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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pr 12. 2020

[20-04-02] 주간제이팝

오피셜히게단디즘, JP the wavy, 더 페기즈 등

[SINGLE]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 ‘パラボラ’

치솟아가는 인기와 함께 송라이팅 감각도 절정에 달한 것 같다. 키보드를 기반으로 한 댄서블한 사운드는 여전하나, 전체가 훅이라고 해도 무리 없을 대중적인 선율이 어마무시하다. 현재 애플뮤직 10위 안에 그들의 곡이 7곡. 그런 상승조의 기세를 더욱 뒷받침해 줄, 또 하나의 대표곡이 탄생한 느낌.


블루 인카운트(BLUE ENCOUNT) ‘ハミングバード’

정석적인 운용의 탄탄한 록 사운드를 전개해 나가는 밴드의 싱글. 중저음을 강조한 배킹기타와 경쾌하고도 투명한 보이스 컬러, 마지막을 장식하는 솔로잉이 단단한 삼각기둥을 그리고 있다. 다만 너무 올곧은 방향으로만 나가서 그런지 뭔가 강렬한 한방까지는 닿지 못하고 있달까. 데뷔 당시의 푸쉬를 떠올려보면, 최근의 더딘 행보가 뭇내 아쉬울 따름.


슈퍼 비버(SUPER BEAVER) ‘ハイライト’

밴드신을 통틀어봐도 프론트맨인 시부야 류타의 존재감은 확실히 남다르다. 언제나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불사르며 인생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은근한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 이번 신곡 역시 어느 한순간도 헛되지 않음을 상기시키며 자신이 정립한 ‘인생론’을 전해주고 있다. 후렴구에 함께 싱어롱 할 수 있는 부분을 삽입해서 그런지 페스티벌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그 광경이 벌써부터 그려지는 듯하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탁 트인 야외에서 수 많은 이들과 이 곡을 함께 부를 수 있기를 


스트레이테너(ストレイテナー) ‘Graffiti’

호리에 아츠시의 온기 가득한 음색과 서정적인 송라이팅이 아낌 없이 반영되어 있는, 전작 이후 1년만의 신곡이다. 조금씩 살을 붙여나가 마지막엔 아이리시 스타일의 사운드를 삽입해 대곡으로 완성되는 번뜩이는 구성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심어 놓았다. 20년이 훌쩍 넘은 활동기간에도 이렇게 젊은 밴드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세련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정도.


크로스페이스(Crossfaith) ‘Digital Parasite’

뉴메탈의 부흥과 몰락을 지켜봤던 본인으로서는 장르의 매력이 잘 살아있는 인트로의 구성이 참으로 반가웠다. 중간에 트랩을 통해 힙합과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으나, 곡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어쨌거나 타이트한 강성의 하드록. 많은 시간을 EDM과의 융합에 골몰해 왔던 이전과는 달리 정말 ‘록’ 자체에 포커싱이 되어 있어, 해당 장르의 팬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반길 것이다. 


[ALBUM]

제이피 더 웨이비(JP THE WAVY) < LIFE IS WAVY >

실로 오랜만에 ‘좋다’라는 느낌이 사무치는 힙합앨범. 데뷔 후 3년만에 선보인 정규작은, 자신만의 재기와 역량을 가득 담아냄으로서 같은 신예 아티스트 중에서도 우위에 있음을 한방에 증명하는 앨범으로 자리한다. 특유의 플로우를 통해 심플한 프레이즈에서 중독성을 캐내는 그 번뜩이는 센스가 독보적이며, 남아프리카, 베트남, 한국의 래퍼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국경에 상관없이 ‘장르’적인 매력으로 어필하려는 자신의 의욕 또한 가득 담겨있다. 우리나라 래퍼중에서는 박재범이 ‘Blind’를, 식케이가 ‘Just a Lil Bit’을 피처링하고 있으니 주목. 둘 다 일본어로 랩을 하는 흔치 않은 모습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도쿄지헨(東京事変) < ニュース >

시티팝 무드의 첫 곡 ‘選ばれざる国民’에서 보이듯, 이 팀은 기본적으로 각자의 개성이 강렬하게 부딪히며 나오는 소음과 노이즈에 기반해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멤버 다섯명이 한곡씩 작곡해 총 다섯곡이 실려 있는 본 작품은, 각 수록곡마다 작곡자의 의도가 강하게 묻어나옴과 동시에 이를 어떻게 팀의 에너지로 흡수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과정 또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가 들어도 키보드를 맡고 있는 이자와 이치요의 곡임을 짐작할 수 있는, 수면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듯한 섬세한 건반터치가 인상적인 ‘うるうるうるう’, 히트 프로듀서로서의 팝적인 센스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카메다 세이지의 ‘現役プレイヤー’, 드럼의 강력한 어프로치를 선두로 내세운 ‘猫の手は借りて’, 라틴 음악의 요소를 삽입해 뮤지션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가져가는 시이나 링고의 ‘永遠の不在証明’까지. 짧지만 농밀한 20분의 음악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쇼헤이 타카기 파라렐라 보타니카(Shotei Takagai Parallela Botanica) < Triptych >

