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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08. 2020

[20-03-02] 주간제이팝

우버월드, 도쿄지헨, 유즈, 스미카, 미야모토 히로지 등

[SINGLE]

우버월드(UVERworld) ‘AS ONE’

일렉트로니카와의 융합을 통한 믹스쳐 음악에 집중하고 있는 밴드의 어느덧 38번째 싱글. 개인적으로 대형밴드 중에서 이상하게 정이 안가는 팀이 이들인데, 그래도 내는 곡들마다 일정 이상의 완성도는 담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인기일터. 버스(verse.) 부분에는 좀처럼 록의 기운을 내비치지 않다가, 1절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디스토션이 따라붙으며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구성이 인상적.


도쿄지헨(東京事変) ‘永遠の不在証明’

제이팝 팬들이 시이나 링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참으로 복잡하다. 한국인 입장에서 실망스러운 행보가 이어짐에도 내놓는 작품들은 페이스가 떨어지기는커녕 데뷔시절 보다도 더욱 선명히 궤적을 그려나가고 있는 모습. 다시금 의기투합한 밴드원들과의 호흡은 왜 사람들이 이 팀의 귀환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는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재즈의 뉘앙스로 살짝 터치한 정교한 연주,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팽팽한 긴장을 지속적으로 심어놓는 시이나 링고의 보컬, 여기에 후반부의 변주가 더해지며 팀의 변화무쌍함이 완성된다. 겉으로는 신경을 끊은 듯해도, 몰래 숨어 듣는 팬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요루시카(ヨルシカ) ‘夜行’

살짝 뻔해지는 감이 있다. 적당한 톤의 디스토션과 키보드로 빚어내는 특유의 감성은 여전한 강점이나, 이전 곡들과 크게 거리감을 둔 기색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티스트라는 것이 무조건 변화에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고, 본인 역시 요루시카 본연의 색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그럼에도 조금씩 곡의 매력이 덜해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부나나 스이나 모두 다른 것들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뮤지션들 같은데, 조금씩 안했던 것들을 담아보는 것들도 자신의 포텐셜을 개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셰이키(shaky) ‘silhouette’

고교생 싱어송라이터 코타로가 ‘10대가 만드는 레이블’을 목표로 설립한 아리아스(Arias). 이들이 첫번째로 내세우는 10대 밴드가 바로 셰이키다. 플레이하자마자 나지막히 들려오는 신시사이저와 펑키 리프가 예사 팀은 아님을 직감케 한다. 섬세한 미성의 보컬과 그루브를 즐기고 있음이 전해지는 합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블랙뮤직 기반 팀으로 따지면, 첫인상 측면으로는 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 지켜봐야 할 팀이 하나 더 늘었다,


아야카(絢香) ‘道しるべ’

가창력 측면에서는 엄지를 치켜들 수밖에 없는 실력의 소유자. 결혼과 임신으로 인해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은지 1년 반만에 선보이는 싱글이다. 20주년을 맞은 패션 브랜드 얼스 뮤직 앤 에콜로지(earth music&ecology)의 CM송이기도 한 이 곡은, 새로운 생명을 맞아들이게 된 지금의 감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다. 기타 두대가 주고 받는 하모니와 웅장한 가스펠 스타일의 코러스로 장대함을 뽐내고 있는 반가운 신곡.


지지(GeG) ‘I gotta go(feat. Hiplin, WILYWNKA & kojikoji)'

얼마전에 소개했던 헨타이신시클럽(変態紳士クラブ)의 프로듀서 지지가 같은 팀 멤버인 윌리웡카, 싱어송라이터 코지코지와 오사카 출신의 싱어 힙플린과 공동작업을 통해 탄생시킨 곡이다. 현악을 중심으로 편안하고도 서정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며, 특히 래퍼와 싱어와 음색이 노래의 완성도를 쫙 끌어올린다. 특히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힙플린의 보이스 컬러는 가히 독보적. 전통적인 흐름과는 살짝 거리를 두고 있는, 감각적이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은 봄 노래이자 졸업 송.


[ALBUM]

유즈(ゆず) < YUZUTOWN >

마츠토야 마사타카와 츠타야 코이치라는 신구 명 프로듀서의 원조를 받은 ‘SEIMEI’의 후반 아프리칸 느낌의 독창적인 곡조는 더 이상 이들에게서 이전의 포크 이미지를 찾지 말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쇼와가요와 중국의 정서를 십분 반영한 ‘チャイナタウン’, 전통 민요를 떠오르게 만드는 ‘花咲く街’, 중동 어디 한복판에 나를 데려다 놓은 듯한 ‘イマサラ’까지 오면 내가 정말 대중음악을 듣고 있는게 맞나 싶을 정도의 이국적인 정서에 휩싸일 것. 여기에 8비트 칩튠이 연상되는 4곡의 인터루드까지 더함으로서, 국경/대륙의 구분이 없는 자신들의 자유로운 음악세계 < YUZUTOWN >이 완성되는 것.


