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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an 19. 2020

[20-01-03] 주간제이팝

오피셜히게단디즘, 킹누, 슈퍼플라이, 네버 영 비치 등

[Single]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 ‘I LOVE…’

히게단의 기세는 2020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포문과도 같은 곡. 노래 전체가 훅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숨도 못 쉬게 좋은 선율이 4분여 동안 계속 이어진다. 중간중간 보컬의 흐름에 따라 맺고 끊는 편곡의 운영도 훌륭하며, 특유의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이번에도 역시 설렘에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확실히 전성기는 전성기인지, 이런 곡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 내는구나. 


네버 영 비치(never young beach) ‘やさしいままで’

거의 뭐 핫피엔도의 재림이라고 할까. 악기의 톤과 구성, 느긋한 음색 등 까마득한 선배밴드를 그대로 빼닮은 이 곡이 오히려 네버 영 비치의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만들어주는 것 같다. 잠시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 A GOOD TIME >(2017)은 지속되지 않을 열기였음을 < STORY >(2019)에 이어 이 곡을 통해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처럼만 걸어가’라는 듯 어깨를 툭툭 쳐주는 듯한 릴렉스 송.


다오코(DAOKO) ‘御伽の街’

유명 프로듀서와의 협업을 모토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다오코의 신곡. 이번엔 최근 가장 주목받는 R&B 뮤지션이자 영향력 있는 인디즈 레이블 < Tokyo Recording >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오부쿠로 나리아키의 손을 빌렸다. 아티스트 특유의 음색이 잘 살아 있는 클럽 튠으로, 감각적인 비트 메이킹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곡이다. 다만 커리어 자체가 너무 들쑥날쑥해지는 감은 있어, 좀 일관성 있게 활동을 전개해나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이번에도 여전.  


첼미코(chelmico) ‘Easy Breezy’

빠른 비트를 입맛에 맞게 요리해 나가는 두 래퍼의 역량이 잘 담겨져 있는 트랙. 각자의 벌스가 핑퐁게임 마냥 오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지루할 틈이 없다. 디스토션 기타를 적극 활용한 아이디어도 좋고, 훅 역시 관객들의 반응을 유도하기에 적합해 향후 라이브에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노래. 


Awesome City Club ‘アンビバレンス’

완성도 높은 라운지/시티팝 트랙을 꾸준히 들려주는 어썸 시티 클럽. 이리(iri)나 첼미코의 작업을주로 담당해왔던 ESME MORI가 처음으로 편곡작업에 참여해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곡이다. 펑키한 기타 리프와 육중한 베이스를 기반으로, 메인으로 곡을 이끌어가는 아타기와 코러스와 브릿지 등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포린의 더블보컬 운용이 잘 부각되어 있는 등 밴드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잘 잡아낸 노래.


[Album]

킹 누(King Gnu) < CEREMONY >

‘Teengaer Forever’를 듣고 다시 한 번 흠칫 놀랐다. 날카로운 감각과 감성이 날뛰는 크로스오버의 극단, ‘白日’의 히트는 시작이었다는 듯이 마음껏 자신들의 잠재력을 작정한 듯 풀어놓는 그 모습이 바로 밴드의 인기요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들었다고 할까. 이미 선공개되었던 앤섬 지향의 ‘飛行船’과 독특한 코드진행이 백미인 ‘傘’를 포함, 두 보컬의 하모니가 리드미컬하게 펼쳐지는 ‘小さな惑星’, 전작의 ‘The hole’을 연상시키는 클래시컬한 발라드 ‘壇上’ 등 밴드만의 믹스쳐 음악이 밀도 있게 펼쳐져 있어 ‘白日’로 입문한 사람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 Sympa >(2019)에는 살짝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


슈퍼플라이(Superfly) < 0 >

가창력만큼은 현재 일본 대중음악 신에서 탑 티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오치 시호의 솔로 프로젝트 슈퍼플라이의 4년만의 신보다. 잠시간의 휴식기간 동안 자신을 완전히 비우는 데 몰두했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0’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거의 모든 곡을 작사작곡하며 이젠 앨범 전체를 리드할 수 있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팝의 정수를 모은 듯한 대중성 있는 곡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어필할 준비를 끝낸 상태. 