일본 인디팝의 대표주자 세로(cero)의 다카기 쇼헤이가 전개하는 이국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음악세계의 첫 장. 전반적으로 재즈와 앰비언트, 시티팝 등이 뒤섞여 깊고도 뿌연 공간으로 마감질되어 있다. 방향성으로 따지면 유라유라테이코쿠의 멤버였던 사카모토 신타로의 솔로 앨범이 많이 생각나는데, 그만큼 자신의 세계관을 실험적이고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친절하지는 않으나 한번 빠져들면 걷잡을 수 없을 소용돌이 같은 작품.


더 페기즈(the peggies) < アネモネEP >

이 팀에는 확실한 신뢰가 생긴다. 몇 개의 미니앨범과 첫 정규작, 라이브까지 관람한 본인에게 있어 이 작품은 그야말로 확인사살에 가깝다. 여전히 매력있는 송 라이팅과 보편성과 정체성을 한번에 가져가는 연주 및 구성이 돋보이는 슬로우 넘버 ‘アネモネ’는, 화려함에 앞서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것을 매번 진화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 동시대의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青すぎる空’, 디스토션을 줄이고 그루브를 강조해 펑크(Funk)의 느낌을 전면에 둔 ‘Weekend’ 등 안정과 도전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꽉 찬 5곡 들이 EP. 


요시다 야마다(吉田 山田) < 吉田山田大百科 >

최근에 이름이 보이길래 신인 솔로 아티스트인가 생각했다. 알고보니 어느덧 활동 11년차를 맞은 2인조 듀오. 유즈와 스키마스위치를 합쳐놓은 듯한 대중적이고 서정적인 포크 록 넘버들로 서서히 주목받고 있는 그들이 자신 있게 선보이는 베스트 앨범. 앞서 말했듯 유즈나 스키마스위치, 이키모노가카리 등이 떠오르는, 호불호 없을 팝 트랙들로 가득 차 있다. 


고급스런 현악세션과 나즈막한 기타소리가 두 사람의 잔잔한 바람 같은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花鳥風月’, 한 부부가 함께 해온 세월을 돌아보는 듯한 가사가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오는 ‘日々’ 등, 그간의 싱글들이 한장으로 정리되어 있어, 일목요연하게 그들의 커리어를 훑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쓰다가 베스트 앨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본 목록에서 제외할까 했지만, 워낙 좋은 곡들이 많아 이번만 예외로 베스트 앨범을 소개하니 한번쯤 들어보시길.


우소토카멜레온(噓とカメレオン) < JUGEM >

록킹온의 명맥을 잇는 듯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팀의 2번째 정규작. 스피디한 전개에 부응하는 치밀하고 정교한 투 기타 사운드를 축으로, 보컬 챠무의 보컬이 한순간에 듣는 이를 사로잡는 매력을 발휘한다. ‘binary’에서의 폭주하는 디스토션, ‘カラクリdestruction’에서의 복합적이면서도 입체적인 구성, ‘タイムラプス’에서의 풍성한 선율감 등 러닝타임 동안 자신들의 역량을 모조리 쏟아부어 완성한 개성있는 록 앨범이다, 


안리(Anly) < Sweet Cruisin’ >

세션을 대동한 밴드로서도, 기타 한대와 루프 스테이션만을 동반한 솔로로서도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솔로 뮤지션 안리. 오키나와 출신 뮤지션들이 가지고 있는 해안의 무드와 제이팝의 선율감, 서구권의 트렌디한 EDM 사운드가 융합해 일본에 국한되지 않은 전세계를 무대로 한 멋집 팝 앨범이 완성되었다. 영어 가사를 통해 일본어로는 구사가 어려운 리듬감을 살려낸 어쿠스틱 일렉트로니카 ‘We’ll never die’, 같은 오키나와 출신의 래퍼 루드 에이(Rude-a)와 함께 한 알앤비 넘버 ‘愛情不足’, ‘90년대 팝의 문법이 살며시 스며있는 ‘DAREDA’ 등 선명한 색감을 전 트랙에 걸쳐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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