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Feb 02. 2020

[20-02-01] 주간제이팝

시샤모, 차라+유키, 토리코, 발리스틱 보이즈 등

[Single]

아카이코엔(赤い公園) ‘絶対零度’

츠노 마이사의 음악적 역량이 새멤버 이시노 리코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킨 모습이다. 사토 치아키의 잔상이 보이지 않는, 새로운 아카이코엔의 탄생을 본격화 하고 있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입체적인 곡 구성과 다채로운 사운드 구성, 대중성을 놓치지 않는 멜로디 등 매번 다른 스타일의 구질로 승부하면서도 그 볼 끝이 살아있다는 점이 가히 무서울 정도. 


챠라+유키(Chara+YUKI) ‘楽しい蹴伸び’

해당 유닛명으로는 ‘愛の火3つオレンジ’(1999) 이후 무려 20년만의 태그다. R&B에 가까운 곡조, 공간감을 살린 사운드, 베이스를 비롯한 리듬악기의 강조 등 챠라의 음악 기조에 유키의 보컬 퍼포먼스를 더한 느낌에 가깝다. 두 사람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색의 조화, 이를 통해 발현되는 몽환적인 대기가 신비스럽기까지 한 반가운 재회.


발리스틱 보이즈 프롬 엑자일 트라이브(BALLISTIK BOYS from EXILE TRIBE) ‘ANTI-HERO'S'

‘탄도소년단’이라느니 ‘BTZ’라느니, 사실 확인도 안 하고 후려치며 자기들 기사 조회수 늘리기에 바쁜 기레기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표절그룹으로 낙인 찍힌 그룹의 신곡이다. LDK 역시 어느 시점부터 우리나라의 아이돌신처럼 외국 작곡가 중심으로 곡을 받아왔는데, 이것이 좀 더 파워풀하고 전문적인 안무와 동반됨으로서 케이팝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고 있지 않나 싶다. 케이팝의 나라의 사는 사람으로서 다소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 


걸프렌드(GIRLFRIEND) ‘それだけ’

우리나라의 그 걸그룹이 아니라, 일본에서 활동중인 4인조 걸밴드의 신곡임을 명심하자. 스캔달을 배출한 캬레스 보컬&댄스스쿨 오사카교의 멤버로 구성된 팀인데, 아직 설익은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좋은 곡들로 서서히 커리어를 쌓고 있는 중이다. 이 곡 역시 새로운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지만, 연주와 노래가 충실히 곡 안에 녹아들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록 발라드로서 좋은 완성도를 구축하고 있다. 시미즈 쇼타가 프로듀싱했다는 사실은 의외의 일면.


[ALBUM]

시샤모(SHISHAMO) < SHISHAMO 6 >

우선 첫 곡을 레게 조의 ‘天使みたい’로 낙점했다는 것에 놀랐다. 착실히 쌓아온 자신감과 변화에 대한 욕심이 반반 섞여 나타난 결과이리라. 리드미컬한 커팅 스트로크에 얹어낸 미야자키 아사코의 래핑이 이색적이면서도 흥미로운 ‘ひっちゃかめっちゃか’에서의 모습 역시 낯설다. 신시사이저를 적극 활용한 ‘君の大事にしてるもの’, 베이스 중심으로 후렴구를 구성한 ‘二酸化炭素’ 등 이전처럼 1차원적으로 돌진하는 기타록은 적어도 초반부에 찾아보기 어렵다. 


이 와중에 캐치한 멜로디와 듣는 이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미야자키 아사코의 음색은 여전. 세 멤버의 합도 이제는 경험치에 비례해 완벽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다. 하던 것을 넘어 안 하던 것도 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올해의 각오가 엿보이는 어느덧 여섯번째 작품.


토리코(tricot) < 真っ黒 >

오랫동안 인디를 고수하고 있던 이들이 메이저로 거처를 옮기고 난 후에 발표하는 첫 정규작인 만큼 어떤 스타일의 변화가 있을지 기대도 우려도 되었던 것이 사실. 결과적으로는 밴드 특유의 그 변칙적인 ‘매운맛’이 살짝 순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리드곡 ‘真っ黒’만 봐도, 복잡한 리듬구조는 여전하나 파트간 구분을 명확히 하고 좀 더 대중적인 선율을 실어내며 조금은 쉬워진 토리코의 일면을 어필하는 듯한 모습. 이렇게 편하게 들은 토리코 노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단순화를 꾀한 ‘左脳右脳’, 역시 인트로의 흐름이 끝까지 유지되는 ‘なか’ 역시 이런 흐름에 일조하고 있는 트랙들이다. 본래 진입장벽이 높은 팀이었기에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되지만, 쭉 이들의 활동을 쫓아왔던 팬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타협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사이토 카즈요시(斉藤 和義) < 202020 >

