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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22. 2020

[20-02-04] 주간제이팝

드림스컴트루, 챤미나, 오오하시 토리오 등

[SINGLE]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G’

소울과 라틴의 느낌을 반반 섞은 듯한 거장의 신곡은 극장판 < 건담 G의 레콘기스타 >의 주제가. 건담과 도리카무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이와 별개로 음악이 너무 고퀄이다. 여러 장르가 한 곡 안에서 매끄럽게 어우러지며, 전체적으로는 시티팝의 정서도 담겨 있다. 초반의 비장함과 후반의 여운이 입체적인 매력 또한 부여. 건담 주제가가 이렇게 고급져도 되는지 모르겠다. 건담이 어른의 애니메이션이 되어서 그런지, 음악 또한 어른에게 어필할 뉘앙스로 변해가는지도. 


이리(iri) ‘Sparkle’

음색으로 먹고 들어가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요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수. 중성적이면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최근 블랙뮤직의 부상을 견인하는 느낌. 둔탁한 비트와 짙은 신시사이저가 강한 어프로치로 다가오는 가운데, 리드미컬하게 노래를 소화하는 그의 가창력이 발군이다. 슬로우템포와 업템포를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임을 힘 주어 증명하는 트랙. 


노래는 좋은데 하필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주제곡 ㅠㅠ

료큐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Shout baby’

꽉 찬 사운드를 지향하면서도 어느 하나 소외되지 않는 밸런스로 대중들을 공략하는 4인조 혼성 밴드의 2020년 첫 신곡. 시원시원한 나가야 하루코의 보컬은 여전하며, 진심을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내는 팝록 튠의 매력 역시 건재하다. 발표하는 곡들의 완성도는 항상 빼어난데, 퀄리티만큼 인기가 팍팍 오르지 않는 것이 팬으로서는 아쉬울 정도. 


마후마후(まふまふ) ‘それを愛と呼ぶだけ’

우타이테계의 슈퍼스타, 구독자 220만명을 훌쩍 넘는 채널의 보유자, 총 동영상 재생횟수 10억회이상, 도쿄돔 단독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아티스트. 더 말해봤자 입이 아플 정도로 그는 이미 서브컬처 신에서는 위대한 존재감을 뽐내는 싱어송라이터다. 이번 신곡은 자신의 고음을 적극 활용한 애절한 발라드. 평소 꽉꽉 세션을 채워넣는 경향과 달리 반주는 최소화하고 보컬에 집중한 덕분에 그의 노래를 온전히 즐기기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츠키 비테이(松木 美定) ‘実意の行進’

이주의 발견. 공간감을 부여한 보컬 트랙으로 하여금 굉장히 빈티지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재즈를 기반으로 한 반주 또한 이색적이며, 덕분에 이러한 요소들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그 솜씨와 역량이 더욱 돋보인다. 클리셰란 클리셰는 모두 거부하고 자신만의 탑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쌓아 올려가는 듯한 무모하면서도 의미 있는 발걸음.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아티스트다. 


더 핀(The fin) ‘Over The Hill’

높은 음악성으로 다수의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인디록 밴드의 신곡. 여전한 부유감과 거칠거칠한 사이키델릭 톤의 기타리프가 그들임을 실감케 한다. 전주와 간주의 희미하게 요동치는 기타 리프의 뇌리에 박히며, 곡 중간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보컬과 연결시키는 그 이음새 등 구성에서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멜로디나 연주 보다는 그 아티스트만의 감성을 흠뻑 느끼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듯. 



[ALBUM]


오오하시 토리오(大橋 トリオ) < This is music too >

오오하시 토리오 하면 은근 다작쟁이이면서도 어느 하나 허투루 작품을 내놓는 법이 없는 아티스트.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음색으로 하여금 아날로그의 감각을 극대화한 그의 노래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그 힘을 발하고 있다. 오버 더빙과 코러스로 보컬 트랙의 풍성함을 꾀한 레트로 트랙 ‘Lotus’를 필두로, 70~80년대 밴드사운드에 보다 집중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Ways and scenes’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편안함과 고즈넉함을 선사하고, ‘青月浮く海’는 제이팝 발라드의 정서를 자신의 스타일로 해석하는 흥미로운 트랙으로 자리한다. 힐링이 필요할 때 집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집중해 들어보기를 권한다. 바쁜 일상의 휴식 같은 작품. 


