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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31. 2020

[20-05-05] 주간제이팝

시럽, 다다레이, 바운디, 노벨브라이트 등

[SINGLE]


시럽(SIRUP) ‘HOPELESS ROMANTIC’

그의 노래로는 드물게 기타의 역할이 도드라지는 곡이다. 미니멀한 비트로 밑그림을 그린 후, 디스토션으로 그 스케치를 채색하는 느낌이라고 하면 적확한 표현일 듯. ‘I’m a hopeless romantic’이 반복되는 후렴구가 좋은 선율로 귀를 휘감고, 후반부로 전개되며 주위의 공기를 집어삼키는 듯 확장되어 나가는 반주의 흐름 또한 인상적이다. 말 그래도 ‘시럽이 시럽했다’ 싶은 노래.


다다레이(DADARAY) ‘ハートの合図’

이번 주에 카와타니 에논이 소속되어 있는 프로젝트 중 세군데에서 동시에 신곡이 발매되었는데, 그 중 다다레이는 오랜만이어서 이 곡을 셀렉해봤다. 카와타니 에논 특유의 색감이 여과없이 담겨 있으나, 확실히 레이스와 에츠코라는 두 보컬리스트는 프로듀서가 의도한 바를 더욱 극대화하는 방법을 아는 느낌이다. 어쿠스틱한 질감의 기타와 터치감이 생생한 키보드를 두고 주고 받는 두 보컬리스트의 경쟁 아닌 경쟁이 이 노래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게스노키와미오토메의 음악 스타일은 맘에 드는 데 보컬이 장벽이다 싶은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듯.


산가츠노판타시아(三月のパンタシア) ‘逆さまのLady’

유튜브 시대로 넘어오면서 음악과 영상의 이상적인 조합을 지향하는 유닛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들도 그 중 하나. 보컬리스트와 작곡과 일러스트레이터와 소설가가 팀을 꾸려 음악과 소설, 일러스트를 함께 선보이는 방식의 프로모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팀의 신곡이다. 요루시카의 나부나(n-buna)가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으나, 이번 곡은 그의 작품이 아니니 참고. 이러한 형태의 팀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키보드 중심의 팝록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으며, 상냥함과 아련함을 동시에 머금고 있는 보컬 미아의 매력이 노래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방법론은 평범할지언정 곡의 짜임새나 연주의 퀄리티로 하여금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노래이니 반드시 들어보기를 권한다. 정말 봄날에 어울리는 노래.


팝 아트 타운(POP ART TOWN) ‘Girl’s Don’t Cry’

이런 밴드들을 보면 이젠 정말 ‘록킹온계’라는 용어도 이젠 옛날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록의 열기보다는 알앤비와 펑크의 그루브를 더욱 가까이하고 있는 신예 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요즘, 이 오사카 출신의 4인조 밴드도 이러한 기조의 음악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중. 베이스 라인과 기타연주의 운용이 펑크나 디스코에 맞닿아 있으며, 여성보컬인 코야 역시 보다 블랙뮤직에 영향을 받은 보컬을 보여주고 있다. 탄탄한 만듦새로 하여금 괜찮은 신인이 출연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동시에, 어썸 시티 클럽이나 프렌즈 등 비슷한 기조의 그룹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라는 생각 역시 들게끔 하는 노래.


모리야마 나오타로(森山 直太朗) ‘最悪な春’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삶, 그로 인한 답답한 마음을 솔직하게 그려낸 6분에 걸친 포크송이다. 다른 악기 없이 오로지 기타와 하모니카만을 벗삼아 말하듯 내던지는 가창이 이 곡의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으며, 가사 또한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보편성 또한 갖추고 있다. ‘さくら’로 유명한 그의 애환이 담긴 음색을 그리웠던 이들에게 추천.


키드 프레시노(KID FRESINO) ‘Cats & Dogs(feat.カネコアヤノ)’

랩 파트와 보컬 파트가 굉장히 상반된 무드를 띄고 있는 이색적인 힙합 트랙. 어느덧 신의 중요인물로 자리잡은 그의 범상치 않은 프로듀싱 감각이 엿보인다. 약간은 즉흥적인 느낌마저 드는 래핑에 이어 흘러나오는 카네코 아야노의 섬세한 가창이 끊어질 듯 이어지며 굉장히 날 것의 느낌을 듣는 이에게 선사한다. 강한 어쿠스틱 기조의 사운드와 나사 한 두개 풀어놓고 임한 듯한 자유로우면서도 여유로운 두 아티스트의 퍼포먼스가 의외의 대중성을 발하고 있는 흥미로운 노래.


