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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11. 2020

아이코 좋아하세요?(2)

스트리밍 개시 기념 추천곡 리스트 : 앨범 수록곡 편

아이코는 대표적인 앨범 아티스트로 통한다. 싱글시장이 중심인 일본 대중음악 신에서도 풀 렝스의 가치를 고집하며 좋은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곡들은 아무래도 싱글컷 된 곡들이겠지만, 조금만 시간을 들이고 귀를 기울여보면 자신에게 꼭 맞는 곡들은 오히려 앨범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13장이라는 디스코그라피에 압도되어 듣기도 전에 지치는 이들이 속출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 그 대장정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애정해 마지 않는 앨범 내 수록곡들을 공개하고자 한다. 이 정도 곡들이면 충분히 아이코의 앨범을 정주행할만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져본다. 참고로 해당 곡들은 영상이 없으니 아래 멜론 플레이리스트 및 각자 사용하는 음원 사이트를 이용하도록 하자!



ジェット(1999)

1st Album < 小さな丸い好日 > 수록

きっと飛べると思うんだ 橫についてくれるなら
분명 날 수 있다고 생각해 옆에 있어 준다면
黃色い空もこんなに 近くに見えるよbaby
노란 하늘도 이렇게 가깝게 보여요 baby

‘아이코의 라이브’를 떠올릴 때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업템포 넘버다. 본래는 1집 수록곡이나, 템포를 올리고 리얼세션을 중심으로 새롭게 편곡한 베스트 앨범 < まとめ Ⅱ > 버전을 추천. 이처럼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적격인 노래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앨범을 듣는 재미를 배가시키며, 싱글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그의 또 다른 일면 역시 발견할 수 있다. 다 앨범을 풀로 듣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포상인 셈.


Power of love(2000)

2nd Album < 桜の木の下 > 수록

海をハサミで切って love letter 書こうかな
바다를 가위로 잘라서 love letter를 쓸까
今一番の戀人 世界中の二人なんて
지금 가장 멋진 연인은 세상 수많은 사람 중 우리 둘이라니
あたしたちに敵う人はきっといないね
우리들에게 대적할 사람은 절대 없을 거야

이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라이브용 넘버인데, 무엇보다 이 정도의 스트레이트한 가사도 쓸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되는 곡이다. 정말 “사랑해서 어찌할 줄 모르겠다.”라는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 새삼 이런 가사도 쓸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개인적으로는 본인 역시 ‘부르는 것을 즐기고 있다’라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나는 곡이기도.


be master of life(2001)

3rd Album < 夏服 > 수록

誰が何を言おうと関係ないあたしは味方よ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어 나는 네 편이야
そんなの当たり前の話よ
그런 거 당연한 얘기잖아
あたしもずっと意地も張ってられないから
나도 계속 고집 부리고 있을 순 없으니까
たまにはそばにいて欲しい
가끔은 곁에 있어줬으면 해

라이브용 업템포 3부작 중의 마지막. 이 노래의 가사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뭘하든 “나는 네편이고, 그건 당연한 이야기”라고 이야기하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런지. 그것이 굳이 실재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노래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괜시리 힘이 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현실화시켜주는 곡이다. 정말 라이브에서 듣고 싶은 곡이기도 했는데, 아직도 그 버킷리스트를 이루지 못했다는 게 실화냐.


September(2001)

3rd Album < 夏服 > 수록

 雲は晴れないあたしの眞上
구름은 걷히지 않아 내 머리 위
風は 止まない あたしの胸
바람은 멈추지 않아 내 마음 속
まだ好きで..どうしよう
아직 좋아하는데… 어떻게 하나

이 노래를 들으면, 의외로 재즈에도 어울린다는 가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싱글로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그런 또다른 색깔의 창법. 벤딩과 비브라토를 어느때보다도 강하게 담아낸 그의 목소리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파장의 이별이 묻어나오는 느낌. 3집은 특히나 전체적으로 보컬이 반주보다 앞에 나오도록 믹싱이 되어 있는데, 그 효과를 등에 업은 애수가 더욱 마음 속을 헤집어 놓는 느낌.


赤いランプ(2002)

4th Album < 秋, そばにいるよ > 수록

たまにあたしを思い出してね
때로는 나를 떠올려줘
そして小さな溜息と肩を落とし切なくなってね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뱉고 어깨를 떨군 채 안타까워해줘.
長い月日が経ってもアザとなり残る記憶
오랜 세월이 지나도 멍이 들어 남는 기억
黄金色の今の空は何も知らない
황금색 하늘은 아무것도 몰라

마냥 신나게 들어온 이들이라도, 가사의 의미를 알고 나면 마음이 아려오는 곡이다. 뜻을 알고 모르고의 갭이 굉장히 크게 느껴진달까. 나 역시 처음 이 노래를 접했을 때와 어느 정도 일본어를 알게 된 지금을 비교해 보면, 그 감정선이 같은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업템포에서도 이별의 감정을 호소력있게 표현해내는 그야말로 ‘헤어짐의 장인’과 같은 모습이 담겨 있는 노래.  그의 작품 중에서도 록적인 테이스트가 특히 강하게 담겨 있기도 하다.


