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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01. 2020

[20-03-01] 주간제이팝

아이코, 하이도, 템팔레이 등

[SINGLE]


아이코(aiko) ‘青空’

그만의 전형적인 스타일에서 살짝 변화를 준 싱글로, 커리어를 쫓아오던 팬들이라면 곡 전반에 걸쳐 있는 신시사이저가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밝은 곡조에 이별 가사를 붙이는 특유의 작법은 여전하며, 데뷔한지 20년이 훌쩍 넘었음을 상기해보면 이렇게 꿋꿋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참고로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3월 4일 부로 그가 선보인 전곡의 스트리밍이 제공될 예정이며, 여기에 맞춰 추천곡 플레이리스트도 브런치에 업로드하려 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템팔레이(Tempalay) ‘大東京万博’

화려함과 황폐함이 동시에 깃든 도쿄의 모습을 그려낸 밴드의 신곡이다. 산다는 것의 공허함을 특유의 텍스처로 그려내는 그 솜씨는 여전히 발군이다. 보다 동양적인 선율을 가미해 이국적인 느낌을 강조했으며, 불규칙한 리듬과 부유하는 듯한 보컬 트랙으로 독자적인 에고를 펼쳐보이고 있다. 안주 없이 더욱 자신의 세계관을 넓혀가는 데 여념이 없는 그 노력의 산물.


아이나 디 엔드(アイナ∙ジ∙エンド) ‘死にたい夜にかぎって’

참 매력적으로 노래한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빗슈(BiSH)의 메인보컬 아이나 디 엔드. 이번 솔로 싱글은 자신의 중저음을 적극 활용한 새드 러브 송. 안그래도 쓸쓸하고 처연한 감정선인데, 그 허스키한 음색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심연으로 더욱 이끄는 인상을 준다. 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이런 호소력 넘치는 보컬리스트로서의 모습을 주기적으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노래를 들으며 더욱 커진다. 


하이도(HYDE) ‘BELIEVING IN MYSELF’ 

현지 시각으로 3월 1일에 개최되는 < 도쿄마라톤 2020 >의 이미지송으로 채택된 하이도의 새 싱글. 그룹과 솔로의 구분점을 확실히 두려는 듯, 2018년 솔로 커리어를 재개한 이후로는 다소 탈일본 스타일의 록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으며 이 노래 역시 그러한 의도하에 쓰여진 곡으로 보인다. 인더스트리얼 록 지향의 강한 어프로치를 소화하고 있으며, 마냥 듣기 편한 팝록에서 벗어나 자신의 음악적 욕심을 더욱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노래. 


카미시라이시 모네(上白石 萌音) ‘From The Seeds’

의외의 블루스 무드가 확 귀에 들어온다. 너무 글림 스팽키 느낌이 나길래 설마 곡을 써줬나 해서 찾아봤더니 아니나다를까 역시. 평소에 본인이 하지 않던 스타일이지만 곡이 워낙 좋고 가이드가 잘되어서 그런지 의외의 찰떡스러움을 보여준다. 다만 곡 전반에 글림 스팽키의 색깔이 너무 강하게 걸쳐있어 본인만의 무언가를 찾기는 약간 어려울 수도.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그룹의 셀프커버 버전이 발매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ALBUM]

몽키 매직(MONKEY MAGIC) < northview >

처음 이들을 접했을 땐 신기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외국인의 외관으로 너무나 완벽한 일본어 가창을 들려주고 있었기 때문에. 캐나다인 2명과 일본인 2명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이력을 보유한 밴드의 12번째 작품으로, 어느덧 결성 20주년을 맞은 본인들을 자축하고 있다. 따스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트랙들이 편하게 듣는 이들을 반겨줄 것이며, 밴드라고 소개하긴 했으나 딱히 악기에 구애받지 않은 여러 스타일의 곡들이 지루할 새 없이 흘러나온다. 캐나다인 멤버 두명이 작업을 주도하는 만큼 영미의 테이스트가 어느 정도 가미가 되어 있어 일본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라도 살갑게 맞아들일 수 있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장점. 그럼에도 음악만으로는 멤버 둘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전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사카나몬(SAKANAMON) < LANDER >

사실 워낙 밴드가 많은 곳이라 왠만해서는 그 안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너무 정석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밴드들이 오히려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들 역시 탄탄한 펑크 사운드로 조금씩 자신들의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으나, 그 완성도에 비해 더디게 떠오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한 펑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LIKES’와 피아노를 전면에 내세운 경쾌한 ‘HOME’을 한 앨범에 동시에 수록하고 있다는 것은 나름의 자신감일 터. 밴드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밴드의 새 앨범. 


씨풀(SEAPOOL) < Kiss The Element >

마치 키노코테이코쿠의 인디시절을 보는 듯한 음침함과 강렬함. 공간감을 강조한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번져 나가듯 대기로 흡수되는 보컬. 첫 곡 ‘Schizo Flare’의 후반 2분여의 연주를 듣고 있자면, 정말 어느 것과도 타협하지 않은 자신들만의 음악을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불협화음에 이어지는 노이즈 낀 펑크 트랙 ‘シャーロット’ 역시 자유로운 가창이 부각되며, 일그러진 디스토션에 굵직한 베이스라인이 따라붙는 ‘素猫’은 반복적인 후렴구로 중독성을 더했다. 한번 잘못 만졌다가 훅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신예 밴드의 소용돌이 같은 작품.


와카나(Wakana) < magic moment >

실내악에 가까운 첫 곡부터 시선을 확 끌어모은다. 보컬그룹 칼라피나로 커리어를 시작해 어느덧 솔로 가수로서 자리를 잡은 그의 2번째 솔로앨범은 자신의 가창력을 십분 발휘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그런 아이덴티티를 가진 흥미로운 작품으로 자리한다. 여느 외국의 민요가 떠오르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442’, 살짜기 엔카의 터치가 가미된 고풍스러운 ‘アキノサクラ’, 오케스트라를 동반한 큰 스케일의 팝 발라드 등, 자신의 역량 안에서 소화할 수 있는 다채로움이 러닝타임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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