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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23. 2020

[20-05-04] 주간제이팝

히라이 다이, 사유리, 큐소네코카미, 후지이 카제 등

[싱글]

히라이 다이(平井 大) ‘Life goes on’

일본어로 탈일본의 가창을 보여주는 그의 음색은 언제나 감미롭다. 우쿨레레와 현악 세션의 만남을 통해 노을지는 해변가의 풍경을 재현하고 있으며, 그 위로 인생이라는 여정을 긍정하는 목소리가 유려하게 펼쳐진다. 음절의 강조점과 미묘한 호흡을 통해 최대한의 그루브를 이끌어 내는 그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으니, 히라이 다이를 몰랐던 이들이라면 입문 겸 반드시 들어보도록 하자.


더 텔레폰즈(the telephones) ‘Tequila, Tequila, Tequila’

엣지 있는 신스팝록으로 많은 마니아를 보유한 밴드의 오랜만의 신곡. 원래 발매될 예정이었던 앨범 < NEW! >의 일정을 11월로 미루는 대신 이 노래를 선공개했다. 2015년 이후 3년간의 휴지기를 거쳤음에도 그 ‘흥이 넘치는’ 음악기조는 변함이 없음을 이 곡을 통해 다시 한 번 증명하는 듯 하다. 선 굵은 베이스와 킬링 버스를 도맡는 신시사이저, 간주를 화려하게 수놓으며 록밴드로서의 정체성을 투영하는 기타 솔로잉, 이시게 아키라의 톡톡 쏘는 보이스 컬러 등 길지 않은 러닝타임 안에서 자신들의 솜씨를 아주 맛깔나게 내고 있다. 이 또한 페스티벌의 단골 세트리스트로 등재될 기세.


사유리(さユり) ‘아오이바시(葵橋/푸른 다리)’

애니메이션 <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의 주제가로, 평소에는 사소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소중함을 정성스레 표현하는 편지 같은 노래다. 평소와 달리 반주는 최대한 힘을 빼고 아티스트의 감정과 표현에 많이 기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담백하니 듣기 좋은 것 같다. 제목인 ‘아오이바시’는 다이쇼 시대에 있었던 신주쿠 근처의 노면전차 역 이름이라고 한다. 눈 앞에 있는 광경과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의 기억이 섞여 이루어진 일상의 감촉을 표현하기 위한 매개체라고.


큐소네코카미(キュウソネコカミ) ‘오이시이카이쥬(おいしい怪獣/맛있는 괴수)’

제목이 의아스럽겠지만, 이 노래는 영화 < 3대괴수구루메(三大怪獣グルメ) > 주제가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오징어와 문어, 게의 형상을 한 괴수가 도쿄를 습격했는데 우연히 맛보게 된 그 괴수의 살이 너무나 맛있었던 나머지 도쿄에 괴수음식 붐이 일게 되고, 이를 계기로 섬멸을 겸해 국립경기장을 괴수를 활용한 커다란 덮밥으로 만든다는… 쓰면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여튼 그런 바보스러운 주제와 그룹의 이미지가 너무나 잘 들어맞음과 동시에, 정말 떼창을 노리고 썼구나, 페스티벌용 넘버를 노렸구나 싶을 정도의 노골적인 ‘카이쥬우~’ 프레이즈의 반복이 아주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래.


슈퍼플라이(Superfly) ‘Together’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리모트 합주 혹은 리모트 녹음을 통한 영상/음원 컨텐츠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는데, 이 노래 역시 모든 연주자와 가창자가 자택에서의 녹음을 통해 완성된 곡이다. 주제 역시 지금의 상황에 대한 아티스트의 여러 생각이 담겨 있으며, 심플한 밴드 편성과 함께 아쉬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충만한 표현력으로 세상에 내보내고 있다. 블루지한 무드를 팝의 테두리 안에 잘 녹여냈으며, 특히 슬라이드 기타의 느긋한 그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좀비-창(ZONBIE-CHANG) ‘?’

모델로도 활동했던 메이린의 솔로 프로젝트 좀비-창. EDM과 밴드 사운드를 오가며 범상치 않은 음악관을 보여준 그였기에 이번 곡 역시 평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타이트한 비트와 신스루프가 반복되는 와중에 랩과 보컬을 오가며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로이 소리의 바다를 오가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트렌디 그 자체. 보컬을 거의 음악의 한 요소로 활용해서 그런지 완성된 것은 하나의 EDM 인스트루멘탈에 가까우며, 확실히 어디서도 듣지 못한 그런 스타일임과 동시에 은근한 중독성을 자아내고 있어 나도 모르게 반복재생을 누르게 될 것만 같은 노래.


태영 보이(Taeyoung Boy) ‘Nami no UE’

랩-싱잉을 구사하는 일본 아티스트 중 가장 인상적인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는 태영 보이의 신곡. 멜로우한 분위기의 비트 위로 파도를 헤쳐나가는 듯한 보컬 트랙이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격상시키는 중. 보컬 프로듀싱에 대한 센스는 확실히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힙합/R&B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 역시 금새 빠져들어 즐길 수 있는, 느긋하게 리듬 타기 좋은 노래다.  


