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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18. 2019

[19년 2월 넷째주] 주간 제이팝

챤미나, 아이묭, 원 오크 록, 차이 등

금주의 Pick

(Single) 챤미나(ちゃんみな) 'I'm a pop'

세련된 트랩비트를 기반으로 랩과 노래를 오가며 뱉어 내는 스웩. 물론 한일혼혈자녀로서의 정체성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아 활동하던 그이긴 했지만, 이렇게 전면적으로 한국어를 삽입해 '한일혼용' 트랙을 선보일줄은 몰랐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답게 단숨에 이목을 끄는 스피디한 랩이 확실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으며, 센 이미지에 걸맞는 강한 사운드를 동반해 '챤미나'라는 브랜드를 착실히 다져가고 있는 중.



(Album) 아이묭(あいみょん) < 瞬間的シックセンス >

슥 들으면 '1집보다 별로인데' 싶다가도 가사와 함께 흥얼거리다 보면 참 신기하게 마음의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시대의 바람을 제대로 타고 상승중인 아이묭의 두번째 정규작. 음악적으로 특출난 구석이 있다고 하기엔 어렵지만, 보편적인 감정과 정서라고 해도 그가 부르면 뭔가 특별해지고, 호소력이 배가되는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치가 높아지는 작품이다. 삼연음의 리듬으로 텐션을 유지하는 와중에 눈물과 사랑의 기원을 알려주는 듯한 동화같은 트랙 'プレゼント', 클라리넷과 포크 사운드의 조합이 쓸쓸함을 자아내는 '恋をしたから', 가장 날 것의 아이묭이 반영되어 있는 펑크 트랙 '夢追いベンガル', 부정적인 자신을 극복하는 그 과정이 절실한 업템포에 실려오는 'あした世界がおわるとしても' 등 작가주의적인 성격이 듬뿍 담긴 노래들이 당신의 인생을 뒤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젠 여러분이 그 세계에 손을 뻗어 도킹할 차례.


그 외 작품들

(Single) 더 버스데이(The Birthday) 'OH BABY!‘


여전한 치바 유스케 옹의 에너지... 개러지/얼터너티브의 유산에 많은 조력을 받고 있는 그들이지만, 이번엔 보다 펑크(PUNK)에 가까운 작풍을 활용했다는 점이 포인트다. 꺼슬꺼슬한 음색으로 'OH BABY!'를 연달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Linda linda'를 부르는 블루하츠의 코모토 히로토가 연상되기도. 이보다 직관적일수 없다고 외치는 듯한, 관록과 생기가 이색적인 하모니를 선사하는 밴드의 21번째 싱글.



(Album) 원 오크 록(ONE OK ROCK) < Eye of the storm >

현지 레이블인 풀드 바이 라멘(Fueled by Ramen)과 손을 맞잡은지도 어언 3년.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밴드가 쌓아올린 과거를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원점에서 시작해 나온 결과물이다. '원 오크 록으로서가 아닌 본인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은 무엇인가'라는 대답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처럼 록의 이미지는 지운 채 그 빈 공간을 진출 시장에 어울리는 트렌디한 팝 사운드로 꾸려냈다. 그래서 그런지 팀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타카' 개인의 솔로작과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다만 넘치는 의욕과는 달리 러닝타임에 걸쳐 인상적인 구간을 좀처럼 만날 수 없다는 점은 실로 치명적이다. 좋은 가창력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답답한 선율과 곡 구성, 비슷한 문법을 반복하는 일부 트랙들로 인해 정말 듣는 사람의 마음이 앨범 제목처럼 잠잠한 '태풍의 눈'이 되어 버릴 지경. 그나마 기대를 내려놓고 들으면 'Eye of the storm'이나 'Wasted nights' 등에서 밴드 편성과는 또다른 다이나믹함을 느낄수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부족한 것은 매한가지. 여태까지 그들의 음악적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으나, 신보를 듣고는 나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Album) 차이(CHAI) < PUNK >

전작이 사운드와 보컬 트랙의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갔다면, 이번 작품은 전체적인 사운드 주조의 한 측면으로서 보컬을 편입시켜 보다 큰 그림을 그려내고자 한 작품이다. 록적인 요소는 최소한의 부분 외에는 모두 쳐냈고, 사이키델릭과 뉴웨이브를 대거 유입시킴과 동시에 부유감을 부여해 보다 거대하게 듣는 이를 압도한다. 특히 신스와 록의 격렬한 맞부딪힘을 구현해 낸 'GREAT JOB'이 상징적인데, 이 곡 하나로 전작과의 차이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터. 차이 스타일의 발랄한 일렉트로니카 댄스 튠인 'THIS IS CHAI', 레트로한 신시사이저의 음색이 좋은 선율과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FAMILY MEMBER' 등 1집과는 또다른 들을거리로 가득한 신보. 아직 그들의 음악적 역량을 만개를 향한 과정 중에 있을 뿐!



(EP) 칸디타운(KANDYTOWN) < LOCAL SERVICE >

그룹의 이름을 건 1년만의 작품. 작년에 선보인 '1TIME 4EVER'와 마찬가지로 안타깝게 세상을 뜬 YUSHI의 기일에 맞춰 발매했다. 요즘 트렌드와는 정확히 선을 긋고 있는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전 알앤비와 펑크(Funk), 힙합이라면 붐뱁에 보다 밀접한 연관을 맺은 채 자신들의 세계를 펼쳐 나간다. 트랙마다 참여한 래퍼가 달라 6곡임에도 풍성한 들을거리를 선사한다는 것이 장점. 1980~90년대 힙합을 즐겨 들었던 이들에게는 아주 찰지가 달라붙을 여지가 충분한 결과물들의 향연.


(Album) 파노라마파나마타운(パノラマパナマタウン) < 情熱とユーモア >

작년 EP는 비교적 차분한 무드를 기조로 어쿠스틱한 느낌이 살아있어 맘에 들었던 건데, 정규작은 여느 로킹온 밴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라이브 지향의 곡들로 꾸려져 있어 다소 의아. 스킬풀한 연주와 여백을 허락하지 않는 타이트한 노트의 향연이 나름의 활기를 가져다주지만, 그간 개인적으로 느꼈던 밴드만의 유니크함은 약해진 것 같아 아쉬움도 한움큼. 그래도 전 트랙에 걸쳐 보여주는 탄탄한 완성도가 위안거리랄까. 첫 작품이기에 에둘러 돌아가지 않는 스트레이트함을 선사하는 유망주의 데뷔 후 첫 정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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