서바이브 새드 더 프로펫(Survive Said The Prophet) < Inside Your Head >

라우드 신의 새로운 얼굴. 서서히 메인스트림에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하는 5인조 밴드가 기세 좋게 새로운 작품을 정초부터 선보였다. 콜드 레인(cold rain) 같은 스타일에서 살짝 볼륨을 낮추고 대중성을 가미한 메탈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중간중간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등을 활용해 뻔하지 않게 자신들의 음악을 마감질하는 모습이다. 리듬의 운용이 연주력을 통해 극대화되는 ‘Bridges’가 자신들의 역량과 가능성을 특히나 잘 보여주고 있는 곡이 아닐지. 


페이스(FAITH) < Capture It >

처음 음악을 듣고 재킷을 봤을 땐 아 내가 일본밴드로 착각했구나 싶었는데, 일본밴드가 맞았다. 전곡 영어가사와 함께 파라모어나 에이브릴 라빈의 초창기가 떠오르는 작풍. 여기에 멤버 5명 중 세명이 미-일 혼혈이니 재킷으로도 쉽사리 구별이 가지 않았던 거다. 뉴웨이브 기운이 물씬 풍기는 신스팝 ‘19’, 틴에이지 팝펑크 스타일의 ‘September 7th’ 등 젊음의 패기를 잘 담아낸 팝록 사운드와 보컬 아카리 드리츄러의 생동감 있는 보컬이 좋은 합을 보여주는 첫 풀 앨범이자 메이저 데뷔작. 10대를 마무리한 그들의 여러 소회가 음악으로 잘 구현되어 있는 좋은 작품이다. 


람멜스(RAMMELLS) < Beat generation >

록을 기반으로 블랙뮤직이나 사이키델릭/슈게이저 등과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주선하는 4인조 밴드의 두번째 미니앨범. 이번 작품은 원점으로 회귀해 노래와 연주 자체의 매력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간감 있는 사운드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펑크(Funk) 트랙 ‘The sugar’, 변칙적인 박자와 레이어링 된 코러스 워크가 몰입을 유도하는 ‘千年後’, 여느때보다도 힘이 들어간 인트로의 합주가 본작의 뼈대를 세우는 ‘Beat generation’까지. 최근 2~3년간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체급을 올려가고 있던 상황이었으나, 이번 작품에서의 진화가 특히나 뚜렷하다는 것이 반갑다. 


라스트 일렉트로(Last Electro) < closer >

‘Pentatonic Love’는 장르와 사조를 넘나든다. 펑크(Funk)와 일렉트로니카, 록을 오가고 YMO와 오타키 에이치, 티스퀘어의 잔상도 맺혀 있다. 클럽뮤직의 분위기를 일신시키는 후반부의 기타 연주까지 듣다보면 이들이 누군지 당장이라 크레딧을 뒤져봐야 할 판이다. 음악프로듀서로서 작년엔 솔로 아티스트로도 맹활약한 칸 사노를 주축으로, 사나바군의 사와무라 잇페이, 블루 스윙의 나카무라 유스케, 미메의 우치노 준이 뭉쳐 만든 프로젝트 그룹의 첫 EP는 이처럼 많은 소스를 활용 및 재배치한 하나의 멋진 콜라주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지금의 일본음악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을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실험적이면서도 세련된 감성적 전자음악의 향연. 


카타히라 리나(片平 里菜) < 一年中 >

어쿠스틱 기반의 담백한 밴드 사운드와 청명한 보이스 컬러. 그의 음악은 언제나 온기를 전달해주고 힘을 북돋아준다. 2년 만에 발표한 4번째 앨범 역시 그가 해왔던 흐름 위에 있는, 휴식이 필요할 때 좋은 안식처를 마련해 줄 그런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작품의 특징이라면 앨범 타이틀처럼, 12개월을 테마로 한 12곡을 수록해 계절감을 더욱 극대화했다는 점. 여러 자극적인 소리들에 지쳐간다 싶을 때, 음악 불감증을 낫게 해줄 천연성분 치료제다. 


사이다걸(サイダーガール) < SODA POP FANCLUB 3 >

어느 순간부터 밴드들 사이에서 여성모델이나 여배우를 메인으로 세운 뮤직비디오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이 바로 프레데릭과 지금 소개할 사이다 걸이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대신 ‘사이다 걸’이라는 이미지 캐릭터를 기용해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한 밴드의 세번째 작품. 혼 세션을 가미해 큰 그림을 그리는 ‘クライベイビー’, 힙합 비트와의 크로스오버가 재미있게 가미된 ‘週刊少年ゾンビ’ 등 풍부해진 작풍과 탄탄하게 짜여진 사운드로 승부하는 야심작이다. 지금까지 그들이 선보였던 여느 작품 중에서도 월등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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