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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10. 2019

[19년 2월 셋째주] 주간 제이팝

이번주부터 박터지네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주목할만한

신보가 쏟아져나오는 시기입니다.

싱글도 싱글인데 2월의 앨범 라인업이 자비 없으니

많이들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금주의 Pick

(Album) 더 페기즈(the peggies)

< Hell like Heaven >

가장 이상적인 팝록의 모습을 품고 있는 의미있는 메이저 데뷔작.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팀의 가장 큰 미덕은 '기본기'다. 탄탄한 송메이킹과 아이디어가 적재적소에 투입된 연주와 편곡, 여기에 탄탄한 합주가 보여주는 안정감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들어가며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듯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9번 트랙인 'Fortune'과 12번 트랙인 '明日'를 제외하고는 모두 업템포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라이브에 와 있는 듯한 활기를 전달해주며, 이로 인한 앨범으로서의 일관성과 완성도는 덤. 팀의 앤섬으로 자리잡을 듯한 중독적인 후렴구의 'マイクロフォン', 빈티지한 신스를 기저에 두고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파트가 단단히 뒤를 받쳐주는 'はちみつ', 인디즈 대표곡임과 동시에 풋풋함이 엿보이는 'LOVE TRIP' 등 러닝타임 중 어느 부분을 플레이해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쉬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노래하는 키타자와 유우호의 보컬 역시 의외의 호소력을 동반하고 있어 동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바. 2019년의 앨범이 너무 빨리 나와버렸다!!


(Single) 아이즈원(IZ*ONE) '好きと言わせたい'

뻔한 트로피칼 하우스를 답습한 'La Vie en Rose'보다 이 노래가 훨씬 좋게 느껴지는 건 내가 뼛속까지 제이팝 덕후기 때문일까... 물론 이 노래는 전형적인 AKB사단 풍의 노래지만 나름 EDM 식의 구성도 (아주 살짝) 도입하는 등 변곡점을 두었고, 그 놈의 떼창은 자제함과 동시에 멤버 간의 음색도 잘 살려낸 괜찮은 곡이 아닌가 하는 것이 중론이다. 한때 AKB 노래를 달고 살았던 사람으로서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서도...


그외 발매작

(Album) 폴카닷 스팅레이(ポルカトットスティングレイ) < 有頂天 >

내가 'テレキャスターストライプ'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때 조회수가 10만 남짓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새 1500만회에 가까워진 조회수를 보니 '될놈될'이란 말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만든다. 스킬풀한 연주기반의 곡들로 그려낸 '폴카닷월드'를 자유롭게 세상과 접합시키는 밴드의 지향점은 1집과 동일. 다만 확실한 것은 데뷔 초기에 비해 그들이 던지는 충격파는 좀 덜하다는 것. 아무래도 그 신선함에 내가 무뎌진 탓이겠지... 여튼 전체적인 완성도에선 나무랄 곳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 주특기인 커팅 스트로크에 의한 스피디한 전개가 돋보이는 'ICHIDAIJI', 선율감을 극대해 접근성을 강조한  'ドラマ', '시즈쿠 사마께서 랩까지 정복하셨다'라고 외치고 싶은 'ばけものだらけの街' 등 여전히 정체성 만재한 곡들이 즐비. 무엇보다, 전작이 밴드 자체의 캐릭터와 곡 자체의 완성도를 강조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이를 기반으로 '보컬리스트 시즈쿠'의 진면목을 매력적으로 어필하고 있어 그런 점을 주목하면 들으면 보다 흥미로운 한 장이 될 터.


(Album) 유키(YUKI) < forme >

요 몇년간 일본음악을 빡세게 들으며 느끼는 건데, 최근 주목을 받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정말 유키와 시이나 링고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유키는 작곡의 지분이 크지 않은 뮤지션임에도, 이만도이나 '일본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개념의 정립해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존재라는 사실이 참 신기하기도 하다.(우타다 히카루는 좀 더 월드와이드 적인 성격이 강하고, 하마사키 아유미나 아무로 나미에는 쉬이 따라하지 못할 정체성이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적인 느낌) 서두가 길었는데, 그녀도 이제 3년만 있으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다는 사실. 주디 앤 마리때 부터 함께 세월을 보내온 이들이라면 진짜 헐~스러운 이야기다. 그런 와중에 나온 신보는 여러 작곡가/뮤지션으로부터 곡을 수집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자신만의 것으로 체화시키는 흐름도 동음하다.