챤미나(ちゃんみな) < note-book -Me- > < note-book -u.- >

인간 ‘미나’와 아티스트 ‘챤미나’. 미칠도록 섬세하고 예민한 자아와 무대 위에서 폭발적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자아를 둘로 나누어 각각 담아낸 작품이다. 래퍼의 이미지가 강했던 초기와는 달리 노래와 랩을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블랙뮤직의 트렌디함 뿐만 아니라 레트로한 요소나 KPOP이 연상되는 지점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랩-싱잉을 통해 중독성 있는 후크를 만들어 내는 ‘ボイスメモ No.5’, 성공과 행복은 직결되지 않음을 노래한 ‘ルーシー’, 서정적인 피아노가 팝적인 무드를 만드는 흔치 않은 발라드 트랙 ‘In the flames’, 자신의 언어적 강점을 여실히 활용하는 ‘Picky’와 같이 가사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보다 폭넓은 세계관을 선보이고 있다. 


에다(edda) < いつかの夢のゆくところ >

“잊혀진 꿈이 모이는 관”을 주제로 만들어낸 에다의 두번째 정규작이다. 전작에 비해 조금 더 대중적으로 접근한 느낌이 강해진 작품. 1집에서도 범상치 않은 음악성을 선보여 굉장히 놀랬었는데, 이번 작 역시 러닝타임을 강한 자의식으로 통솔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앨범의 방향성을 적극 표명하는 ‘夢日記’, 드럼과 키보드, 기타의 오묘한 맞물림이 새로운 판타지 세계의 길잡이가 되는 ‘ポルターガイスト’, 마칭밴드 스타일을 기반으로 역동적인 구성의 변화가 독특한 ‘Alice in’, 스케일 큰 감동을 선사하는 발라드 ‘イマジナリーフレンド’까지. 유니크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둘 다 잡았다!


사카구치 아미(坂口 有望) < shiny land >

이제 막 대학생이 됐는데 데뷔년도가 2016년이란다. 중학생 때부터 라이브하우스 등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해 20살이 된 지금 벌써 두번째 정규앨범을 선보이는 상황. 청명한 보이스 컬러로 활기를 불어넣는 업템포의 곡들이 다소 수록. 노래마다 다른 프로듀서를 기용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발하는 데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싱글로 먼저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던 ‘LION’, 키보드의 섬세한 터치로 아련함을 더한 ‘夜明けのビート’, 꿈을 쫓아 도쿄로 상경했을 때의 기분을 차분히 풀어낸 ‘東京’ 등 신예 싱어송라이터의 다양한 모습이 어떠한 장식 없이 순수하게 발현되어 있다. 


오모이노타케(Omoinotake) < モラトリアム > 

피아노를 전면에 내세운 감성적인 트랙들로 조금씩 반응을 얻고 있는 트리오의 새 EP다. 일견 듣기에는 상투적인 발라드 그룹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색스폰이 편안한 무드를 조성하는 ‘モラトリアム’, 가성으로 꾸민 후렴구가 매력적인 ‘惑星’, 오피셜히게단디즘이 떠오르는 리드미컬 트랙 ‘トニカ’ 등 건반악기의 잠재력이 맘껏 발휘되는 다양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대중적인 것을 선호하나 너무 뻔한 것이 싫다면, 이 앨범을 적극 추천한다.


쿠지라요루노마치(クジラ夜の街) < 星に願いを込めて >

이것저것 돌려보다가 내 레이더망에 걸려든 밴드. 알고보니 Rockin’ On 에서 주최하는 오디션 < RO JACK for ROCK IN JAPAN FESTIVAL 2019 > 우승팀이었다. 왠지 심상치 않더라니. 올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비교적 어린 멤버들임에도 음악에 빈틈이 보이지 않는 것이 대단. 기타 록을 기반으로 하나 팝 센스가 만연해 있는 멜로디, 퍼즈 톤을 적극 활용하는 사운드 주조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펼쳐내는 섬세한 감정이 동세대를 넘어 많은 음악 팬들의 마음을 울릴 듯하다. 최근 몇 년간 해당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팀 중 가장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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