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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n 14. 2020

[20-06-02] 주간제이팝

엠플로, 티스퀘어, 토쿠마루 슈고, 체코 노 리퍼블릭 등

[Single]


M-flo loves chelmico ‘RUN AWAYS(feat. chelmico)’

지난 3월에 재시동을 건 협업 프로젝트 ‘M-flo loves’의 두번째 싱글. 신진 세력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는 2인조 랩 듀오 첼미코와의 만남을 통해 보다 트렌디한 감각을 더했다. 잘게 쪼갠 타이트한 비트와 초대손님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초장부터 이목을 끌고, 댄서블한 리듬과 후렴의 후크를 동반해 보다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 인상. 노래만 들었을 땐 엠플로라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본래 색깔을 내려놓고 콜라보레이션 자체에 포커싱해 완성시킨 Win-Win 전략이다. 


Mom ‘ゴーストワーク’

해외힙합의 경향과 일본음악의 정서를 동시에 담아낸 트랙과 여러 키보드 사운드를 겹쳐 만들어 낸 풍성한 멜로디감이 흥미롭게 들린다. 트랙메이커이자 싱어송라이터, 여기에 아트워크나 뮤직비디오 감독까지, 바운디(Vaundy)를 필두로 속속 등장하고 있는 1인 크리에이터 시대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뮤지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Mom. 흥겨운 키보드 터지와 랩-싱잉에 가까운 가창을 통해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그 설득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안 그래도 짧은 2분 18초라는 러닝타임이 눈 깜빡할 새 지나가는 싱글,                                                   

마지코(majiko) ‘アイロニ’

강한 록 사운드를 뚫고 나가는, 정제되지 않은 아티스트의 가창이 인상적이다. 이해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가 거친 보컬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신곡. 언뜻 듣기에는 다소 평범한 팝록에 위치하고 있는 듯 하지만, 노래의 가사와 목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는 노래이기도. 


소시 도그(Saucy Dog) ‘BLUE’

현재의 ‘Stay home’ 기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던 도중 예전에 작업해 두었던 이 노래가 지금 자신들이 보내고 싶은 메시지와 일치한다는 생각하에 전격 릴리즈 결정. 꾸미지 않은 소소하고 편안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며 내일을 향해가자고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이 살갑게 다가오는 노래다. 극적인 구성을 강조하기보다는, 후렴에서도 일정한 음역대를 유지하며 좀 더 안정과 편안함을 전해주고자 한 팀의 의지가 알기 쉽게 다가오기도. 


썸타임스(SOMETIME’S) ‘Honeys’

시티팝과 디스코, 펑크 그리고 시티팝… 서치모스의 초기 시절을 조금 더 흥겹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어썸 시티 클럽의 남자 보컬 버전 같기도 하다. 디스코 리듬을 기반으로 리드미컬하게 치고 나가는 초반부에 이어 간주의 기타 솔로는 록의 뉘앙스를 공존하려는 일종의 전략으로 읽히기도. 클라이막스로 갈 수록 볼륨이 높아지는 관악 세션에서 보다 레트로함이 묻어나고, 보컬 역시 본토의 그 느낌에 충실한 창법으로 곡에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아직 아티스트의 정보가 많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이 한곡이면 꽤나 음악 잘하는 유망주가 나타났다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최근 불고 있는 블랙뮤직 붐을 견인할 또 하나의 아티스트가 선보이는 흥겨운 신곡.


토쿠마루 슈고(トクマルシューゴ) ‘Canaria’ 

기존의 대중음악과는 다른 경로를 제시하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토쿠마루 슈고. 나도 한참 그 이름을 잊고 살았는데, 정말 오랜만에 그 신곡이 발매가 되었다. 약간의 슈게이징 기조를 띄고 있는 사운드가 생경할 법도 하지만, 그만의 어쿠스틱함은 여전히 살아있어 뭔가 새로운 걸 듣고 싶은 이들과 아티스트의 행보를 쫓아왔던 이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만한 노래다. 리버브를 살짝 가미한 공간감, 이국적인 정서를 내포한 곡조 등, 그만의 세계가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도루(odol) ‘小さなことをひとつ’

