick - Single

지유우바치(女王蜂) '火炎'

재미있는 트랙이다. 여태까지 밴드가 구사해왔던 스타일과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곡으로, 잘게 쪼갠 비트와 드랍을 통한 전개로 하여금 EDM과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정립한 새로운 공식을 구사하고 있다. 오리엔탈의 감성을 살린 요소들과 1인 다역을 연기하는 듯한 아부의 다채로운 음색, 반복되는 부분 없이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새로운 조합을 모색하는 반주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으로 여태까지 선보인 밴드의 결과물 중 음악성과 대중성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조화되어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활발한 활동으로 벼려온 날을 제대로 휘두르는 듯한 날카로운 한방.


아이비 투 프레듈런트 게임(Ivy to Fraudelent Game) 'Memento mori'

확실히 갑자기 많이 보인다 싶은 이름들은 음악을 들어보면 '과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2010년 결성 이후 서서히 메인스트림으로의 전진을 가속화하고 있는 4인조의 밴드의 이번 싱글은, 이미 밀도 있는 완성형의 자신들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결과물로 가득 차 있다. 언젠간 죽음을 맞이할 것이기에 불안과 같은 무의미한 것들은 웃어넘기자고 이야기하는 'Memento mori'도 강렬하지만, 6분에 육박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나지막한 독백 '低迷'의 처절함과 우울함, 그리고 그 너머 보이는 작지만 강렬한 빛은 그야말로 듣는 이를 압도한다. 단 세 곡임에도 어느 한 곡, 1분 1초 허투르게 담겨 있지 않은, 마치 앨범 하나를 들은 듯한 농후함을 보여주는 싱글.

슈단코도(集団行動) 'The Crater'

프로젝트 그룹 상대성이론 출신의 마베 슈이치와 니시우라 켄스케가 여성 아이돌 그룹 오디션 < ミスiD2016 >의 파이널리스트엿던 사이토 리나를 보컬로 맞아들여 새롭게 결성한 밴드.


청량감 있는 음색과 팝적인 센스가 뛰어난 마베 슈이치의 조합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으며, 비슷한 케이스로 아이돌 출신의 멤버를 보컬로 맞아들인 아카이코엔의 경우 아이돌캐릭터가 많이 드러나는 반면, 이쪽은 전혀 그런 내색 없이 기성가수와 같은 창법으로 듣는 이의 부담을 덜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짧은 활동기간에도 앨범이 두장이나 나와 있으니, 관심이 생긴다면 이쪽도 한번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 작품 - single

블랙 베이스(Black Bass) 'Sentosa'

최근 크루 형식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일본의 힙합신. 이들도 음악을 비롯해 비디오디렉터, 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멤버까지 총 7명으로 활동중인 창작집단 중 하나다. 유럽의 트렌드에 밀착한 사운드와 랩을 중심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그들과의 첫인사를 나눌 수 있는 업템포 트랙. 기존의 힙합 신과는 명확히 선을 긋는, 또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의 출사표.    


미와(miwa) 'run fun run'

유이를 잇는 포크록 싱어송라이터에서 이지 리스닝 중심의 전천후 팝뮤직 메이커로. 리얼세션을 최소화하고 댄서블함을 강조한 이번 곡 역시 '파퓰러 싱어'로서의 그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곡이다. 덕분에 접근성은 높아졌으나 중구난방스러운 느낌은 여전. 멜로디 측면에서도 인상적인 지점이 없어 인지도 대비 음악적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느낌이다. 작년 베스트앨범 발매와 열애설로 인해 하락세의 흐름을 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이 작품이 그 하락세를 가속화시키는 건 아닌가 싶은 우려가.   


금주의 Pick - Album


딘 후지오카(DEAN FUJIOKA)

< History in the Making >


호시노 겐은 뮤지션 출신 답게 자신만의 명확한 음악적 지향점을 승부수로 삼았고, 스다 마사키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방랑자의 캐릭터에 맞는 록 뮤직을 통해 가수로서의 활로를 성공적으로 열어젖혔다. 그렇다면 또 한 명의 대표적인 겸업가수인 그의 경우는 어떠한가. 많은 이들이 일본 음악은 세계적인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크게 관심이 없는 것뿐이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세련된 사운드가 동반된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중론인데, 이 작품은 이런 나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좋은 '팝' 앨범으로 자리한다.


사실 배우로 데뷔해 이후 가수로 데뷔하는 이들이 의례 그렇듯, 가창력 측면에서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다. 대신 때깔나는 사운드와 상향평준화 되어 있는 앨범의 퀄리티로부터 '아뮤즈'라는 거대 기획사의 자본력이 뿜뿜. 전반적으로 EDM이나 퓨쳐 베이스와 같은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DJ 리드의 댄스 뮤직의 기조를 따르고 있으며, 무리하게 일본 특유의 정서를 삽입하려 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 맘에 든다. 솔직히 우리나라가 유행에 민감하네 어쩌네 해도 파고 들어보면 제대로 된 앨범 한장 만나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평소에 관심 없다가도 각 잡고 하니 이런게 띡 하고 나오네. 역시 일본의 음악적 저변이란.

