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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Sep 08. 2019

니들이 AKB를 알아?

AKB 48 가사명곡 5선

연초에 멜론에 근무하는 우리 IZM 출신의 성모 선배님의 제의로 만들게 된 JPOP 플레이리스트. 한참 잊고 있다가 문득 기억이 나 찾아서 들으니 음, 역시 명곡 파티구만. 특히나 이 AKB 히트곡 모음은 머리 식힐 때 어김없이 찾는 플레이리스트가 되었다. 내가 만들어 놓고 나만 듣는 건 아닌거 모를 정도로.


https://www.melon.com/mymusic/dj/mymusicdjplaylistview_inform.htm?plylstSeq=457825084


실력 본위의 KPOP에 비교당하며 항상 무시당하곤 하는 일본의 아이돌들. 어쩌다 보니 AKB사단은 그저 '춤도 노래도 못하는 애들'로 낙인 찍힌 것 같아 종종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 할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고, 일본의 아이돌신이 본래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단어로 1차원적인 이야기만 하는 뻔하디 뻔한 KPOP 노래들보다, 때때로 사람의 정곡을 찌르고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을 일러주던 AKB의 노래들이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고 믿는다.


특히나 몇 몇 곡은 요즘도 즐겨 들으며 그 의미를 곱씹고는 하는데, 오늘은 그 중 몇곡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여성의 입장에서 쓴 짝사랑 가사가 필자의 마음을 후벼팔 때가 많다. 그 점에 대한 감안을 부탁. 더불어 AKB를 한참 열심히 듣던 시기가 정해져 있는지라 노래들의 발매시기가 2년 정도에 몰려 있는 것 또한 이해를 바라며.


永遠プレッシャー(영원 Pressure)

29th single(12.12.5 발매)

見つめられたらプレッシャー
바라보면 Pressure

愛に慣れてないから
사랑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私に期待しないで
나에게 기대하지 말아줘

今のままじゃだめなんだ
지금 이대론 안돼

キレイになりたい プレッシャー
예뻐지고 싶은 Pressure

ほんとに大好きだから
정말로 너무 좋아하니까

愛は永遠プレッシャー
사랑은 영원한 부담감

"사랑은 영원한 부담감"이라는 가사가 어느 순간 훅 들어온 노래. 시마자키 하루카, 일명 파루루가 센터를 맡으며 이래저래 논란이 되기도 했었던 곡이다. 그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에 비해 나는 한참 모자르기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 자체가 Pressure라는 가사가 자존감 낮은 본인과 확 오버랩되며 심히 깊은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었다.


"왜 나를 선택했는지" 굳이 이유를 찾고, "나한테 기대하지마"라며 이중삼중 배리어를 치는 화자에게서 괜시리 연민이 느껴지지만, 그러면서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미래에 자신을 가질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에서 그 사랑의 깊음이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노랫말은 발군.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미래에 자신을 가지게 되는 건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더라 ㅠㅠ

쓸고퀄 드라마타이즈 PV... 노래는 6:15 부터


走れ!ペンギン(달려라! 펭귄)

24th single 극장반 수록곡, 리퀘스트 아워 2013 1위(11.12.7 발매)

飛べよ!ペンギン可能性を
날아라! 펭귄, 가능성을
  
思い出せよあきらめるな
떠올려봐 포기하지마
  
飛べよ!ペンギン自分のこと
달려라! 펭귄 자기 자신을
  
信じなくちゃもったいない
믿지 않으면 아깝잖아
  
飛べよ!ペンギン忘れたのか?
날아라! 펭귄, 잊어버린 거야?
  
遠い昔の君は
먼 옛날의 너는
  
走ってたんだ
달리고 있었어

空だって飛べただろう
하늘도 날았었잖아


본질은 사랑노래지만, 언젠가부터 루틴한 하루를 그저 버티기만 하는 나를 격려해주고 일으켜 주고 있는 트랙이다. 이 노래, 뭔지 모르겠는데 후렴을 듣다보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울컥할 떄가 종종 있다. 작곡은 자드(Zard)와 튜브(Tube) 등의 명곡을 다수 써내려갔던 비잉(Being) 소속의 뮤지션 오다 테츠로. 레전드의 선율 주조는 역시 남다른 것인가. 위 가사 후에 터져나오는 기타 솔로잉은 끝간데 없는 상승감으로 진취적인 애티튜드의 씨앗을 마음 속에 적절히 심어놓는다. 제대로 된 푸시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가 결국 리퀘스트 아워 1위까지 차지했던 팀 4의 서사와 맞물리며 더욱 시너지를 발휘했던 곡. 잘 들어보면 윤상의 '달리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은 가사기도 하다.


