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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04. 2020

아이코 좋아하세요?(1)

스트리밍 개시 기념 추천곡 리스트 : 싱글편

3월 4일, 드디어 아이코의 전곡을 한국 음원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도 불과 일주일 전부터 스트리밍이 가능했던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그야말로 리얼타임에 가깝게 그의 주옥과 같은 음악을 국내에서도 만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많은 이들이 기다렸을 정도로, 제이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있어 아이코란 존재감은 꽤나 크다. 호소력 있는 음색과 공감가는 가사를 통해 사람들을 일본음악의 길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 나 역시 'カブトムシ'를 들으며 점점 열도의 음악신에 빠져들었고, 분명 나와 같은 전철을 밟은 이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에 아이코의 스트리밍 개시를 기념하고자, 대표곡과 개인 플레이리스트를 조합한 Recommend 특집을 싱글과 앨범 수록곡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하고자 한다. 벌써 그도 39장의 싱글과 13장의 앨범을 보유한 20년차를 훌쩍 넘긴 가수 아니겠는가. 너무나도 많은 명곡에 파묻혀 도대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본 내용이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면 우선 싱글편부터!


참고로 멜론 플레이리스트도 제작 완료!


あした(1998, 1st Single)

もしも罪を犯し世界中敵に回しても
만약 죄를 범해 세계를 적으로 돌릴지라도
あなたと眠る夢を見續けてたい
당신과 잠든 꿈을 지켜보고 싶어

그의 기념비적인 데뷔싱글. 흔히 알고 있는 아이코의 곡들과는 달리 전자음악의 무드를 띄고 있으며, 본인이 작곡하지 않은 유일한 넘버이기도. 그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로 인해 은근 마니아들도 많은 노래이며, 본인 역시 좀처럼 부르지 않다가 2008년 풀버전의 무대를 선사한 이후로 점점 라이브에서 선보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도 한 곡.


花火(1999, 3rd Single)

夏の星座にぶらさがって
여름의 별자리에 매달려
上から花火を見下ろして
위에서 불꽃놀이를 내려다보며
こんなに好きなんです 仕方ないんです
이렇게나 좋아하는걸요 어쩔 수 없어요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도 단연 대표곡이며, 그를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올린 노래다. 흥겨운 곡조와 대비되는 짝사랑의 안타까움이 아이코의 애절한 음색과 맞물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아티스트의 정체성은 이 곡을 대부분 확립된 셈. 개인적으로는 인트로와 아웃트로의 전면에 등장하는 피아노 리프의 몽글몽글함을 좋아한다.


カブトムシ(1999, 4th Single)

少し背の高いあなたの耳によせたおでこ
조금 키가 큰 그대의 귓가에 댄 이마
 甘いにおいに 誘われたあたしはかぶとむし
달콤한 향기에 빠진 나는 장수벌레

많은 이들의 입문곡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는 명발라드. 사랑에 빠진 자신을 ‘장수벌레’에 비유하는 독특한 발상, 너무 사랑하기에 불안한 주인공의 애절한 감정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아이코라는 아티스트를 각인시킨 또 하나의 시그니쳐 넘버이다. 나 또한 이 곡으로 아이코에 입문했고, 막 빠져들기 시작한 제이팝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ボーイフレンド(2000, 6th Single)

あなたがあたしの頬にほおずりすると
당신이 내 뺨에 볼을 비비면
二人の時間は止まる
두사람의 시간은 멈춰
好きよ ボーイフレンド
좋아해 보이프렌드

아이코의 노래는 보통 곡조는 신나도 가사는 엄청 안타깝고 가슴 저미는 내용이 많은데, 이 곡은 모처럼 곡의 무드와 노랫말의 방향이 일치하는 곡이다. 그가 잘하는 스타일의 업템포 넘버이며 후렴구의 음절과 멜로디가 착착 붙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도. 그녀의 첫 홍백가합전 무대와 함께 했던 넘버이기도 하다. ‘花火’처럼 인트로와 아웃트로에 만돌린을 삽입한 아이디어 역시 발군.