에일(Eill) ‘FAKE LOVE’

블랙뮤직에 집중하던 평소의 기조와 달리, 로큰롤의 에너지가 전면에 부각되는 곡이다. 창법도 보다 정직하게 내뱉는 쪽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 역시 평소 잘 안하던 스타일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능숙하다. 곡 중간 트랩비트로의 전환과 후주에 등장하는 기타와 신시사이저의 하모니가 어우러져 탄생된 웰메이드 트랙.


[앨범]




후지이 카제(藤井 風) < HELP EVER HURT NEVER >

정식으로 레코드 데뷔를 하기도 전에 홀 공연을 매진시켜버린, 그야말로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예의 첫 정규작이다. 알앤비와 힙합, 발라드를 융합한 스타일의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어렸을 때부터 주무기로 삼아온 피아노 연주를 통한 감성적인 표현이 따스하게 다가오는 결과물로 구성되어 있다. 리얼세션을 통해 남아낸 그루브가 인상적인 ‘난난(何なんw)’, 스무스한 보컬이 어반 알앤비 기조의 곡조와 좋은 합을 보이는 ‘모에에와(もうええわ)’, 피아노와 현악의 전반부와 비트가 가미된 후반부의 대조를 통해 완성된 감미롭고도 독특한 발라드 ‘야사시사(優しさ)’와 같은 트랙들이 주력.


그런가 하면 보다 80~90년대의 제이팝 감성을 살린 ‘츠미노카오리(罪の香り)’, 디스토션을 전면에 드러내며 로킹한 일면을 보여주는 ‘사요나라베이베(さよならべいべ)’까지. 첫 작품인만큼 한계를 두지 않고 모든 가능성에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며, 이 모두를 무리없이 소화해 내며 자신을 향한 반응에는 이유가 있음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간만에 만나보는 위용이 남다른 대형 신인.


요니게(yonige) < 켄젠나샤카이(健全な社会/건전한 사회) >

이젠 가능성을 넘어 ‘증명’해야 할 시기를 맞은, 2인조 밴드 요니게의 신보.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의 고토 마사후미와 챠토몬치의 후쿠오카 아키코가 각각 두곡씩 프로듀싱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앨범 타이틀과 맥을 같이 하는 ‘켄젠나아사(健全な朝)’는 고토의 의도에 따라 낮게 잡혀 있는 베이스 소리가 보다 무거운 공기를 형성하며,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들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그 외 전반적으로 지금 세대의 허무함과 공허함, 그 속에서 어떻게든 의미를 찾아나가는 그 모습이 진중한 음악으로 환원되어 담겨있는 작품이다. 다만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킬 킬링 트랙의 부재가 약간은 아쉽기도.  


플럼풀(flumpool) < Real >

보컬 야마무라 류타의 회복을 위해 잠시간의 활동중단을 거쳐, 화려하게 복귀한 2019년의 기세를 잇는 5번째 풀렝스 작품이다. 몇 년 간 활동하지 못했던 한을 일거에 풀 듯, 17곡이라는 거대한 볼륨이 강한 첫인상을 준다. 수록곡들은 이들이 주력으로 구사하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준수한 팝록으로 꽉 채워져 있으며, 특별한 시도나 실험은 없지만 자신들만의 페이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실리는 작품. 현악 세션을 더해 웅장한 스케일을 보여주는 ‘ネバーマインド’, 청량한 록 사운드에 실어낸 감미로운 러브 송 ‘ちいさな日々’, 보다 트렌디한 스타일로의 변신을 보여주는 ‘アップデート’ 등 듣다보면 음악에의 열정과 의욕이 한가득 전해져 온다. 재킷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데뷔작 < Unreal >의 오마쥬라는 사실.  


마이카(Maica_n) < Unchain >

기타리스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무수한 팝을 들으며 자란 2000년생 싱어송라이터. 이 소개문구만 봐도 호기심이 일지 않는가. 전곡의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이 작품은, 어린 나이와 짧은 경력이 무색할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기타연주가 가능한 만큼 록적인 어프로치를 담아내고는 있으나 노래를 통해 보여지는 자신의 뿌리는 알앤비에 가깝다. 여기에 친구들과 공유한 제이팝의 테이스트까지 얹혀져 오리지널리티가 가득한 그 성찬이 다섯곡이라는 코스로 아주 푸짐하게 차려져 있는 느낌. 팝과 알앤비, 록을 뒤섞은 보편성 가득한 음악도 음악이나, 확실히 이목을 끄는 것은 그의 가창이다. 테크닉과 절제를 균형 있게 가져간 그 보컬, 더불어 언뜻 들으면 남자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유려한 미성이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확실히 일본음악신도 변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더욱 체감하게 해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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