타이틀처럼 2020년을 맞아 선보이는 정규 스무번째 작품. 록 자체의 역동성을 담고 있음과 동시에 사운드 메이킹은 굉장히 촘촘하고 탄탄하게 마감질되어 있다. 그야말로 베테랑의 관록을 느끼게 하는 곡들이 다수 수록. 블루지한 느낌을 한껏 담아낸 연주곡 ‘傷だらけの天使’을 필두로, 보컬과 연주의 지분을 거의 반반으로 나눠가는 레코딩이 그야말로 ‘듣는 맛’을 자아낸다. 합주의 현장감을 살려냄과 동시에 솔직한 가사를 랩으로 풀어내는 ‘シャーク’, 아날로그의 포근함을 전달하다가 이내 현악이 가세하며 덩치를 불려나가는 스펙터클한 포크록 ‘小さな夜’, 자신만의 대중성을 아낌없이 풀어놓은 ‘いつもの風景’ 등 장인의 숨결과 노력, 노하우가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을 정도의 흡입력을 자랑한다.


큐소네코카미(キュウソネコカミ) < ハリネズミズム >

라이브에서는 언제나 최고의 엔터테이먼트를 선사하는 그들이지만, 스튜디오 작품 측면에서는 좀처럼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 어느덧 결성 1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좀 더 원점을 돌아보고자 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듯한 미니 앨범은 나름 충실한 내용물을 보여준다. 자신들의 무기인 신시사이저를 전면에 내세운 ‘Welcome to 西宮’, 좋은 멜로디와 후반부의 코러스 워크가 멋진 합을 보이는 ‘あいつホンマ’, 특유의 동양적인 선율을 강조한 ‘綺麗なる飯’ 등의 신곡을 비롯, 초창기 곡을 재녹음한 ‘適当には生きていけない’ 등이 알차게 수록되어 있다. 단순히 라이브에서만 먹힐 곡이 아닌, 노래 자체로의 매력 역시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


할로 앳 요죠한(Halo at 四畳半) < ANATOMIES >

요죠한이란 것은 다다미 넉장반을 이야기 하며, 그만큼 싸고 좁은 집을 통칭하는 관용어구로 사용되는 단어다.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현실적이면서 공감가는 가난한 청춘의 일기. 한 시대를 풍미한 포크사조가 생겨나기도 했고, 마츠토야 유미의 가사는 초창기에 ‘다다미 넉장반의 정서다’라고 일컬어졌다. 그리고 2020년대에 들어선 지금, 21세기의 ‘요죠한’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록밴드가 그 모습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이다.


기타 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현악세션을 가미한다던가 전자음악을 적극 활용한다던가 어쿠스틱 기조의 구성을 선보인다거나 하는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맘에 든다.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감정들을 과하지 않게, 그리고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 듣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 역시 장점. 감성적인 록 음악을 차분히 듣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고 픈 앨범이다.


요시(Yo-Sea) < Last Night > / < HIGHER >

그 역시 최근 가장 주목받는 R&B 아티스트 중 한 명. 새해를 맞아 EP 두장을 동시에 발매했는데, 아무래도 스타일 상 일본음악 팬 보다는 해당 장르의 마니아들에게 보다 취향이 맞을 것 같은 작품이다. 아무래도 일본의 힙합/R&B 신 역시 우리나라의 흐름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덕분. 오토튠를 통한 랩-싱잉이 영 코코(Young Coco)의 어그레시브한 래핑과 함께 몽환적으로 표현되는 트랩 튠 ‘Runnin’, 색소폰을 거친 빈티지함으로 멜로우함을 강조한 ‘Night Ship’ 등 대표곡들로 하여금 일본 R&B 메인스트림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곡들로 가득하다.  


네크라이토키(NecryTalkie/ネクライトーキー) < ZOO !! >

신보를 쭉 훑어보다 첨 보는 이름이라 음악을 들으면서 찾아보니 어라 꽤 팬베이스가 있잖아? 성우 유닛이 떠오르는 보컬 못사의 음색이 살짝 장벽으로 작용할 듯 싶지만, 탄탄한 연주력과 더불어 확실한 킬링 포인트 제조에 탁월한 송 메이킹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신스록 스타일의 ‘北上のススメ’에 팀의 장점이 함축되어 있는데, 라이브에선 꽤나 강력한 앤섬으로 활용되지 않을까 싶은 곡. 선명한 원색으로 장식되어 있는 컬러풀한 음악의 향연, 괜찮은 신예를 발견한 느낌!

매거진의 이전글 [20-01-04] 주간제이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