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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29. 2020

[20-03-05] 주간제이팝

히라이 켄, 요니게, 시럽, 이리, 플라워플라워 등


[SINGLE]

히라이 (平井 ) ‘怪物さん(feat. あいみょん)’

기념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개시와 함께 발표하는 신곡. 히라이 켄이 콕 찝어 ‘아이묭’을 이미지 해 만든 업템포 넘버이다. 남녀임에도 음역대가 비슷해서 그런지 공동 주연으로서의 밸런스가 잘 유지되고 있으며, 보코더를 통한 음색 변조가 곡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히라이 켄에겐 미안하지만 ‘록 이외의 장르를 부르는 아이묭’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트랙.


캔디타운(KANDYTOWN) ‘PROGRESS’

MC, DJ, 트랙메이커 등 16명의 멤버로 구성된 힙합 크루 캔디타운. 2020년 제1탄 신곡은 나이키의 에어맥스 2090 제작콘셉트에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이번엔 Neetz가 트랙을 만들고, Gottz, MUD, KEIJU, Dony Joint의 4명이 래퍼로 참가했다. 현 힙합 신에서 가장 트렌디한 흐름을 이끌고 있는 집단인만큼, 잘게 쪼갠 트랩 기반의 비트와 각기 다른 네 스타일의 래핑을 통해 자신들만의 멋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있다.


비테키케이카쿠(美的計画) ‘瞳に吸い込まれてしまう(feat.謎女)’

도대체 이 세상에 카와타니 에논은 몇 명이 존재하는 걸까? 게스노키와미오토메, 인디고 라 엔드, 다다레이, 제니하이에 이은 솔로프로젝트 비테키케이카쿠 명의의 두번째 싱글이다. 본인이 제작한 곡을 다양한 여성 보컬리스트를 통해 전달해 1장의 앨범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이번엔 막 데뷔해 주목을 받고 있는 나조메(謎女)를 기용. 음악스타일은 인디고 라 엔드 – 게스노키와미오토메의 정서와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 카와타니 에논의 전형을 보여주며, 그러한 서정성을 여린듯 강한 나조메의 음색이 잘 표현하고 있다. 기존 해오던 음악과 그렇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니게(yonige) ‘健全な朝’

4월 29일 선보일 새 앨범 < 健全な社会 >의 선공개 곡. 고토 마사후미(ASIAN KUNG-FU GENERATION)의 프로듀싱이 밴드와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사뭇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정적이면서 깊은 곡으로 마감질 되어 있다. 원래 몇몇 히트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딥한 심상을 자주 그려왔던 팀으로서는, 마냥 어둠으로 꺼져가는 방향성에서 벗어나 좀 더 가볍고 경쾌하게 다루는 방법에 대해 체득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멋대로 상상해 본다. 좋은 곡이다.


차이(CHAI) ‘No More Cake’

혼다에서 진행중인 바이크-음악 연계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마카로니엔피츠와 아메노퍼레이드를 거쳐 이번에 간택된 것이 바로 무국적 음악 지향의 4인조 밴드 차이. 일렉트로니카와 록을 뒤섞고, 그 위에 신스리프의 강한 터치를 통해 과감한 음악적 시도를 보여주는 것이 역시 그들 답구나 싶다. 여기에 보컬과 랩을 오가는 가창, 공간감 있는 코러스 활용 등 모든 것을 ‘차이화’시키는 그 정체성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질 따름.


마코(MACO) ‘桜の木の下’

여성 솔로 발라드 신은 어느샌가부터 춘추전국시대로 들어선 느낌이 강하다. 여러 아티스트의 분전 속에서 신성으로 부상하고 있는 마코 역시 의욕적으로 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중. 3개월 연속 릴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곡은 웹드라마의 주제곡으로 낙점, 자신만의 가창력과 감성을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전달하고 있다. 후반부의 어쿠스틱 기타 솔로가 곡의 애수를 강조하는 흐름이 특히 인상적.


바운디(Vaundy) ‘life hack’

일본은 작년부터 유튜브 및 니코니코동화로 데뷔하는 뮤지션이 많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19살의 대학생 신분으로, 작사/작곡/편곡 및 아트워크 디자인 및 영상 등 모든 작업을 스스로 해내는 멀티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는 그 역시 유튜브에 올린 곡이 주목받으며 데뷔하게 된 케이스. 도회적인 블랙뮤직 기반의 사운드가 10대이기에 발할 수 있는 내면의 언어와 어우러져 본 적 없는 또다른 컬러를 대중음악신에 흩뿌리는 트랙이다.



[ALBUM]


이리(iri) < Sparkle >

작품이 쌓일수록 그 매력이 점점 깊어지는 느낌이다. 중저음의 탄탄하고 허스키한 음색으로 일본의 대표 블랙뮤직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리의 4번째 정규작. 자신의 가창력을 자랑하기보다, 곡에 맞는 표현이 무엇일지 창법은 무엇일지 항상 고민하는 애티튜드가 러닝타임 전반에 묻어나오고 있다는 점이 좋다. 여기에 칸 사노, 켄모치 히데후비, 하마 오카모토 등 유수의 뮤지션이 참여해 완성도를 극대화, 올해 말에 반드시 다시 언급될 만한 훌륭한 작품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시티팝의 잔향이 어른거리는 R&B, 댄스뮤직의 이상적인 융합 ‘Runaway’, 복합적인 비트와 애수 어린 음색의 신스루프가 착 맞아 떨어지는 ‘Sparkle’, 발군의 감정표현을 보여주는 슬로우 넘버 ‘miraclce’, 래퍼로서의 정체성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Freaking’ 등 음악적 일관성 위에서 자신의 여러 스펙트럼을 내실 있게 펼쳐 보이고 있다.