후지패브릭(フジファブリック) < F >

이 신보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후지패브릭은 꾸준히 좋은 노래를 만들어왔구나. 솔직히 이 팀을 잘 안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다. 내가 처음 그들의 음악을 접한 것이 2010년 작인 < STAR >, 밴드의 상징과도 같던 시무라 마사히코가 세상을 달리한 후였기 때문이다.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고 그때의 후지패브릭과 지금의 후지패브릭이 결코 같다고는 할 수 없는 지금이지만, 시무라 마사히코의 리드로 다섯장의 앨범을 남겼듯 야마우치 소이치로 역시 다섯번째 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시점에서 더욱 뚜렷해진 것도 있다. 사쿠라이 카즈토시가 없는 미스치루나, 후지와라 모토오가 없는 범프 오브 치킨, 노다 요지로가 없는 래드윔프스는 성립할 수 없다고 해도 시무라 마사히코가 없는 후지패브릭은 이제 존재할 수 있음을 말이다.


"작별인사조차 고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지만, 꿈으로 엮어낸 소리는 잊지 말아줘"


'手紙'의 가사는 지극히 미래로 향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 과거가 남긴 흔적들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동반한다. 삶에 대한 고찰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한 탐구가 이어지는 '破顔'의 웅장함, 디스코 리듬이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댄스튠 'Let's get it on', 카나자와 다이스케의 키보드가 곡을 진두지휘하는 '恋するパスタ', 블랙뮤직과 현악의 조화가 이들의 진화를 확인케 하는 '東京' 등 밴드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을 유지하면서도 정해진 틀 없이 여러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오리지널리티를 한단계 더 쌓아나가는 그들이 러닝타임 속에 켜켜이 자리해 있다. 순탄치 않은 커리어를 지나온 이들의 데뷔 15주년에 걸맞는 의미있는 작품으로서 자리하는 열번째 작품.

미야케(MI8K) < Cupid Power >

보컬로이드 프로듀서의 메인스트림 진출이 본격화 될 2019년! 그 시작을 알리는 작품 중 하나다. 2012년에 니코동에 투고를 시작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히트메이커가 된 그의 첫 전국 유통반이자 4번째 작품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일본 음악신을 순항중이다.


2015년 이후 나오는 앨범인만큼 그간 니코동에서 조회수 10만을 넘겨 보컬로이드 전당에 들어간 'ラブ&デストロイ', '嗤うマネキン', 'もぬけのからだ' 과 같은 곡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으며, 전반적으로 해당 신 뮤지션들의 공통적인 장점이기도 한 섬세한 표현력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음악적 자유로 짜임새 있게 차려낸 성찬같은 작품.


그 외 작품 - Album

마호소죠니나리타이(魔法少女になり隊) < A >

독특한 세계관과 더불어 멤버간 뚜렷한 개성이 오묘한 매력을 발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팀인데, 어째 작품 측면으로는 전보다 흡입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믹스쳐 라우드 록을 지향하는 팀들이 의례 그렇듯 구사하는 사운드의 톤이 전반적으로 비슷할 수는 있으나, 멜로디나 구성, 연주가 예상 범주안에 들어오는 탓에 듣는 재미가 반감된다.


메탈을 빡시게 도입한 'ピーポーフーウィーラブラブ'나 신시사이저의 폭주로 맛깔나는 트랜스르 구사한 'エレクトリカルキャンドル' 같은 후반부가 초반의 프로모션 트랙들보다 흥미롭게 다가온다는 점은 상기할 필요가 있을듯.   


사카이유우(さかいゆう) < Yu Are Something >

블랙뮤직과의 거리를 갈수록 좁혀가는 사카이 유의 5번째 정규앨범. 개인적으로 대중성과 장르적 매력이 잘 조화되었던 < How's it going >(2012) 정도의 밸런스감을 선호하기에, 이번 작품 역시 조금 넘치는 느낌이 들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LA와 뉴욕에서 일부 진행된 레코딩, 존 스코필드와 레이 파커 주니어 등 쟁쟁한 네임밸류를 가진 뮤지션의 세션 참여 등 의욕은 잔뜩 들어있지만, 정작 곡의 매력이 떨어지고 음색 또한 짙은 테이스트의 반주와 어깨를 겨루기엔 다소 옅은 탓에 본인의 의도했던 시너지가 제대로 우러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간의 명확한 구분이 지금의 사카이 유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웰메이드이긴 하나, 웰메이드이면 뭘하나 건강을 너무 고려한 나머지 맛이 없는데.  


더 쉬즈 곤(The Shes Gone) < DAYS >

간결하면서도 공간감 있는 사운드 구사, 사랑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가사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밴드의 첫 미니앨범. 최근 몇년간 마이 헤어 이즈 배드나 아이묭 같이 남성이 여성의 입장에서 혹은 여성이 남성의 입장에서 쓴 듯한 가사들을 통해 이성의 대중에게 꽤나 큰 반향을 일으킨바 있는데, '想いあい'를 들으면 이들 또한 그러한 흐름에 있는 팀임을 알게될 터.


초반부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곱씹을수록 진해지는 정서가 인상적이며, 후반부로 갈수록 과도한 디스토션 없이 커다란 스케일감을 선보이는 편곡역량에도 시선이 간다. '想いあい' MV의 유튜브 조회수가 벌써 237만회를 훌쩍 넘었으니,  그 매력을 알아차린 사람이 나뿐만이 아닌 것은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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