ロージー(2001, 8th Single)

遠くからじっとこらえて 見つめているようじゃ
멀리서 가만히 참고 바라보고 있는다면
幸せもきっと 逃げてゆくわ
행복도 분명 도망칠거야
だからあたしはあなたに 言ったのよ
그래서 난 너에게 말했어
「生まれた 時からずっとあなたに
抱きしめて 欲しかったの」
「태어났을 때부터 쭉 네가 안아주길 바랬어 」

 ‘カブトムシ’가 살짝 뒤로 밀려난 후 굳건히 내 베스트 송을 차지하고 있다. 인트로는 마치 여느 브릿팝을 듣는 듯하며 키보드 역시 싸이키델릭 사조의 톤이 느껴지는 등 여느 곡보다도 영미록의 어프로치를 강하게 보여주는 곡. 같은 후렴이라도 계속 변화를 주어 질릴 새가 없으며, 특히 마지막의 바리에이션은 감정을 폭발시키며 이 곡의 절정을 견인한다. 20년째 듣는 데도 똑같은 데서 소름이 쫙 돋으니, 말 다했다.


今度までには(2002, 11th Single)

あれも素晴らしくってこれも素敵だった
저것도 멋있었고 이것도 멋졌어
悲しいけれど切ないけれど
슬프지만, 안타깝지만
あれもこれも忘れるのかなぁ
저것도 이것도 잊는걸까
そして最後にあなたの溫もりを
忘れるのかなぁ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대의 따스함을
잊어가는걸까

정말 이보다 절절한 이별노래가 있나 싶다. 이 노래는 특히 아이코의 보컬이 강조되어 믹싱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한데, 그 덕분에 마치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욱 현실적으로 마음 속을 파고드는 듯. 후렴구의 임팩트만으로 따지면 최고로 꼽고 싶은 넘버이며, 그 때문에 막 이별한 사람들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멀리해야 하는 곡이기도 하다. 아니 상처가 아문 사람들이라도, 옛 추억과 후회가 한순간에 쏟아져 나올지도.


えりあし(2003, 14th Single)

五年後、あなたを見つけたら
5년후, 당신을 찾는다면
背筋を伸ばして声を掛けるね
등을 활짝 피고 말을 걸겠어요
一度たりとも忘れたことはない
한번이라도 잊은 적 없는
少し伸びたえりあしを
조금 자란 뒷머리를
あなたのヘタな笑顔を
당신의 어색한 미소를

‘今度までには’의 주인공이 계속 울먹이고 있다면, 이 곡의 화자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마지막에서야 터뜨리는 쪽에 가깝다. 이 곡은 그 마지막 한 소절을 위해 감정을 켜켜이 그리고 차분히 쌓으며 달려간다. 곡이 흐르는 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을 진정시키지만, 결국 그 어울리지 않았던 침착함은 마지막 몇 초를 두고 무너진다. 잊어보려 노력하겠지만, 그래도 안되면 전력을 다해 당신을 떠올리겠다고 하며 말이다. ‘えりあし(목덜미)’를 소재로 그만의 디테일을 살려 낸 또 하나의 대표 발라드 넘버.


かばん(2004, 15th Single)

大きなかばんにもこの胸にも
커다란 가방에도 이 가슴에도
收まらないんじゃない?
다 넣을 수 없잖아?
恥ずかしい程考えている あなたのこと
부끄러울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 너에 대해

‘大きなかばんにもこの胸にも收まらないんじゃない?’ 이 한 소절에 모든 것이 축약되어 있다. ‘가방’이라는 그만의 재치가 담긴 소재, 반음씩 떨어지는 멜로디의 매력이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기억이 난다. 여느 곡보다 현악 세션의 활용이 좋다고 느껴지는 곡이기도. 짝사랑임에도 이루어지지 않는 안타까움 보다는 그 감정에 설렘을 즐기는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노래.


スター(2005, 19th Single)

あたしは今何をあげられるだろう?
 지금 무엇을   있을까?
小さな夢それとも
자그마한 , 아니면
はにかみ 吐息 唇が動いた
조용히 내쉰 한숨, 입술이 움직였어
「明日もちゃんと傍にいて」
「내일도  곁에 있어줘」

나에겐 단순한 사랑노래가 아닌, 삶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듯한 노래로 기억된다. 전조를 통한 벌스와 후렴의 대비가 곡의 핵심이며, 음절과 선율의 맞물림이 특히나 훌륭하다. 상승조의 구성이 제목처럼 반짝반짝 빛나며 사람들을 비추어 주는 노래


星のない世界(2007, 22th Single)

とても大事な宝物を
너무 나도 소중한 보물을
あたしはやっと手に入れたんだ
나는 이제서야 겨우 손에 넣었어
胸が病みそうで不安に溺れそうになったら
가슴이 아플 것 같은 불안감에 두려워졌다면
真っ直ぐにあなたを思い出すよ
당신을 떠올릴거에요

대학교 일본어 수업을 듣다가 이 곡 제목으로 질문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왜 ‘星がない世界’가 아니고 ‘星のない世界’냐고. 1절과 2절의 텐션이 명확히 다를 정도로 곡이 진행됨에 따라 고조되는 감정이 감상 포인트이며, 원래도 듣기 좋은 가성이 곡 전반에 걸쳐 있어 더욱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지는 곡이라는 생각이 최근에 들기 시작했다.


