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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09. 2020

[20-02-02] 주간제이팝

오오하라 사쿠라코, 세로, 리걸 리리 등 

[Single]


뮤직비디오가 없네요 ㅠ

세로(cero) ‘Fdf’

뛰어난 음악적 역량으로 남다른 체험을 선사하는 밴드의 신곡. 트렘펫과 플룻, 신시사이저가 특유의 아프리칸 비트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보조하는 구성이 흥미로운 노래다. 여러 아이디어로 장식된 치밀한 짜임새가 원초적인 즐거움과 색다른 역동성을 선사하고 있다. 공간감을 극대화한 후반부까지, 오리지널리티가 명확하게 깃들어 있어 듣다보면 자연스레 엄지를 치켜들게 될 터.


크리피 넛츠(Creepy Nuts) ‘オトナ’

이들의 특징이라면 일반적인 래퍼들과는 다른, 조금은 찌질하면서도 친숙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이번 신곡 역시 ‘어른’이 된 자신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를 랩으로 풀어내는 음악적 기조 역시 잘 유지하는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중간중간 삽입되어 ‘90’s 스타일의 느낌을 부여하는 신시사이저 리프 활용이 인상적.


헨타이신시클럽(変態紳士クラブ) ‘DOWN’

플레이하는 순간 요상해보이는 그룹명과 상반되는 고급진 시티팝 레트로의 세계가 펼쳐진다. ‘장르가 없는 음악’을 모토로 하는 3인조 유닛의 이번 타깃은 필리 소울. 힙합과 전자음악의 경계를 오가는 구성을 호기롭게 유영하는 현악 세션이 듣는 이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차를 타고 가로등이 깔린 짙은 어둠속을 달릴 때 어울릴 센티멘탈 트랙. 


더 엔기(the engy) ‘Driver’

블랙뮤직을 적극 활용한 크로스오버 록을 내세운 4인조 밴드의 메이저 데뷔 이후 첫 싱글. 기본적으로 파이브 뉴 올드(FIVE NEW OLD)와 음악적 기조가 유사한 느낌이나, 보컬인 야마지 코우지의 경우 그야말로 알앤비 보컬이라 훨씬 해당 장르의 테이스트가 깊게 느껴진다. 다이나믹한 리듬과 가스펠 느낌의 코러스 운영까지, 밴드편성으로 주조하는 필 충만한 알앤비 송이다. 


미스 오자(Ms.OOJA) ‘HIKARI’

간만에 뻔하지 않으면서 굉장히 좋은 발라드를 만났다. 피아노와 현악으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그 장엄하고도 비장한 연주에 지지 않는 가수의 좋은 목소리가 좋은 합을 보여주는 곡이다. 사실 커버앨범을 자주 내는 가수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번 곡이 그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확한 콘셉트 및 연주와 노래의 밸런스 등 고민을 거듭해 탄생시킨 수작. 


[ALBUM]


오오하라 사쿠라코(大原 櫻子) < Passion >

개인사무소를 차리고 난 후 첫 풀렝스가 되는 통산 네번째 작품. 아무래도 본인 의견이 좀 더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결론적으로 말해 익숙한 모습과 새로운 모습이 교차하는 과도기적인 느낌의 앨범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Shake it off’가 떠오르는 팝 스타일의 ‘Amazing’이나 선공개되었던 트렌디한 사운드의 ‘Shine on me’, 작사작곡에 참여하기도 한 ‘Special Lovers’ 등의 곡들은 이전의 그와 확실히 선을 긋는 곡이다. 많은 이들이 체감하고 있는 음악적 변화는 이처럼 제이팝의 전형성을 벗어나고자 한 가수 본인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I am I’, ‘きらきらきら’, ‘コントラスト‘와 같은 곡들은 이전의 방향성을 쫓는 트랙들. 워낙에 가창력과 표현력이 좋아 크게 흠이 보이진 않으나, 일관성이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그래도 많은 고민과 시도가 동반되어 있어 앞으로의 그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 특히 보사노바인 ‘By Your Side’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리걸 리리(リーガルリリー) < bedtime story >

많이 기다렸던 작품. 유라유라테이코쿠, 넘버 걸, 키노코테이코쿠와 같은 일본의 사이키델릭 사조의 계보를 잇는 노이즈 가득한 디스토션, 온화하면서도 투명한 타나하시 호노카의 음색. 이러한 차가움과 따뜻함이 몸속을 오가는 그 온도차의 짜릿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공간감을 통해 구현한 몽환적인 소리세계는 < bedtime story >라는 타이틀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도 ‘대중음악’으로서의 균형감 또한 확실히 잡아내고 있는 앨범. 지난 세개의 미니앨범을 통해 쌓은 경험이 앨범의 완성도로 고스란히 치환되어 있는 느낌이다. 겉모습만 보고 말랑말랑한 팝록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면, 앨범이 쏟아내는 압도적인 음압에 무릎을 꿇게 될 것. 


히츠지분가쿠(羊文学) < ざわめき >

이쪽도 사이키델릭을 추구하는 여성 밴드이나, 리걸 리리에 비하면 조금은 더 밝고 활기차다고 할까. 긴장감을 쭉 유지해가는 ‘サイレン’의 편곡, 한껏 일그러트린 디스토션과 양쪽을 번갈아 들려오는 코러스로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한 ‘夕凪’ 등 방향성이 명확하게 담긴 다섯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곡에 따라 확연히 다른 기타 톤을 사용함으로서 각 트랙에 담긴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 자신들의 의도를 적확히 음악에 녹여내고 있다. 


브레이멘(BREIMEN) < TITY > 

텐더(TENDRE) 등의 서포트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타카기 쇼타가 이끄는 밴드의 첫 작품. 잼 세션을 기반으로 결성된 팀인 만큼 연주에서 그 즉흥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펑크(Funk), 재즈, R&B 등 블랙뮤직을 적극 활용해 사람들이 즐겁게 춤출 수 있는 팝 제조에 골몰하는 팀으로, 스스로 ‘BREIMEN류 네오 J펑크’라고 일컫는 ‘IWBYL’가 대표적인 트랙. 힙합에 좀 더 초점을 맞춘 ‘A.T.M’, 템팔레이의 에이미가 참여한 낭만적인 어쿠스틱 ‘IDEN’ 등 팀이 커버하는 음악적 범위가 꽤 넓다는 것에 주목. 블랙뮤직 기반 팀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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