물론 본래 잘하는 것들도 충실히 담겨 있다. 팀의 유쾌함이 어느때보다 잘 묻어나 있는 ‘マスカット’, 어쿠스틱한 편곡을 통해 두 보컬의 조화를 강조한 ‘GreenGreen’, 선율과 편곡에서 유즈 초창기 스타일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 ‘フラフラ’ 등이 그러한 트랙.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이번에도 역시 ‘유즈’는 믿고 듣는 브랜드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증명해 낸 수작.


스미카(sumika) < Harmonize e.p. >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4곡들이 미니 앨범. 첫 곡 ‘センス∙オブ∙ワンダー’의 경쾌함까지는 익숙한 무드이나, 텐 핏(10-feet)이나 와니마(WANIMA)가 연상될 법한 레게 리듬의 ‘ライラ’부터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들의 또다른 음악적 야심을 표출한다. 블랙뮤직의 그루브로 의외의 다크함을 보여주는 마이너 스케일의 ‘No.5’ 역시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일면. 정통 발라드 트랙인 마지막곡 ‘エンドロール’까지. 미니앨범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물로 가득찬 작품이다.  


미야모토 히로(宮本 浩次) < 宮本、独歩 >

엘리펀트 카시마시의 프론트맨이라는 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의 자유로운 발걸음을 목격할 수 있는 작품이다. 코바야시 타케시와 함께한 ‘ハレルヤ’부터 표출되는 뛰어난 가창력과 표현력이 생각없이 낸 솔로 데뷔작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듯하다. 시이나 링고, 도쿄스카파라다이스오케스트라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이색적이지만, 이 작품은 분명 밴드와 떨어진 그의 진면목을 재발견하는 의의가 더 크게 다가온다.


밴드의 작품에 비해 보다 ‘대중가요’로서의 성격을 강조해서 그런지 훨씬 가볍게 접근할 수 있으며, ‘좋은 노래’가 주는 그 통렬함을 간만에 제대로 전해준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이 정도로 노래를 잘 했었나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감성으로 기계적으로 정교하기만 할 뿐인 가수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듯 하기도. 엘리펀트 카시마시의 음악이 맞지 않았던 이들이라도 한번쯤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만큼 그는 완벽히 ‘솔로 뮤지션’으롷 재데뷔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케렌미(KERENMI)  < 1 >

현 시점 최고의 히트메이커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츠타야 코이치의 솔로 프로젝트가 한 장의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현. 이번 작품은 작곡가로서의 그보다는 트랙 메이커로서의 그가 더욱 강조되어, 평소에 프로듀싱해왔던 결과물과는 또다른 질감과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모음집으로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작업에 참여한 만큼 오피셜히게단디즘의 후지와라 사토시, 미세스 그린애플의 오오모리 모토키, 차라와 사나바군, 마이클 카네코 등 화려한 피처링 진을 자랑하는 것도 특징.


평소 선율 중심의 작업에서 벗어나 비트가 강조되는 힙합과 EDM에 강조점을 두고 있어 그가 만든 히트곡과는 또다른 매력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반갑다. 더불어 각 트랙에 꼭 맞는 가수들을 매칭시키며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이 만개해 있음을 보여주기도. 이 작품이 츠타야 코이치의 새로운 일면과 함께 잘 알지 못했던 아티스트들의 매력을 함께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키야마 키이로(秋山黄色) < From DROPOUT >

< Summer Sonic 2018 >의 출연이 걸린 콘테스트에 최종 14팀으로 남아 출전권을 거머쥔 될성 부른 신예. 그저 혼자 집에서 음악을 만들 뿐이었던 프리터는 이렇게 조금씩 이름을 알려 마침내 첫번째 앨범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 정도로 음악의 매무새가 탄탄하고 우직한 느낌의 신인은 오랜만인 것 같은데, 확실히 최근 쏟아져 나오는 우타이테나 보컬로이드 출신들과는 다른 방향과 성향의 수록곡들을 들려주고 있다.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세상과 어긋나 있었던 자신으로부터 나온 감성들을 솔직히 표현하고 지금에 위치에서 돌아보면서 드는 감회가 차갑게 혹은 뜨겁게 섞여 있는 작품.  


젯타쿤(ぜったくん)  <Bed TriP ep >

첫 곡 ‘Catch me, Flag!!?’에서 느껴지는 그루브가 심상치 않다. 전혀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단숨에 전곡을 청취. 음악으로만 봐선 밴드의 형태일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의 정체는 래퍼이자 트랙 메이커. 리얼 세션 기반의 따스한 음악으로 감성을 건드리는 트랙들이 즐비한 미니앨범이다. 샘플링의 효과적 활용, 풍성한 연주가 랩에 착착 달라붙는 ‘Parallel New Days’, 보다 힙합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침착한 느긋한 톤의 랩이 돋보이는 ‘Bad Feeling’ 등 최근의 여러 래퍼들의 작품과는 궤가 다른 결과물을 담고 있어 여러모로 주목하게 된다. 러닝타임 전반을 장식하는, 여러 풍성한 음악적 레퍼런스가 흥미로우면서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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