Kisshug(2008, 24th Sigle)

夏髪が頬を切る また年を重ねて
여름날 긴 머리가 볼을 찔러 다시 시간을 겹쳐
きっと思い出す あなたの影あたしの言葉
분명 떠올릴거야 너의 모습 나의 말
you love..

인트로의 피아노와 플룻만 들어도 가슴이 움찔움찔하는 곡. 후렴의 선율이 이제까지의 아이코와는 조금 다른 듯해 처음 들었을 당시에는 다소 낯설었었지만, 지금은 어느 곡보다도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다. 첫사랑에 대한 노랫말인 듯 싶으나, 마지막 부분을 보면 결국 연인이 된 후에 내용임을 알 수 있는 등 뜻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도. 드라마 < 꽃보다남자 >의 타이업 된 바가 있어 국내 팬들에게도 더욱 친숙할 것이다.


嘆きのキス(2009, 25th Single)

ここに残る 嘆きのキスを胸に 僕は生きる
여기에 남은 한탄의 키스를 가슴에…. 나는 살아가

2000년대 싱글로 나왔던 아이코의 발라드는 죄다 명곡이라 당최 빼놓을 곡들이 없다. 이 곡은 특히 이별의 슬픔을 가장 극대화해 표현한 명곡으로, 여느 때보다도 직관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탓에 자기도 모르게 가사에 감화되곤 한다. 특히 말을 흐리며 끝맺는 마지막 소절은 그이기에 가능한 리얼리티의 반영일 터.


向かい合わせ(2010, 27th Single)

灼けた指輪の跡が印す 想い出の色に
빛바랜 반지의 흔적이 나타내는 추억의 색깔들에
あなたを想うだけの強さをあたしは貰った
그대를 생각할 만큼의 강함을 나는 받았어
やだ…涙が出る
아... 눈물이 나

벌스를 통해 위기감을 고조시킨 후 후렴을 밝은 분위기로 장식해 어느 곡 보다도 탁 트인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는 러브송.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흐르는 순간을 그려낸 ‘やだ…涙が出る’의 한 소절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을 듣는 이에게 선사할 것이다. 1차원 적인 연애감정에서 벗어나 조금 더 복합적인 관계를 그려낸 손꼽을 만한 업템포.


Loveletter(2013, 30th Single)

ねぇ一体どれくらい心の中を知れたのだろう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내 마음을 들킨거야
あなたがこの手紙を書いたのはもう過去
네가 이 편지를 쓴 건 이젠 옛날

아이코 노래에서 고백받는 주인공을 다 보다니! 수록곡을 다 체크해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싱글에서 러브레터를 받고 설레하는 타입의 화자를 본적은 없는 것 같다. 완연한 록 넘버로서, 언제나 주도적으로 감정을 리드해왔던 경향에서 벗어나 타인이 준 계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흔치 않은 흐름의 곡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후렴은 한번만 들어도 각인이 될 정도로 중독성을 담보하고 있는, 살짝 다른 방향으로 풀어낸 아이코의 슬라이더.


プラマイ(2015, 34th Single)

離れられずに 離れたくても
떨어지지 않은 채 떨어지고 싶어도
目を閉じても閉じなくても
눈을 감아도 감지 않아도
あなただらけ あなただらけ あなただらけ
당신투성이 당신투성이 당신투성이

연애를 하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기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굉장히 현실적인 뉘앙스가 담긴 업템포 곡이다. 이 시점부터 데뷔 초부터 함께 작업해왔던 시마다 마사노리와 결별하고 새 편곡자로 Oster Project를 맞아 들였는데, 큰 차이는 없어도 자세히 들어보면 조금 더 오밀조밀한 느낌이 강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래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경력이 있어서 그런듯. 끝날듯한 지점에서 한번 더 치고 올라가는 후렴이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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