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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an 27. 2020

[20-01-04] 주간제이팝

레올, 스다 케이나, 아메노퍼레이드, 아베마오 등

Single


스다 케이나(須田 景凪) ‘はるどなり’

최근 몇 년간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이라면 아무래도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출신 아티스트(줄여서 보카로P) 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인데, 스다 케이나 역시 그 중 한 명. 바룬(バルーン) 명의로는 앨범을 낸 적이 있으나 본인 커리어 통틀어 싱글로는 첫 릴리즈되는 곡이기도 하다. 록 사운드에 기반한 슬로우 템포의 기조가 스다 마사키의 ‘まちがいさがし’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노래를 작곡한 요네즈 켄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리라 짐작되는 지점이다. 발라드라 그런지 작년에 발매된 < porte >에 비하면 다소 평이해졌다는 느낌은 좀 아쉬운 부분. 


노래와 다르게 뮤비는 꽤나 병맛

크리프하이프(クリープハイプ) ‘愛す’

혼 세션을 적극 활용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밴드의 러브송. 커리어 초창기를 떠올려보면 절대 나올 수 없을 곡 같은데, 역시 시간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 법인가 보다… 오자키세카이칸의 보이스는 나름대로 사람들과의 절충점을 찾아 완전히 정착한 느낌이며, 음역대도 중저음을 적극 활용함으로서 훨씬 자연스러운 가창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에 선보였던 앨범 < 泣きたくなるほど嬉しい日々に > 이후로 보다 일상에 녹아드는 음악을 지향하고 있는 듯한 그 모습이 적절하게 반영되어 있는 노래. 음색 탓에 거부감이 있었던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곡이다. 


마리 starring 나카시마 미카 ‘イノサンRouge’

사카모토 신이치의 만화 < イノサン >을 뮤지컬화 한 < イノサンmusicale >의 주제곡으로, 주연배우로 출연하고 있는 나카시마 미카가 예전 < NANA > 시절처럼 캐릭터를 앞세운 점이 흥미롭다. 전체 사운드 프로듀싱은 미야비가 맡았는데, 선 굵은 기타와 심벌 위주의 드럼 리프만 들어봐도 그임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살짝 주객전도가 된 느낌이다. 그나저나 나카시마 미카도 어느덧 41번째 싱글,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이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메마이사이렌(眩暈SIREN) ‘image________’

일본에서 타이업은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프로모션 방법 중 하나다. 애니메이션 < pet >의 엔딩곡으로 낙점되며 메이저 데뷔 후 인지도 상승을 노리는 5인조 밴드의 새 싱글. 건반을 맡은 멤버를 통해 자신들의 서정성을 확실히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팀들과의 차별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테크니컬한 연주의 연속이라 라이브에서 더욱 자신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타입의 밴드가 아닌가 싶은데… 올해 가게 될 페스티벌에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 꼭 한번 보고 와야지. 


메가 신노스케(Mega Shinnosuke) ‘Japan’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 스타일, 독특한 영상감각. 그야말로 멀티 크리에이터라고 부를 만한 2000년생의 유망주가 바로 메가 신노스케다. 이번에는 미니멀한 전자음악에 트랩 비트에 어울릴 법한 플로우를 얹어 2분짜리 초경량 레트로 트랙을 만들어 냈다. 짙게 깔리는 베이스 라인과 빈티지 느낌의 음원 소스를 활용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부유감을 듣는 이들에게 제공한다.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주목해야 할 신예 아티스트의 재기가 담긴 재미있는 노래.  


ALBUM


레올(Reol) < 金字塔(금자탑) >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한 후, 이제껏 경험한 어느 카테고리에도 포함되지 않음을 직감했다. 같은 우타이테/보카로P 들과 명확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구사함과 동시에, 일반적인 제이팝과도 거리가 먼 크로스오버의 신세계. 랩과 노래를 넘나드는 가창자의 퍼포먼스를 센스 넘치는 여러 음악들이 탄탄히 받쳐주고 있어 지루할 새가 없다. 