그녀만의 대중성을 마음껏 펼쳐보이는, 듣고 있자면 왠지 가슴 벅차오르는 'やたらとシンクロニシティ', 후배 뮤지션 요시자와 카요코와의 의미있는 합작 '魔法はまだ', 너무나 작곡자의 성향이 묻어나와 헛웃음이 나오는 전주에 이어 너무나 멋지게 소화해낸 유키의 해석력에 또 한번 헛웃음이 나오는 호소노 하루오미 작곡의 'Sunday girl' 등 매번 그 많은 작곡가와의 협업을 진행하면서도 한번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그의 꼿꼿함이 부러울 정도.


차라(Chara)의 도움으로 완성된 '24 hours'을 들으면 마냥 천방지축일 것만 같았던 그의 음악에도 어느덧 연륜이 묻어나옴을 실감할 수 있을 터. 좋아하는 뮤지션과 함께 나이 먹어간다는 행복을 느끼게끔 해주는 유키의 솔로 9번째 작품.


(Album) 널바리치(nulbarich) < Blank Envelope >

블랙뮤직과 시티팝이 빚어낸 애수 어린 반주와 보컬 제이큐(JQ)의 팔세토가 뒤섞인 어두운 밤의 공기는 그야말로 절정의 센치함을 불러일으킨다. 시티 팝 리바이벌 군집 속에서도 네오 소울과 펑크(Funk), 힙합 , 애시드 재즈 등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며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밴드의 신작은, 섣부른 시도보다는 본인들이 잘하는 것을 더욱 심화시켜 선보인 이른바 '파고들기' 스탠스의 작품이다. 러닝타임 동안의 일관성은 좋으나, 비슷한 톤의 곡들이 이어지는 탓에 살짝 지루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자신에게만 집중하라는 듯한 사인을 보내고 있어 살짝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오롯이 그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면 그만큼의 감흥을 가져다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멜로디감이 살아있는 'Sweet and Sour', EDM 사운드 및 트랩과의 융합을 지향한 'Toy Plane'을 특히 추천.


(Album) 이브(Eve) < おとぎ >

2019년의 키워드가 될 우타이테/보컬로이드 프로듀서(약칭 보카로P). 그 역시 해당 분야에서의 기세를 타고 싱어송라이터로 데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션이다. 1년 2개월만에 선보인 신보는 보카로P 출신으로서의 가능성과 한계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작품.


짜임새 있는 사운드메이킹을 기반으로, 리얼세션과 전자음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주조능력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전반적인 스타일이 예상범주에 들어오는 것은 스스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요네즈 켄시의 데뷔작인 < Diorama >가 신선했지만 결국 일반 대중속으로 침투해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보다 자신의 음악을 향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보다 동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작품으로 역량에 대한 부분은 증명했으니, 자신만의 세계를 설득하기보다 어떻게 보통의 세계 속으로 스며들어야 할지를 보다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Album) 코오(KOHH) < Untitled >

'It G Ma'의 피쳐링 참여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꽤나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래퍼 코오. 장중함을 동반한 트랩비트를 기반으로 쏟아내는 공격적인 래핑이돋보이는 5번째 정규작이다.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원 오크 록의 타카가 참여한 'I Want a Billion'. 강렬한 디스토션을 기저에 깐 반주가 마치 예전 그런지 밴드의 음악을 듣는 듯한 감흥을 가져다주기도. 분노 어린 날 것의 랩이 단숨에 시선을 모으는 'Imma Do It',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툭 털어놓는 6분이 넘는 자기고백 'Leave me alone' 등 이름값에 부응하는 트렌디하면서도 독창적인 비트와 래핑으로 가득차 있는 작품이다. 일본 힙합의 최전선을 느껴보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  


(Album) 쉬즈(SHE'S) < Now & Then >

빅마마, 위버 등을 거쳐 지금은 스미카, 오피셜히게단디즘 등이 이미 한몫 꽉 잡고 있는 치열한 피아노 록 밴드 신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드는 중인 4인조 밴드의 3번째 작품.


초반 트랙에선 다른 팀들과의 차별점이 잘 보이지 않을수도 있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리기를 바란다. 영미 보이밴드의 테이스트가 느껴지는 'Used to be', 원 오크 록의 슬로우 넘버를 떠올리게 하는 장중한 'Set a fire', 어쿠스틱 기조의 'ミッドナイトワゴン' 등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이 가진 역량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 드라마틱한 기조의 'Upside down'과 자신들이 가진 모든 요소를 총 동원한 'Stand by me'까지 들으면 잘 차려진 한상을 맛있게 먹었다는 생각이 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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