ふれていたい(2003)

5th Album < 暁のラブレター > 수록

ふれていたい ただつないでたいな’
닿아있고 싶어 그저 이어져 있고 싶어
夢の片隅まで教えて二人の全てを
꿈의 구석까지 가르쳐줘 두사람의 모든 것을

여름(夏服)과 가을(秋 そばにいるね) 이어 당연히 겨울일 줄 알았는데 새벽이라니. 하지만 5집은 확실히 겨울의 감정이 넘쳐 흐르는 결과물이다. 이 곡만 들어도 그렇다. 쌀쌀한 아침, 차가운 손에 뜨거운 입김을 후 불어넣어주는, 그런 섬세한 사랑의 기운이 애절하게 맺혀 있기 때문. 간주의 온기 넘치는 신시사이저, 공허함을 채우는 기타와 현악 세션. 세상의 풍파를 뚫고 울려퍼지는 ‘ふれていたい’라는 한 소절은 아이코의 노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세상 하나 뿐인 러브스토리다.


帽子と水着と水平線(2003)

5th Album < 暁のラブレター > 수록

背中の水着の跡 もう一度焼き直そうか
등의 수영복 자국을 한 번 더 태워볼까
小さな屋根の下で 寄り添ったままいようか
작은 기와 밑에 기댄 채로 있을까

역대 작품 중 가장 귀여운 소녀의 모습이 담겨 있는 수록곡. 앞의 리스트들에 비하면 극적인 성격이 덜해 다소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기에 더욱 오래도록 들을 수 있기도 한 노래다. 개인적으로도 이 트랙을 처음부터 좋아한 것은 아니었으나, 몇 년 전부터 빠져들기 시작해 그 발랄함을 좋은 에너지원으로 삼고는 한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요렇게 조렇게 돌려 말하는 그 모습이 정말 귀염뽀짝한 노래.


明日もいつも通りに(2005)

6th Album < 夢の中のまっすぐな道> 수록

時が経って知ったでしょ?何気なく過ぎてゆく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 무심히 지나간
毎日に生まれてた愛情が
매일매일에 태어난 애정이
「つまんない」と呟いた白く煙る日々でも
「재미없어」라고 투덜거린 뿌옇게 흐려진 날들에도
心の隅っこで生きてた事
마음 한구석에 살아있었던 것

흔치 않은 6/8박자의 아이코를 만나볼 수 있는 곡. 상승조의 브릿지 후에 조를 바꾸어 이어지는 삼연음 후렴에 주목하자. 혼 세션과 피아노로 지어진 배를 타고 이별의 강을 건너는 그의 목소리가 유난히 더 애처롭게 들린다. ‘지금’이라는 시간으로 덮으려 해도 끝끝내 뚫고 나오는 추억들을 리드미컬한 가창으로 전시해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


深海冷蔵庫(2006)

7th Album < 彼女 > 수록

海の底を泳いで光を遮りたい
바다 밑을 헤엄쳐서 빛을 가리고 싶어
蒼いかも解らない程下のまた下で
푸른지도 모를 정도로 아래의 더 아래에서
あなたの優しい所 温度と共に甦る
당신의 상냥한 점 온도와 함께 되살아나
冷たい床と暖かい冷蔵庫にもたれて眠る
차가운 마루와 따뜻한 냉장고에 의지해 잠들어

연인과 헤어져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린 마음을 여러 오브제와 은유를 통해 판타지스럽게 표현한 가사가 팬들 사이에서도 손꼽힐 정도. 추천하는 앨범 수록곡으로 많이들 언급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극적인 구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일상에 어려있는 슬픔을 덤덤하게 표현하고자 한 화자의 마음이 역으로 더욱 와닿는 곡이기도. 후반부의 ‘日曜日も’부터 시작되는 부분은 이 노래의 감성을 완성시켜주는 하이라이트이니 집중해서 들어보자.


