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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l 14. 2019

후지 록/섬머소닉 추천 일본 아티스트 특집

주류를 살짝 비켜가는 남다른 라인업  ~ 후지 록 페스티벌 편 ~

비록 올해 우리나라의 록페 신은 거의 회생불가능이라 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옆나라는 여전히 후지록페스티벌(이하 후지)와 섬머소닉(이하 섬소)이 성업 중에 있다. 요즘 분위기에 맞물려 일본을 욕하다가도 아예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엄청난 뮤지션들을 한자리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우리나라에는 좀처럼 없으리라는 절망 때문일 터.


그런 이유로 후지록이나 섬머소닉 티켓을 끊었으나, 평소 일본음악과 친숙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슬롯 곳곳을 채우고 있는 로컬 뮤지션들을 보고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무리 시아가, 케미컬 브라더스가,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목표라고 해도 그들만 딱 보고 오는 건 티켓값이 아까운 처사가 아닌가. 더군다나 조금만 시야를 넓게가져가면 일본의 음악신을 훑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에 혹시라도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들, 혹은 라인업 안에 있는 뮤지션들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2주에 걸쳐 후지와 섬소에 주목할 만한, 혹은 볼만한 일본의 아티스트들은 누가 있는지 간략하게나마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선 인디록스러운 성향이 물씬 풍기는 후지의 라인업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7/26(금)

Route 17 Rock’n Roll ORCHSTRA

(Green Stage 14:45 ~ 15:50)

일본의 레전드 드러마 이케하타 쥰지를 필두로, 굴지의 뮤지션들이 모여 나에바를 지나는 국도 17호를 따 결성한 후지만을 위한 초호화 밴드다. 올해는 여기에 피처링으로 일본에 ‘에레키 붐’을 일으켰던 로큰롤 선조 카야마 유조, 이마와노 키요시로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의 밴드 알씨 석세션(RC Succession)의 기타리스트 나카이도 CHABO 레이치, 젊은 피를 대표하는 오카모토스의 오카모토 쇼와 글림 스팽키까지 참전. 그야말로 이날이 아니면 불가능할, 일본 신구가 어우러진 오리지널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니, 일본 로큰롤의 역사를 간략하게 체험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놓치지 않기를.


‘18년의 후지록. 블루하츠로 유명한 코모토 히로토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엘레가든(ELLEGARDEN)

(Green Stage 18:50 ~ 20:00)

워낙 유명하기에 굳이 여기서 소개하는 것이 맞나 싶지만, 아직 활동재개에 대한 소식을 접하지 못한 분들도 많은 것 같아 지면을 할애해 봤다. 작년, 10년의 공백을 깨고 원 오크 록과의 콘서트를 통해 포문을 열더니, 많지는않지만 여러 이벤트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며 조금씩 시동을 거는 밴드의 반가운 모습을 후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에서도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이른 시각에 현장에 도착해 있기를 권장한다.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시원한 펑크가 단비처럼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작년 투어의 다이제스트 영상.


Lucky Tapes (White Stage 11:40 ~ 12:20)

휴식 같은, 멜로우한 느낌의 시티팝을 듣고 싶다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할 시간. 펑크(Funk)와 디스코, 알앤비와 같은 블랙뮤직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풀어놓는 그루브 있는 음악들이 자연스럽게 몸을 들썩이게 할 것이다. 작년 한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을 찾은 바 있는데, 가창이나 연주는 물론이고 짧은 시간 내에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리딩과 에너지가 대단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스튜디오 앨범만으로 느낄 수 없는 현장에서의 날뛰는 아드레날린, 그냥 지나치기에는 확실히 아쉽다.

작년 5월의 그린플러그드. 현장에 있었는데, 그들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으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チャランポランタン(챠란 포 란탄)

(Gypsy Avalon 19:00 ~ 19:45)

이들의 무대가 시작되는 순간, 그곳은 쇼와 시대의 어느 한 서커스장으로 변모한다. 발칸뮤직과 샹송을 기반으로, 혼 세션과 아코디언의 하모니가 국적과 시대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하나의 패러렐 월드를 만들어 낸다. 코하루의 아코디언 연주도 연주지만 본인들의 음악이 담아내는 정서를 증폭시키는 모모의 목소리 또한 이들 무대의 백미. 무언가 색다른 것을 원한다면, 반드시 그 순간을 목격하고 오기를 바란다. 아, 쓰다 보니까 내가 더 가고 싶어지네… 

드라마 니게하지의 주제가로 친숙할 듯.
얼쑤!



7/27(토)

긴난 보이즈(銀杏BOYS)

(Green Stage 12:50 ~ 13:50)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은 많이들 아실 테니 일단 패스. 긴난 보이즈는 고잉 스테디(Going Steady)의 프론트맨이기도 했던 미네타 카즈노부의 솔로 프로젝트명이다. 어떨 때는 낭만을 읊다가 어떨 때는 한없이 폭주하는 등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넓은 스펙트럼의 펑크(PUNK)를 20년 넘게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사이키델릭 사조의 영향인지 퍼즈와 노이즈가 섞인 톤을 주로 사용하며, 때문에 라이브 또한 굉장한 고출력의 사운드를 대방출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 정말 날것의 로큰롤이 보고 싶다면 추천. 참고로 서포트 멤버로는 전 andymori 멤버들이 참전 중이다.


