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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n 06. 2020

[20-06-01] 주간제이팝

세카이노오와리, 스캔달, 미레이 등

[SINGLE]

세카이 노 오와리(SEKAI NO OWARI) ‘umbrella’

라틴, 탱고의 강렬한 곡조가 우선적으로 들린다. 스타일로 보자면 2집과 3집의 요소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으로, 명확한 대중적 포인트로 하여금 간만에 이전에 알던 세카오와로 돌아온 듯한 인상을 줄 만한 노래다. 내수를 노린 듯한 애수어린 멜로디, 스트링을 가미한 팝록 사운드가 5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 말끔히 정돈되어 있다. 이와 함께 곡의 비장함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가성 중심의 가창은 곡에게 부여한 정서를 더욱 부각시키며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SEKAI NO OWARI’와 ‘End of the world’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 짓는 트랙이기도.


사나리(さなり) ‘real’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빚어내는 트로피칼 하우스의 향연. 후렴의 캐치한 선율과 환한 햇살이 내리쬐는 듯한 곡조가 비타민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02년생 뮤지션의 신곡이다. 기본적인 포지션은 래퍼이나, 멜로디를 적극 개입시켜서 그런지 랩보다는 싱잉에 보다 치중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흔한 스타일일 수 있지만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보편적인 대중가요에는 십분 부합하고 있어 그냥 무심하게 넘길 만한 노래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


아이오반(Aiobahn) ‘Fragments(feat.KOCHO)’

당연히 일본 뮤지션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한국인 뮤지션이라는 사실에 우선 놀랐다. 이 곡은 5분여의 시간 동안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는 일렉트로니카 튠으로, 대중적인 선율 및 곡조에 딱 어울리는 코쵸의 피처링을 통해 더욱 그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점점 살을 붙여나가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체험케 하는 곡 구성 및 verse에 따라 소스를 달리하는 입체적인 흐름까지. 러닝타임동안 어떤 생각도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 흥미로운 노래.


애시드맨(ACIDMAN) ‘灰色の街’

어느덧 데뷔로부터 20년. 일본 록 신의 대들보로 그 존재감을 발하는 밴드의 무려 3년만의 싱글. 그들 특유의 묵직한 록 사운드에 비장한 현악 사운드가 힘을 보태 탄생한 록 오케스트라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체되어 있는 삶을 반영한 듯한 가사가 현실성을 더하고 있으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 지금 시대에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 또한 제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미니멀하게 시작해 대곡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에도 귀 기울일 것.   


후지패브릭(フジファブリック) ‘光あれ’

필리 소울의 정취가 깊게 스며 있는 펑키한 곡조가 의외로 찰떡이다. 대중성에 있어 타의 추종을불허하는 프로듀서 코바야시 타케시의 작품인 만큼, 보편적인 매력만큼은 충만하게 들어차 있는 트랙. 이 노래 역시 애시드맨의 신곡처럼 ‘일상의 소중함’을 노래하고 있으며, 대신 비장함이나 사명감 대신 보다 즐겁고 흥겹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흩뿌린다. 밴드로서도 15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도와 함께 커리어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다짐이 함꼐 담겨 있기도 한 노래.


스캔달(SCANDAL) ‘Living in the city’

본래 < Kiss from the darkness > 제작 중에 만들었던 곡으로,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느낌이 들어 긴급 발매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멜로우한 느낌의 차분한 록 튠으로, 토모미가 전체 보컬을 담당하고 있어 하루나 중심의 프로모션 트랙만을 들어왔던 이들이라면 또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지지난주에 이들을 직접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만 ㅠㅠ


[ALBUM]


미레이(milet) < eyes >

작년 한 해 5장의 EP를 몰아침과 동시에 이제까지 없던 아티스트상을 제시하며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동시에 받은 싱어송라이터의 첫번째 정규작. 그간 펼쳐보인 음악세계를 총망라하는 작품으로, 18 트랙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어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상향평준화된 퀄리티와 명과 암/흑과 백을 넘나 드는 복잡다단한 감정이 투영된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


가성의 매력을 한껏 살린 다크함이 인상적인 ‘Parachute’, 맨 위드 어 미션의 카미카제 보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Grab the air’, 로드나 라나 델 레이가 떠오를 법한 미니멀한 알앤비 사운드 ‘Dome’, 시도하지 않았던 얼터너티브 록으로의 도전이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만드는 ‘Until I die’ 등. 자유로움을 기저에 두되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연말에 여기저기서 언급될 새롭게 출연한 신예의 걸작이자, 2010년대 일본음악과 2020년대 일본음악의 구분점이 될 작품.