챠란 포 란탄(チャランポランタン) ‘空が晴れたら’

아코디언을 메인으로 이국적인 팝을 선보이는 자매듀오의 8주연속 릴리즈 프로젝트, 그 시작을 알리는 곡. 전부 자택에서 녹음을 진행해 완성한 ‘Untact’ 작품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번 싱글은 리듬감을 배제하고 아코디언으로만 반주를 꾸려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다 공고히 하고 있다. 이 노래만 들으면 대중음악신에 있는 그룹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 쇼와시대의 정취는 이번 작에도 여전히 강하게 드러나 있어, 기존의 팬들이라면 답답한 현 상황에 있어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ALBUM]


바운디(Vaundy) < strobe >

홀로 곡 제작 및 프로듀싱에 아트워크까지 전담하는 이 멀티 플레이어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첫 작품은 딱히 한계나 컨셉을 두지 않은 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들로 그려낸 정체성 가득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애수 어린 어른의 시티팝 느낌의 ‘東京フラッシュ’, 바로 분위기를 일신해 직관적인 록 트랙을 선보이는 ‘怪獣の花唄’, 하드한 EDM 사운드 지향의 ‘soramimi’, 굵은 신스 리프가 곡을 리드하는 어반 알앤비 스타일의 ‘napori’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안에 자신의 이름을 존재감있게 새겨넣는 그 역량이 놀랍다. 36분이라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질,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이다.


노벨브라이트(Novelbright) < WONDERLAND >

올 초를 ‘Walking with you’의 역주행으로 기분좋게 보낸 밴드의 첫 정규작. 스트레이트한 연주와 캐치한 선율로 하여금 정통적인 팝 록 트랙들이 촘촘하게 담겨 있다. 질주감으로 인트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ランナーズハイ’, 긍정적인 메시지와 상승조의 선율이 통쾌함을 안겨주는 ‘Believers’, 극적인 템포변화로 몰입을 이끄는 ‘おはようワールド’, 슬로우 템포에도 능함을 보여주는 어쿠스틱 트랙 ‘夢花火’ 등. 점점 ‘록’ 자체에 포커싱을 둔 신예 밴드의 비중이 적어지고 있는 와중에 나타난, 팝록의 정중앙을 관통하는 곡들로 장식한 탄탄한 구성의 한 장.


하세가와 하쿠시(長谷川 白紙) < 夢の骨が襲いかかる! >

작년 발매한 < エアにに >(2019)을 통해 현역 음대생이라는 이력과 자유분방한 음악으로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동시 받았던 아티스트의 신보는 놀랍게도 커버곡을 중심으로 한 작품. 거의 신시사이저만으로 러닝타임 전반을 이끌어 가고 있으나, 템포가 일정하지 않고 연주 역시 즉흥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등 일반적인 대중음악의 공식과 일부러 거리를 둔 듯한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멜로디만 남기고 모든 것을 해체해 늘어놓은 듯한 삼보마스터 원곡의 ‘光のロック’,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저음으로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카낙션 원곡의 ‘セントレイ’, 이게 그 우리가 소싯적 들었던 곡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디즈니의 그 감성을 조각내 산산이 흩뿌린 ‘the whole new world’이 대표적. ‘シーチェンジ’만이 오리지널로, 클래식과 재즈의 문법을 도입해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는’은 역시나 예상하기 어려운 그의 음악적 행보에 부합하는 노래로 자리한다. 친절한 작품은 아닐뿐더러 우리들이 알고 있는 대중음악의 모습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나, 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뮤지션의 존재의의를 본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목격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아담 앳(ADAM at) < 零 >

키보디스트이자 작곡가인 Adam at에 의한 세션 유닛의 6번째 정규작. ‘제로에서 만들어 나가는’ 것을 컨셉트로, 세션간의 조화로운 연주가 가득한 11곡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폭스 캡쳐 플랜이나 지즈에 같은 같은 카테고리의 팀들에 비해 보다 경쾌하고 팝적인 느낌이 강하며, 특히 ‘サタデーナイトフルット’에서는 스쿠비 두의 코야마 슈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하는 등 기본적인 흐름 안에서의 시도를 꾀하기도 한 작품. 앞서 이야기한 요즘의 키보드 중심 인스트루멘탈 밴드의 팬들 뿐만 아니라, 티스퀘어나 카시오페아를 좋아했던 이들에게도 어필할 듯한 감성적이고 따스한 피아노 록 앨범.


미우라 토코(三浦 透子) < ASTERISK >

아역배우로 출발, 어느덧 20년에 가까운 연기 필모를 쌓아올린 그의 새로운 도전. 이전에도 커버앨범을 낸 적은 있었으나, 오리지널 곡이 담긴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니메이션 < 날씨의 아이 >에서 노다 요지로(RADWIMPS)의 제안을 통해 노래한 것이 이번 작품으로 이어진 셈. 모리야마 나오타로, 텐더(TENDRE), 소카베 케이이치, 츠노 마이사(赤い公園) 등 호화 프로듀서 진으로 크레딧을 채우고 있으며, 곡마다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아티스트의 잔잔한 파도와 같은 음색을 중점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일관성이 우선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작년 < 날씨의 아이 >에 주제가로 큰 인기를 얻었던 ‘愛にできることはまだあるかい’의 커버가 실려 있으니, 노래의 팬이라면 체크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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