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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Nov 19. 2017

마츠우라 아야 다시 듣기

그녀는 노래를 '생각보다 훨씬' 잘했다고요.

예전부터 그녀에 대해 가볍게 글을 써보고 싶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여성 솔로 아이돌의 마지막 페이지, 마츠우라 아야 말이다. 2001년 하로프로 소속으로 데뷔, 당시 기세가 최고조였던 모닝구 무스메와 함께 여성 아이돌 신을 쌍끌이 했던 이 '천상 아이돌'. 그런 그녀를 왜 지금 타이밍에 언급하는가에 대해서는 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단지 최근에 여러 영상을 되짚어 보니 전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을 뿐. 그게 뭐냐고? 일단 아래 영상을 보도록 하자.


당시 일본문화에 문외한이 었던 필자에겐 굉장히 컬쳐쇼크였다.

일본음악을 막 듣기 시작할 무렵, 이 노래를 접했을때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창법이며 안무며 백댄서의 조력없이 홀로 무대를 하는 모양새며. 당시의 필자 역시 '일본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를 스무스하게 받아들일 깜냥은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곡은 그녀가 가진 '아이돌로서의 천부적 재능'이 극대화된 싱글이기도 했다. 오글거릴 수도 있는 안무와 노랫말을 아이돌로서의 매력으로 환원하는 재능. 일종의 관문에 가까운 이 영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녀가 왜 뼛속까지 아이돌이라 불리는지에 대한 이유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 필자는 하로프로 마니아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그렇기에 활동 당시에는 캐릭터에 매력의 바로미터가 맞추어져 있었다. 앵앵거리는 말투와 포인트 있는 댄스는 그 시절 많은 연예인들의 주요 성대모사 소재였고, 이래저래 가수로서의 능력치를 넘어 여러가지가 망라된 엔터테인먼트로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그녀는 철저히 '아야야'라는 별명에 갇혀버린 것일테다. 그래서 필자도 당시 보아와 친했던 아야아를 보며 '어디 이상한 춤이나 추는 아이돌 따위가 보아랑 붙어먹어.. 수준차이나게.. 보아가 멋있는 걸 알아가지고' 라는 정말 좁디 좁은 생각을 하곤 했었다.



무려 11년 전 자료. 이 영상을 보며  "주모! 여기 국뽕 한사발!"을 외치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발랄함을 앞세워 커리어를 이어나가던 그녀는 갑자기 발라드 싱글 'The last night'를 전면에 내세우며 노선변경을 꾀했다. 조금씩 아티스트를 지향하고자 했던 본인의 뜻이 많이 반영된 부분이었을 터. 이후 'Your song ~ 青春宣誓 ~'과 모리타카 치사토의 노래를 커버한 '渡良瀬橋' 등의 슬로우 넘버를 연속해서 발매했고, 결과적으로는 예전의 '아야야'를 보고 싶어했던 대중들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이때의 마츠우라 아야를 보며 느꼈던 건, '그간 아이돌이라는 역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해왔구나' 하는 일종의 안쓰러움이었다. 진지하게 열창하는, 과장 하나 없는 가수로서의 자연스러움. 허물을 탈피하니, 그만큼 목소리도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2004년 콘서트 중 '渡良瀬橋’.  첫 영상의 불과 1년 후 라는 것이 놀랍다.

고음파트나 뽐낼만한 구간이 없음에도, 타고난 성량과 곡의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력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상 속 그녀는 당시 약관 18살이었다. 마찬가지로 10대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그때 그 시절 야마구치 모모에처럼, 가수로서 완성된 이가 아이돌이라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다는 것을 점점 확인해가고 있던 시기. 그럼에도 점점 그녀는 브라운관에서 멀어져갔고, 아티스트로서 발을 내딛기도 전에 급격히 하락세를 탔다. 싱글은 2009년을, 앨범은 2011년을 각각 마지막으로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있으며, 공연도 2013년에 있었던 크리스마스 나이트가 가장 최근일 정도로 지금은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마츠우라 아야. 난 그런 그녀의,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녀의 특출난 가창력을 재조명하고 싶었다. 유튜브에 2009년 이후 공연영상을 여러 곡 찾아볼 수 있는데, 정말 무르익은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기에 그 중 몇 곡을 더 소개해보고자 한다.


마츠토야 유미의 'ひこうき雲'를 커버한 2013년의 영상. 원곡에 비해 엔카의 냄새가 약간 과하게 들어가긴 했지만, 활동 기간 중 쌓인 여러 감정과 경험이 켜켜이 들어서 있는 듯한 여유 있는 보컬이 돋보이는 가창. 좋아하는 무대 중 하나.


재발견의 촉매제가 된 일명 '국밥보이' 'good bye 夏男'. 격렬한 댄스를 추는 와중에도 전혀 호흡이 달리는 기색이 없다.


2013년 팬클럽 한정 라이브에서 선사한 10대 시절 메들리. 이제 즐기며 부르는 영역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간드러지게 잘도 부른다.


지금은 활동중지 중이고 하로프로와의 계약도 끝난 걸로 알고 있지만, 이렇게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득 내뿜는 그녀이기에 언젠간 새로운 작품을 들고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간만에 아야야의 베스트 앨범이나 돌려 들으며 일요일을 마무리해야 겠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녀의 음악여정을 응원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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