시럽(SIRUP) < CIY >

“Choice is yours!”를 외치며 인생에 있어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건네는 작품이다. 어느덧 블랙뮤직 아티스트로는 탑 클래스의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이기에 부담을 조금씩 느낄 법도 하건만,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더더욱 그간의 지향점을 굳건히 하는 느낌이다. 멜로우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음악이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있다. 리드미컬한 가운데 선율감을 극대화 한, 그만의 장점이 잘 살아있는 ‘Need You Bad’, 조금은 생경한 음원소스를 변칙적으로 배열함으로서 의외성을 자아내고 있는 ‘MAIGO’, 혼 세션을 통해 풍성한 사운드를 유도한 ‘Your Love’ 등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캐치해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 갈수록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어디까지 나아갈지 궁금해지는 아티스트의 신작.


플라워 플라워(FLOWER FLOWER) < ターゲット >

왕년의 유이(yui)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약간 하는 수 없는 느낌으로 찾아듣게 되는 플라워플라워. 2년 만에 선보인 3번째 작품은, 록과의 접점이 그나마도 약해진 탓에 더더욱 어색하게 느껴질 여지가 다분하다. 대신 ‘밴드’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유의미한 진화를 발견할 수 있을 듯.


1990년대의 댄스뮤직 뉘앙스를 삽입한 ‘蜜’, EDM과 록의 이상적인 조합을 추구한 ‘夢’, 뉴잭스윙의 어프로치가 느껴지는 ‘Sunday’ 등 여러 시도들이 다소 산만하게 펼쳐지는 인상은 있으나,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에고를 개척해 나가는 의욕은 충분히 박수를 보낼 만하다. 록적인 테이스트가 옅어졌다고 미리 실망은 하지 말자. 이러한 지향점을 한 곳에 응축해 낸 프로그레시브 ‘浄化’나 솔로 시절 유이의 실루엣이 눈부신 빛을 발하는 ‘砂浜’ 같은 곡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토후비츠(tofubeats) < TBEP >

재미있다. 수록된 모든 곡들이 그렇다. 처음엔 정말 ‘이거 가지고 음악이 되겠어?’ 라는 생각이 들만큼의 경량화 된 구성으로 시작하나, 이것이 반복되는 와중에 조금씩 살을 붙여 나중엔 거대한 일렉트로니카 요새를 구축하는 그의 노련한 작법에 정말 두손두발 다 들었다고나 할까. 샘플링 소스를 무한 반복시키는 가운데 조금씩 리듬 루프를 덧붙여 곱씹는 맛을 자아내는 ‘MOVE YOUR FEET / AS YOU LIKE’, 퍼커션 소스의 버라이어티한 활용이 역동성을 더하는 ‘MOVE IT’, 미니멀함의 끝을 보여주는 이색적인 작법의 ‘HOT TOUCH’ 등 일렉트로니카 팬들이라면 당연히, 타 장르의 팬들도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반드시 챙겨야 할 작품이 아닌가 싶다. 역시 전자음악 장인.


신 사키우라(Shin Sakiura) < NOTE >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로 뮤지션과 대중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는 물오른 아티스트의 세번째 정규작. 칸 사노와 함께 빚어낸 몽환적 트랙 ‘ほんとは’, 멜로디컬한 느낌을 최대한 살린 다이나믹한 리듬의 ‘Be’, 잘게 쪼갠 비트와 잔향어린 기타로 포문을 연 뒤 타이트한 일렉트로니카로 후렴을 장식하는 ‘U’ 등 참으로 다채로운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연주자로서, 세션으로서, 프로듀서로서. 여러 역할을 통해 쌓은 경험치가 이처럼 넓은 시야의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을 터. 어떠한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 이 작품에서라면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카와우치레즈(河内REDS) < 時計じかけのオレたち >

여러모로 옐로우 몽키가 많이 생각나는 리드 곡을 포함해, 쇼와가요의 뉘앙스를 담아낸 1990년대 일본 하드록 리바이벌에 가까운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현악 세션으로 아련한 정서를 고효율로 캐치한 ‘市民プール’, 미스치루 스타일의 터치가 살짝 가미되어 있는 ‘オリオン座’, 요쪽은 살짝 이키모노가카리의 슬로우 템포가 느껴지기도 하는 ‘僕はラジオ’와 같은 대동소이한 전략의 곡들이 연달아 수록. 선율이 명확하고 연주 또한 흠잡을 곳이 없어 대중적으로 어필하기엔 적절한 선택으로 보이나, 선배 밴드들의 유산을 너무 그대로 물려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함께 떠돈다.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아무래도 “아 카와우치레즈이 팬이 되어야 겠다”라는 생각 보다는 “아 옛날에 듣던 음악 그립네~”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탓.


하구(HΔG) < 瞬きもせずに >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이랄까. 많은 이들이 ‘제이팝’에 기대하고 있는 그런 정서를 들려주는 팀이 바로 하구가 아닐까 싶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치밀한 연주 중심의 팝록을 구사함과 동시에 최근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들의 음악들과도 어느 정도 흐름을 같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쪽에 흥미가 있다면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특히나 보컬을 맡은 치호의 음색은 정말 자신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일본 특유의 ‘그리움’ 표현에 정확히 부합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앨범을 들춰볼 때 드는 그 지나간 날들에 대한 여러 복잡한 마음, 이 앨범이 그 감정에 대한 증폭기로 작용해 그 시절로의 시간여행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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