공교롭게 파루루 센터가 두곡이나


桜の木になろう(벚꽂나무가 되자)

20th single(11.2.16 발매)

誰もみな胸に押し花のような
누구나 다 마음속에 말려놓은 꽃잎처럼

決心をどこかに忘れている
결심을 어디선가부터 잊고 있어

思い出して 桜が咲く季節に
떠올려 봐 벚꽃이 피는 계절에

僕のことを 一本の木を
나의 모습을 한그루의 나무를

永遠の桜の木になろう
영원한 벚꽃나무가 되자

そう僕はここから動かないよ
그래, 나는 여기서 움직이지 않아

もし君が心の道に迷っても
혹시 네가 마음의 길에서 헤매어도

愛の場所がわかるように立っている
사랑의 장소를 알 수 있도록 서 있을게

나도 안다. 일본에 졸업송 그리고 벚꽃송은 질리도록 나온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둘이 중첩되었으니 얼마 진부한 노래가 나오겠는가? 그런데 이 노래는 그렇지 않다. 졸업 때 진짜 이 노래를 들으면 다들 펑펑 울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곡조와 가사가 감동적이었던 노래다.


"네가 마음의 길에서 헤매어도 사랑의 장소를 알 수 있도록 서 있을게" 부분은 정말 하.... 이토록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진심을 꾹꾹 눌러담은 구절이 그 애수 어린 선율과 만나며 아쉬움과 희망과 슬픔과 기타 등등... 정말 머리에 맴돌지만 좀처럼 정리되지 않아 결국은 전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그 순간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적확히 담아내는 느낌이다. "추억이 네 편이 되어 줄거야"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또 하나의 졸업송  'So long!'도 같이 들어보시기를.

AKB의 졸업송 중 So long! 과 함께 투탑


ギンガムチェック(깅엄 체크)

27th single(12.8.29 발매)

ギンガムチェック 恋の模様
깅엄체크, 사랑의 모양

ブルー ホワイト ブルー どっちだろう?
Blue White Blue 어느 쪽일까?

気持ちを伝えるか 僕の迷いは ギンガムチェック
마음을 전할까? 내 망설임은 깅엄체크

"깅엄체크, 사랑의 모양" 이 구절을 듣고 소름이 쫙. 이 얼마나 적확한 표현인가. 설명하지 않아도 왜 사랑의 모양이 깅엄체크인가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놀랍고도 신박한 비유. "죽어도 못 보내서 총맞은 것처럼 슬퍼하는" 1차원적인 표현보다는 훨씬 세련되고 고급진 문구 아닌가?


노래와 별개로 오오시마 유코의 졸업싱글이라 더욱 기억에 남기도. 내 오시는 항상 닼민이라고 이야기해왔지만 생각해보면 유코도 내 마음속의 지분이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덜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곡 자체 완성도 측면에서도 싱글들 중에서 단연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래저래 기억에 많이 남고 즐겨듣는 노래.


ユングやフロイトの場合(융이나 프로이트의 경우)

25th single, 극장반 수록곡(12.2.15 발매)

愛は(愛は) 青く(青く)
사랑은(사랑은) 푸르게(푸르게)

 晴れ渡る(晴れ渡る)矛盾
맑게 개인(맑게 개인) 모순

そこに僕の深層心理が顕われると
거기에 내 심층심리가 나타난다고

何かの本に書かれてた
어떤 책에 씌여 있었어

ユングやフロイトは自分の夢を
융이나 프로이트는 자신의 꿈을

どんなどんな風に分析したのか??
어떤, 어떤 식으로 분석했을까?

鏡の中に映ってるもう一人の自分と
거울 안에 비치고 있는 또 하나의 자신과

向かい合っていたのか? じっと…
마주보고 있었던 건가? 지그시...

이 노래를 듣고 내 안에 있던 사랑노래의 정의가 와장창하고 깨져버렸다. 본격 식자층 러브송. 융과 프로이트는 살아 생전에 자신들의 이름이 저 열도 아이돌 그룹의 노래 제목과 가사 소재로 쓰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도대체 무슨 마음일까, 나는 왜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만나고 싶고 손을 잡고 싶은 것인가.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어떻게 하지'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아. 그런데 이 시점에서 '정신분석학의 대가 융과 프로이트는 본인이 사랑에 빠졌을 때 과연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분석했을까'로 나아가는 전개라니. 재미있는 것은 이 부분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화자의 그 절실한 감정이 한번에 확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듣다보면 정말 그 대가라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자신들의 모습까지 분석하고 컨트롤 할 수 있었을까라는 호기심이 들 정도. 하지만 마지막 구절에서 이미 이들은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평범하게 꿈을 꾸고 두근거렸을 것 같아 분명히'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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