気付かれないように(2006)

7th Album < 彼女 > 수록

勇気を出して笑って問いかけた
용기를 내 웃으며 물었어
今の事 今の彼女
지금의 일 지금의 여자친구
すごく好きだよと照れて髪を触る
무척 좋아해라고 쑥쓰러워 하며 머리카락을 만지는
昔のあなたを見た
예전의 너를 봤어
気付かないように 気付かれないように
알아채지 않도록 알아채이지 않도록

아이코의 가사 중 1등으로 뽑고 싶은 노래. 너무도 생생한 리얼리티가 많은 이들의 눈가를 적셨을 것만 같다. 옛 연인과 우연히 만났을 때의 그 감정을 이토록 현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가수가 그 말고 또 있을까. 이젠 완전히 서로의 삶이 자리 잡힌 후 만났음에도 아직 남아있는 아련함, 그럼에도 이젠 온전히 너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길을 걸어 나가겠다는 다짐.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흘러가는 노래를 들으며, 모두가 그렇게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キョウモハレ(2008)

8th Album < 秘密 > 수록

想い出に背伸びして 迎えた朝は
추억에 등을 기대고 맞이하는 아침은
少しだけ心と体がだるい
마음과 몸이 조금 나른해.
君があの人を想う強さに比べれば
네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에 비하면
僕の想いなんて到底かなわない
내 마음은 도저히 닿지 않아

이쪽은 아예 사랑도 이별도 맘대로 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애타는 마음이 주제. 흐리고 비가 오는 자신의 마음과 언제나처럼 맑은 날씨를 대비시키며 다른 사람에게 빠져있는 이를 향한 사랑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속삭이듯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목소리에 담겨있는, 짝사랑하는 이의 무기력함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곡. 5분 30초가 넘어가는 노래임에도 어느덧 몰입해 마지막 구절을 따라부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터.


秘密(2008)

8th Album < 秘密 > 수록

これ以上想いが募ったら 
이 이상 마음이 커지면
なんだか好きだけじゃ済まなくなりそうで
왠지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것만 같아

이별의 슬픔은 덤덤하게, 사랑의 기쁨은 격정적으로. 이 곡을 들으면 이 가정이 왠지 진실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넘치는 사랑을 노래할 땐 벅차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소녀가 되어버린다고나 할까. 이 노래 역시 가사를 모르고 들으면 헤어짐을 그린 노래인가 싶겠지만, 커리어를 통틀어도 이만큼의 러브 송은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상대방을 향한 애정을 그려내고 있는 곡이다, 드라마틱한 구성이 우리나라의 발라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어필할 만한, 아이코의 절창이 돋보이는 트랙.


サイダー(2014)

10th Album < 泡のような愛だった > 수록

二人は何も言い出せずに 
두 사람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은 채로  
ただ時だけが立って行きました
그저 시간만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탁 트인 목소리가 제목처럼 시원하게 다가오지만, 실상은 권태기에 빠진 커플을 그린 노래라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 후렴의 음을 늘어뜨리는 오묘한 그 텐션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이 좋아 자주 듣는 곡이다. 거칠어진 기타소리와 후반부에 삽입된 비트가 이전과는 다른 감성을 전달하는, 아이코의 새 장을 상징하는 듯한 트랙으로 나에게 기억되어 있다.


愛だけは(2016)

11th Album < May Dream > 수록

好きな気持ちの形変わっても
좋아하는 마음의 형태가 바뀌어도
一生変わらないでしょう
평생 변하지 않을꺼야
例えばそれがボロボロでもみんなが笑っても
예를 들어 그것이 너덜너덜해져도 모두가 비웃어도
変わらないこの愛だけは
변하지 않아 이 사랑만은

전주의 오르간 소리부터 감이 오지 않는가. 또 하나의 발라드 명곡. 싱글만 파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싱글보다 좋은 수록곡들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 이 역시 이별 노래가 아닌데 이별 노래처럼 들릴 공산이 크지만, 슬플 정도로 넘쳐 흐르는 주체 못할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래를 부른 본인이 굉장히 몰입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지며, 특히 마지막의 ‘愛だけは’ 부분은 평소였으면 NG 였을 울먹임을 그대로 남겨놓으며 곡의 호소력을 더했다, 가장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감정이 담겨 있는 슬로우 넘버.


だから(2018)

12th Album < 湿った夏の始まり > 수록

いつかまた 声を上げて泣く日が来たら
언젠가 다시 소리를 높여 우는 날이 온다면
きっとあたしもあなたの目の奥を見て
분명 나도 너의 눈 속을 보며
これ以上ない声で泣くの
이 이상 없을 목소리로 우는 거야

20년이 지나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노래해 온 아이코. 세월은 ‘좋아해’라는 말을 ‘어려운 세상을 함께 의지해 나갈 버팀목이 되고 싶다’는 이해와 공감의 힘으로 거듭나게끔 한 듯하다. 장대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을 배경으로, 마냥 즐거울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기꺼이 슬픔을 같이 나누겠다는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감동을 준다. 그건 20년이라는 세월을 믿고 들어온 우리들만이 가질 수 있는 조그마한 선물 비슷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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