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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22. 2020

[20-03-04] 주간제이팝

[SINGLE]


래드윔프스(RADWIMPS) ‘Light The Light’

“지금은 이 사태가 무사히 종식되기를 빌며, 그 다음엔 정말 또다시 이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해야할지를 서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서로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노다 요지로는 중국 관계자로부터 받은 제안을 발전시켜 이러한 메시지를 전세계로 발하고 있는 중. 키보드와 기타,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듯한 박수 소리를 통해 뮤지션으로서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를 구현해 낸 의미있는 곡.


야바이티샤츠야상(ヤバいTシャツ屋さん) ‘泡 Our Music’

야바티 메탈에 도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거의 메탈에 가까운 기타 톤으로 듣는 이를 초장에 제압하는 새 싱글.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그들 특유의 개그 센스(泡(아와)와 Our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을 이용한 일종의 말장난)나, 싱어롱을 유도하는 프레이즈 등 밴드의 캐릭터가 생생히 담겨 있는 싱글이다. 다만 같은 공식이 반복되는 가운데 곡의 매력은 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문제.


토후비츠(tofubeats) ‘SOMEBODY TORE MY P’

젊은 트랙메이커의 대표주자였던 그가 데뷔한지도 어느덧 11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인스피레이션을 선사하는 감각적인 곡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중인데, 이 노래 역시 비트와 신스 루프의 날이 날카롭게 서 있어 듣는 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 빼곡히 들어찬 소리들이 자신들만의 규칙으로 움직이는 와중에 발하는 오묘한 조화가 굉장히 흥미롭게 들려오는 곡.


호소노 하루오미(細野晴臣) ‘No Smoking’

두말하면 입 아픈 일본의 레전드 아티스트 호소노 하루오미. 50주년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제가로 쓰이게 될 이 노래는, 1960~70년대의 아날로그 감성이 오롯이 담겨 있음과 동시에 지금 들어도 충분히 세련된 세대초월의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마치 흑백영화에 색깔을 입혀 틀었더니 그게 지금의 트렌드와 결을 같이 하는 느낌이랄까. 이 노래를 듣다보면 얼마나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3분 30초 남짓한 여유로운 곡조를 즐기며 그의 50주년을 같이 축하해보는 것은 어떨지,.


헬싱키 람바다 클럽(Helsingki Lambda Club) ‘午時葵’

신스팝의 파도 위를 기타라는 서핑보드를 타고 거니는 듯한 경쾌하면서도 낭만적인 트랙. 1980년대 뉴웨이브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석해 2020년에 소환한 듯한 느낌이 강하다. 약간의 리버브를 통한 공간감이 곡의 매력을 더하며, 캐치함을 놓치지 않은 선율 또한 많은 록 팬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법하다. 작년부터 그 행보가 심상치 않은데, 올해가 반등의 해가 되지 않을까.


[ALBUM]

산다이메 제이 소울 브라더즈(三代目 J SOUL BROTHERS) < RAISE THE FLAG >

작년 투어의 연장선상에서 선보이는 8번째 정규앨범. LDK의 전략이 그렇듯 케이팝과 유사한 면을 다수 찾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DM, 트랩 등의 트렌디한 요소들을 망라해 빚어낸 ‘RAISE THE FLAG’나 ‘Yes we are’ 같은 초반부 트랙은 그들만의 에너지를 가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나, 그 뒤에 연달아 이어지는 전형적인 엑자일 스타일의 발라드는 괜한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재미있는 리듬과 워딩으로 다시 흐름을 가져오는 ‘Rat-tat-tat’의 존재감은 그래서 중요. 명확한 멜로디라인이 곡 전반을 지배하는 ‘GOLDEN’, ‘Summer Madness’ 이후로 다시 한번 이뤄진 아프로잭과의 태그 ‘SCARLET’은 여느 EDM 페스티벌에 울려퍼져도 이상하지 않을 탄탄한 완성도와 중독성을 자랑한다, 한군데 집중하지 못한 점은 아쉬우나, 자신이 해오던 그 흐름에서 여전히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만족.



우루(Uru) < オリオンブルー >

애플뮤직의 꽤 높은 순위에 올라 있어 흠칫 놀랐다. 차세대 여성싱어로 급부상하고 있는 우루의 새 앨범은, 좋은 가창력을 기반으로 ‘좋은 노래’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정의를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다. 발라드 가수라고 여겨왔던 이들의 편견을 초장에 깨부수는 록적인 어프로치의 ‘プロローグ’를 지나, 몽환적인 느낌을 십분 살린 ‘space in the space’에서는 고음 위주의 슬로우 템포만 부르는 가수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일정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는 하늘하늘한 보이스 컬러임에도, 어느 한 군데 갇히지 않고 보다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가수로서의 그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작품.


슬랙(5lack) < この景色も超へて >

우리나라와 가장 큰 흐름의 차이를 보이는 카테고리 중 하나는 바로 힙합이다. 트랩 위주의 잘게 쪼개는 리듬과 랩이 대세가 된 우리나라에 비해, 아직 일본은 붐뱁 위주의 퍼포먼스를 고집하고 있는 형국이니. 그렇다고 마냥 이 베테랑 래퍼의 작품을 지나치기는 아깝다. 형인 펀피(PUNPEE)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중간중간 실제 악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블루지한 기타가 역할을 하는 ‘ヒーローは日曜日に眠る’이 그의 장점이 잘 나타나는 트랙.


야스다 레이(安田 レイ) < Re;I >

서구의 여느 알앤비 싱어가 생각나는 음색의 소유자 야스다 레이. 다만 앨범의 수록곡들은 어디로 향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덜 해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의 트렌디한 사운드 위주의 곡들을 지나, 갑작스레 업템포 제이팝으로 전환하더니 후반부에는 전형적인 슬로우 템포와 뜻밖의 록 넘버까지. 전반적으로 퍼포먼스가 나쁜 편은 아니나, 그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 가수인지, 어떤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저 좋은 곡 모음집 정도로 여긴다면 즐기기에 무리는 없겠으나, 앨범이라는 매개체로 이 정도의 정체성밖에 부여하지 못하는 점은 프로듀생의 패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차기작에는 부디 ‘이런 가수입니다’라는 명확한 설명을 들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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