요나 요나 위켄더즈(YONA YONA WEEKENDERS) < 街を泳いで >

팀 이름과 제목에서 연상되는 딱 그 음악을 들려주는 요나 요나 위켄더즈. 시티팝과 서프 뮤직 등이 앞다투어 떠오르는 느긋한 휴일의 정취가 온 몸의 근육들을 이완시키는 데 적합. 다만 팀만의 차별점은 조금 옅은 것 같아 아쉽다. 두 기타 사운드의 운용이 빛을 발하는 ‘遊泳’가 바쁜 일상 속 여유를 안겨주고, 보다 그루브한 곡조를 강조한 ‘So much fun’은 휴양지의 낭만을 안겨주는 듯하다. 보컬을 맡고 있는 이소노쿤의 감미로우면서도 강약조절이 탁월한 가창이 중간에 중심을 잡고 있어 듣는 재미가 더욱 배가되는 느낌.


이스트오케이라보(EASTOKLAB) < Fake Planets >

슈게이저, 드림팝,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한 몽환적인 록 뮤직을 구사하는 나고야발 4인조 밴드의 두번째 미니앨범. 우리나라의 아도이 같은 팀과 그 스타일이 맞닿아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더욱 심연을 향해가는 사운드 메이킹이 인상적인 ‘Dive’, 신시사이저의 울림이 곡을 성스럽게 감싸는 ‘Contrail’, 정적인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미니멀한 전자 사운드가 귀를 간지럽히는 ‘Farewell’ 같은 노래들이 특히 흥미롭다. 전체가 하나의 곡처럼 느껴지는 러닝타임 전반의 일관성이 이 작품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오히라 미즈키(大比良 瑞希) < IN ANY WAY >

일반 대중보다 뮤지션들 사이에서 더 유명한 아티스트가 있는데, 다수의 세션과 음악작업을 통해 음악성을 동료들로부터 사전에 인정받은 오히라 미즈키가 그 케이스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그의 두번째 정규작은 은밀하면서도 농후한 그 음색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그에 맞는 여러 스타일의 옷을 입힌 듯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토후비츠가 탄생시킨 이색적인 레게풍 일렉트로니카 넘버 ‘無重力’, 제이팝 특유의 선율감에 집중한 팝록 스타일의 ‘SAIHATE’, 성인 취향의 블랙뮤직을 지향하는 나나오 타비토와의 듀엣 곡 ‘ムーンライト’, 알리시아 키스가 떠오를 법한 피아노와의 콤비네이션이 일품인 ‘Eternal My Room’ 등 언뜻 보면 섞여 있을 때 이질적일 수도 있을 노래들을 자신의 가창을 촉매제로 하나의 앨범에 잘 녹여낸 수작이다.


조니반(Johnnivan) < Students >

‘Danced Once’에서 이들의 지향점이 명확하게 보인다. 댄서블한 록 뮤직을 추구하되, 그 안에 뉴웨이브와 같은 레트로한 요소를 녹여내는 그 의도가. 재미있게도 한국과 일본, 미국 국적의 멤버들로 구성된 5인조 다국적 밴드로, 음악 자체엔 어느 나라의 국적도 드러나지 않는 느낌이다. 로우파이 질감의 기타 사운드와 은근슬쩍 따라붙는 키보드의 조합이 흥미로운 ‘Service’, 그루브를 강조하며 완벽한 뉴웨이브 리바이벌을 보여주는 ‘Calm Down’, 선 굵은 베이스 라인이 흥겨운 댄스뮤직을 주조해내는 ‘Boom Boom’ 등 자신감과 실력을 무기로 디테일이 뚜렷한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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