클래시컬한 현악 세션이 러닝타임을 품어내는 그 느낌이 좋다. 정말 필요한 소리 외에는 가급적 배제하려 한 느낌이 들며, 정적인 흐름 속에서 강한 동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입체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것 또한 맘에 든다. 자신의 정말 좋은 부분은 쉽게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이 곡은 후반부의 절정까지 경험하고 나서야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는 노래이기 때문에 인내를 가지고 차분히 곡을 음미해보도록 하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ALBUM]


린네(Rin音) < swipe sheep >

멜로우한 정서를 기반으로 차분하면서도 적당한 리듬감을 내포한 음악.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명 칠 아웃(Chill Out) 계 래퍼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고 있는 린네의 첫 정규작이다. 이미 SNS를 중심으로 한 ‘Snow jam’의 히트로 고무되어 있는 가운데 발표된 앨범으로, 글을 쓰는 시점에서 애플뮤직 앨범차트 7위를 기록 중에 있는 상태. 음악들은 대체로 BGM으로 어울릴 법한, 우리나라로 치면 예전 싸이월드의 배경음악으로 애용될만한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적당한 그루브와 선율감, 라운지 뮤직의 느낌도 함께 공존하고 있어 노래로서 듣기에도 혹은 무음의 공간을 채우기에도 적합한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음색의 조화가 좋은 하모니를 이루는 아스미(asmi)와의 듀엣곡 ‘earth meal’, 같은 후쿠오카 출신의 프리스타일 래퍼 이카루스와 콜라보가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Sweet Melon’ 등 동료 뮤지션과의 합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덕분에 정규작에 걸맞는 다채로운 색깔이 고르게 갖추어져 있다. 다소 평면적인 래핑과 어떤 범위 이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운드는 몇 번 감상이 거듭되다 보면 사람에 따라 다소 물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체코 노 리퍼블릭(Czecho No Republic) < DOOR >

2년 3개월만의 신작이자 4인 체제로서는 첫 정규작이다. 특유의 비비드한 색감, 개러지 록과 뉴웨이브를 적절히 혼합해 자신들의 스타일로 체화시킨 음악 역시 여전하다. 첫 곡인 업텝포 록 튠 ‘摩訶不思議’은 타케이 마사미가, 이어지는 신스 팝 기조의 ‘Everything’에서는 타카하시 마이가 각각 리드보컬을 맡는 등 투 보컬에서 오는 바리에이션을 초반부터 강조하고 있다는 등 절치부심한 모습이 역력하다. 여기에 월 오브 사운드와 서프 뮤직, 제이팝 특유의 선율 등 레트로한 결합이 눈에 띄는 여름 찬가 ‘Forever Summer’, 밴드 특유의 활기가 이어폰 너머로 전해져 오는 ‘Wandering Days’,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어쿠스틱 기조의 ‘Dong Dong’ 등, 전반적으로 좋은 멜로디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코러스 워크가 굉장히 잘 짜여져 있어 보다 풍성한 선율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커리어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지는 작품. 


티 스퀘어(T-SQUARE) < AI FACTORY > 

티 스퀘어를 언급하면 과거의 뮤지션이 아니냐 많은 이들이 되물을 법하지만, 이들은 1978년 데뷔 이래 단 1년도 정규작 발매를 쉬어본 적이 없는 이들이다. 올해 역시 어김없이 선보이는 작품은, 잠시 건강문제로 팀을 떠나 있었던 카와노 케이조가 다시금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작사/작곡은 공평하게 안도 마사히로 3곡, 카와노 케이조 3곡, 반도 사토시 3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만든 사람에 따라 곡 풍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주연으로 키보드를 낙점한 후 다른 악기들이 이를 받혀주는 구성에서의 완벽한 호흡을 엿볼 수 있는 ‘Geisha’, 정적인 무드 속에서 서로가 한번씩 리드를 잡는 민주적인 흐름이 엿보이는 ‘Daylight’ 등 우리가 알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곡들이 있는가 하면, 조금 더 트렌디한 사운드를 삽입한 ‘Rising Scope’에서는 그저 하던 음악만 반복하는 이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꾸준함은 타고난 재능 이상의 무엇이라는 것을 긴 커리어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레전드의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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