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ive Report

기적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시간

< T-SQUARE Live in Seoul 2019 > 레포트

by 황선업



다소 쌀쌀한 날이었으나, 현장 주변은 왠지 모를 온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언제 올라가나 싶다가도 막상 도착하면 주변 경치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상명아트센터 주위로, 예기치 못한 동창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때 취미를 공유했던 이들이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며, 삶에 치여 취미도 여가도 잊고 살았던 지난 세월들을 곱씹었으리라. 13년만에 단독공연을 개최하는 티스퀘어는, 어느덧 하나의 뮤지션을 넘어서 말 그대로 많은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있었다.


작년 < 칠포 재즈 페스티벌 >을 통해 내한하긴 했지만, 짧은 공연시간과 지역적인 핸디캡은 티스퀘어 마니아들을 더욱 감질나게 할 뿐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을 좋아하는 이들만이 모였기에 이 백전노장 뮤지션들을 향한 반응은 더욱 뜨거웠을 것이 당연할 터. 오랜 기다림을 종식시킨 ‘Dans sa chambre’에 이어 ‘Control’까지, 단 두 곡만으로 이미 관객들은 그룹을 가장 열렬히 응원하던 그 시간과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뽑히기도 했던 활기 넘치는 명곡 ‘Sunnysidecruise’와 카와노 케이조를 대신해 참석한 키보드 세션 시라이 아키토의 연주가 돋보였던 ‘Breezeand you’ 등 시대를 넘나드는 선곡을 통해 모든 이들을 하나로 아우르기 시작, 장내를 더욱 뜨겁게 달구어 갔다.


색소폰울 부는 이토 타케시의 섬세한 감정이 가슴 한편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Twilight in upper west’가 끝난 뒤, ‘지금까지는 옛날 노래 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요즘 노래 하겠습니다’라고 한국말로 이야기하며 공연을 이어나갔다. 특히 이토 타케시는 이날의 거의 모든 MC를 한국말로 준비, 퍼포먼스 외의 부분도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렇게 2015년작인 <Paradise >에서 ‘Mystic island’를, 2018년작인 < City Coaster >에서 ‘Trap it’을 선보이며 현재진행중인 자신들의 커리어를 뽐냈다. 특히 ‘Trap it’에서 보여준 다나카 신고와 반도 사토시의 리듬파트의 호흡은 탄성을 자아내게 할만큼 현란한 스킬과 탄탄한 기본기를 동시에 보여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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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멤버들의 신기에 가까운 호흡이 엿보였던 ‘Through the thunderhead’와 EWI의 진가가 발휘된 ‘Thebird of wonder’까지, 마구 몰아치던 폭풍이 갑작스레 뚝 끊기듯 정해진 러닝타임은 순식간에 그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고마움을 표하며 사라지던 멤버들에게 많은 사람들은 어느 곳보다도 큰 앵콜함성을 보내기 시작했고, 신비스러운 키보드 선율과 더불어 터져 나오는 안도 마사히로의 디스토션이 사람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끔 한 ‘Rondo’로 다시 한번 기대에 부응했다. 이 때부터야말로 이미 일방적인 들려주고 듣고의 스탠스를 완전히 벗어나, 서로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클라이맥스임에 틀림없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역시 마지막은 이들의 시그니쳐 트랙인 ‘Truth’.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인트로의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어이! 어이!”하는 구호가 마치 록페스티벌 같은 광경을 연출했고, 간주에서의 안도 마사히로와 이토 타케시, 다나카 신고가 서로 등을 맞댄 채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그야말로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안도의 기타는 명징하다 못해 한음한음에 영혼이 실려 있는 느낌이었고, 이토 타케시와 다나카 신고 역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담아낸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게 모두가 이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즐겼으며, 그 안에서 티 스퀘어라는 뮤지션의 존재의의와 상징성이 다시한번 되살아나고 있었다.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면서 참으로 신기한 체험이라는 생각을 했다. 40주년이 넘은 아티스트가 아직도 활발히 앨범을 내고 있고, 여전히 이들을 추종하는 이들의 기세는 수그러들 줄 모르며, 그 축 중 큰 부분을 한국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 모두 불가사의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의 내한공연은 더욱 빛을 발했고 더욱 뜻깊지 않았나 싶다. 무수한 음악환경의 변화에도 자신들의 음악을 꾸준히 구사하며 지지자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그 폼을 반세기 동안 유지해왔다는 사실, 더불어 그들의 궤적을 여전히 함께 하는 팬들의 에너지와 열정. 이 모든 것이 박수받아야 마땅하지 않나 싶다. 이처럼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우러져 일궈낸 2019년의 첫 기적. 그것이 이번 있었던 < T-SQUARE Live in Seoul 2019 >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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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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