DYGL (Red Marquee 15:50 ~ 16:50)

스트록스의 알버트 해몬드 주니어가 프로듀서를 도맡았던 전작 < Say Goodbyeto Memory Den >로 일거 주목받은 팀으로, 음악만 들으면 그냥 영미 개러지록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로컬적인 특성을 드러내지 않는 밴드다. 최근 젊은 일본 뮤지션들의 탈일본적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나는 일본 그 특유의 느낌이 싫다”하시는 분들 역시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 발매된 신작 < Song of Innocence & Experience >을 반드시 체크하시기를.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

(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Red Marquee 12:40 ~ 13:30)

탈일본적인 성격의 뮤지션을 보셨다면 이번엔 극히 일본 정서의 아티스트를 소개할 차례다. 요네즈 켄시나 다오코의 히트 이후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흐름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발해지고있는데, 이 팀 역시 그러한 흐름을 타고 점점 활동반경을 넓혀가는 중이다.


보컬과 작사작곡을 맡고 있는 아카네(ACAね) 이외의 멤버나 편성에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어 라이브가 괜시리 더 궁금해지는 집단이기도. 키보드를 중심으로 물샐틈없이 빡빡하게 배치해 놓은 음들의 부딪힘이 감성적인 반발력을 만들어 내며, 사람에 따라 다소 중2병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그런 틀로 매도하기에는 음악 자체가 확실히 뛰어난 매무새를 갖추고 있다. 왠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가? 그러면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RED MARQUEE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새 조회수가 2천5백만에 육박.


Tempalay (Red Marquee 11:30 ~ 12:10)

BTS가 언급해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팀! 드림팝과 슈게이징, 사이키델릭 등을 적극 차용한 무국적 음악으로 이미 일본 외의 나라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 몰이 중인 새소년이나 아도이와 같은 인디 내 트렌드와도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하고 있어 보다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듯. 차분하다가도 격정적으로, 느긋하다가도 타이트하게, 당신의 신경을 조금도 가만두지 않을 신세기 밴드의 퍼포먼스. 후지의 성향과 이 정도로 딱 맞아떨지는 팀이 또 있을까.


GLIM SPANKY(Acoustic Ver.)

(Gypsy Avalon 19:00 ~ 19:45)

정말 영미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사조를 무식하리 만치 진득하게 쫓는 듀오의 왠지 모를 어쿠스틱 편성의 공연. 작년 5월 부도칸 공연을 완수했으며, 대중성에 대한 감각도 탁월해 10곡이 넘는 작품이 타이업 되는 등 이미 어느 정도 인기 밴드 반열에 올라선 그들. 이 시점에서 선보이는 어쿠스틱 공연은 왠지 모를 비장함이 서려 있다. 워낙 마츠오 레미의 쇳소리 섞인 가창이 좌중을 압도할 만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지라, 어쿠스틱 세션에서는 그 보이스 컬러가 어떤 매력을 선보일지 심히 기대가 되는 바이다. 나중에 영상으로 찾아봐야지…


7/28(일)

Superfly (Green Stage 16:50 ~ 17:50)

오치 시호의 솔로프로젝트인 슈퍼플라이. 데뷔곡 ‘愛をこめて花束を’의 임팩트가 대단했는데, 드디어 일본에도 이 정도의 가창력을 보여주는 가수가 등장했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현재까지 선보인 오리지널 앨범은 대다수가 오리콘 1위에 오르는 등 상업적으로도 좋은 포지셔닝을 보여주고 있으며, 록 페스티벌의 단골손님으로도 맹활약 중. 팝 베이스의 로컬 아티스트임에도 꽤나 중요한 슬롯을 담당하고 있는데, 가수 본인으로서도 제이팝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 성실함으로 쌓아온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Sanabagun. (White Stage 11:40 ~ 12:20)

재즈의 즉흥성을 한껏살린 느낌 있는 연주를 등에 업은 힙합 기반의 밴드 사나바군도 최근 일본의 음악신을 엿보기에 적합한 뮤지션 중 하나다. 블랙뮤직 기반의 리얼 세션, 귀에 착 붙는 훅이 산재하는 찰진 래핑, 이를 통해 터져나오는 다이나미즘은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열기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터. 힙합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같은 날의 코오(KOHH)에 관심이 더쏠리겠지만, 락과 힙합 지지자들을 모두 충족시킴과 동시에 모두의 텐션을 끌어올리기에 사나바군 만큼 적합한 뮤지션 또한 찾기 힘들어 보인다. 앨범 < OCTAVE >의 주요 트랙들 정도는 귀에 익히고 가자.

아 개간지...

도미코(ドミコ) (Red Marquee 11:30 ~ 12:10)

사실 2인조 밴드라는 것은 쉽지 않은 구성이다. 신선하게 들릴 수는 있으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가 보다 빨리 오는 탓. 도미코는 ‘11년 결성된 이래 지금까지 2인조 구성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특히 공연 시 서포트 멤버 없이 두명만으로 모든 음을 구현하는 퍼포먼스로 호평을 받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록이 가진 거칠고 야성적인 측면을 잘 살려내고 있으며, 이런 성향으로 하여금 록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보다 스토너 록의 느낌을 살려낸 < hey hey, my my? >(2017)과 개러지나 사이키델릭 적인 측면을 강조한 < Nice Body? >(2019) 모두 각각의 매력을 담고 있으니 사전 체험을 통해 몸을 덥혀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



텐더(TENDRE) (Red Marquee 14:00 ~ 14:50)

시티팝과 시부야케이의 결합이라고 할까. 이미 수많은 아티스트의 작품에 참여하며 음악적인 역량을 인정받은 카와하라 타로의 솔로 프로젝트는 지금 세대와 꼭 맞는 접합면을 가진 소리들을 세련되게 소화해낸다. 감각적이면서도 대중적이며, 도회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정서가 사람을 크게 가리지 않는 의외의 수더분함으로 슬쩍 손을 내민다. 디스토션이나 심벌 소리에 살짝 귀가 지쳐있다면, 잠시 그의 무대를 찾아 클라이막스를 위한 휴식시간을 갖는 것은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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