특히 다시 돌아온 기가(Giga)와의 합이 특별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데 한 몫 하는 느낌. ‘金字塔(금자탑)’, ‘HYPE MODE’, ‘ゆーれいずみー’ 등 초반 세 곡으로 듣는 이를 제압하는데 성공한다, 뿐만 아니라 래퍼로서도 충분한 역량을 뽐내는 ‘insider’, 스이요비노캄파넬라(水曜日のカンパネラ)의 켄모치 히데후미가 참여해 밀도 높은 일렉트로니카를 선사하는 ‘ハーメルン’까지.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우타이테/보카로P신과 케이팝의 가장 트렌디한 부분만을 골라 조합한 그 정수를 목격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아메노퍼레이드(雨のパレード) < BORDERLESS >

3인 체제가 된 후 말 그대로 ‘밴드라는 경계를 없애고’ 작업한 밴드의 네번째 작품. 웅장한 코러스 워크와 마칭 밴드 스타일의 연주가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BODERLESS’ 부터 그 변화를 직감할 수 있다. 이어지는 신스팝 ‘Summer Time Magic’, 90’s R&B의 작법을 끌어와 향수를 선사하는 ‘Story’는 그 변화가 긍정적인 파급효과로 치환되었음을 증명하는 트랙들. '惑星STRaNdING' 같은 트랙은 내가 중간에 다른 앨범을 틀었나 싶을 정도로 그 진동의 폭이 넓다. 보다 대중적으로 음악을 풀어나간 인상을 주며, 동시에 장르적인 깊이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들이 단단히 새겨져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다양한 음악 사조들을 ‘아메노퍼레이드’라는 이름 안에서 완성도 높게 재해석한 팀의 역작. 


베이스 볼 베어(Base Ball Bear) < C3 >

사실 최근 나오는 곡들의 매력이 예전만 못해 전성기가 지났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그간 갑작스런 멤버의 탈퇴도 있었고, 오랜 커리어에서 오는 매너리즘도 있었을 듯 싶다. 코이데 유스케도 본인이 밝혔듯 재능형은 아닌지라… 어쨌든 본 앨범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C 시리즈의 최신판이다. 전반적으로 본인들의 해왔던 기타록의 원형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나, 멜로디의 어정쩡함은 여전히 남아 밴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리프의 만듦새나 구성의 짜임은 확실히 탄탄한데, 지속적으로 이들을 괴롭히는 선율의 악몽… 마치 이 음식이 건강에 좋은 건 알겠는데 맛은 좀 심심한 그런 느낌이 전반적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자신들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면 인정하겠는데, 기대치는 점점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 ㅠ


아베 마오(阿部 真央) < まだいけます >

< 素。>(2011) 이후로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재킷은 최악이지만… 어쨌든 본인의 가창력을 넘치게 어필하는 오프닝 곡 ‘dark side’부터 범상치 않더니, 그 직설적이고도 파괴력 있는 퍼포먼스가 힘을 잃지 않고 앨범 끝까지 유지된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듯한 ‘お前が求める私なんか全部壊してやる’와 ‘またいけます’ 등 거의 펑크(Punk)에 가까운 업템포 넘버들이 초반을 장식하고 있으며, 절절함이 사무치는 ‘今夜は眠るまで’ 발라드 역시 쉬어가는 가운데 확실한 리피트 구간을 확보하는 형국. 러닝타임의 짜임새와 수록곡들의 캐치함으로 하여금 이 앨범 하나만으로 페스티벌 무대를 꾸며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작품이다. 


13ELL < FLOVVER >

교토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크루 DCA의 멤버로서 조금씩 주목받고 있는 래퍼의 신작. 멜로우한 반주 기반의 흡입력을 지닌 랩-싱잉이 그의 주특기로, 라운지 뮤직과도 그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동료 래퍼인 Gottz가 참여한 무거운 곡조의 ‘24H’를 들어보면 여러 스펙트럼을 영민하게 구사하는 아티스트임을 알 수 있다. 굳이 힙합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편하게 비트를 타며 즐길 수 있을 것.


XIIX < White White >

오랫동안 밴드음악을 하다보면 자신의 것을 독자적으로 펼쳐보일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어느덧 활동 15주년을 훌쩍 넘긴 유니즌 스퀘어 가든의 보컬 사이토 코스케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던 자주기획 < Sk’s session >의 연장선상으로 베이시스트 스토 유를 멤버로 맞아들여 결성된 본 유닛은, 본격적으로 밴드와는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의욕으로 가득찬 상태. 초창기 마룬 파이브 스타일의 터치가 엿보이는 ‘Stay mellow’, 일렉트로니카 중심의 운영이 돋보이는 ‘Light & Shadow’, 같은 록 장르임에도 유니즌 스퀘어 가든과는 확연히 다른 하드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XXXXX’ 등 그동안 쌓아두었던 음악적 욕심을 마구 분출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사이토 코스케의 또 다른 자아를 목격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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