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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n 27. 2020

[20-06-04] 주간제이팝

스피츠, 맨 위드 어 미션, 다오코, 파리스 매치 등

이번달은 어째 21세기 아티스트를 

얼렁뚱땅 넘겨버리고 있네요...

조만간 미레이(milet) 편이 올라갈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고요.

더불어 7월부터는 

또 다른 기획 하나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조만간 공지할 예정이니 많이들 기대해주세요~



[SINGLE]

맨 위드 어 미션(MAN WITH A MISSION) ‘Change the World’

데뷔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나름의 애니버서리 송. 올해 많은 이벤트를 계획해 놓았던 밴드인만큼, 현 시국에 대한 아쉬움을 모조리 음악에 쏟아부은 듯한 큰 스케일이 압권이다. 현악과 키보드, 후반부의 기타 솔로잉과 거대한 코러스의 결합은 이들이 겪어온 장대한 서사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놓는 감상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요 10년간 원 오크 록과 함께 가장 많은 라이브를 관람했던 입장에서 그 짜릿했던 라이브에서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가는 노래이기도. 어서 다시금 많은 이들과 함께 다섯 명의 늑대인간들을 마주할 수 있기를.

 

프라이데이 나잇 플랜스(Friday Night Plans) ‘Unknown’

재작년인가부터 계속 밀고 있는 나의 개인 픽 프라이데이 나잇 플랜스. FK twigs가 떠오르는 몽환적인 곡조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보다 이미지가 선명한 리드미컬 트랙을 선보이는 중. R&B보다는 칠 아웃한 일렉트로니카가 선을 그려내고 있으며, 명암과 채색은 모조리 보컬이 도맡아 자신의 역량을 만천하에 뽐내고 있다. 진성과 가성, 강약을 오가며 어느때보다도 섬세하고 활동적인 목소리를 들려주는 그가 반가우면서도 어색하고, 그러면서도 마냥 좋을 뿐. 후반부의 피아노에 이어지는 반전 또한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와사비(wasabi) ‘sweet seep sleep’

누군가 했더니 카나분의 타니구치 마구로와 아카이코엔의 츠노 마이사가 뭉쳐 만든 유닛. 이색적인 조합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합을 보여주는 노래다. 기타 사운드와 실로폰, 전자음악을 잘 섞어낸 모습에서 많은 소스를 한 곡 안에서 멋지게 정리해내는 츠노 마이사의 손이 많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기도. 또한 언제나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카나분의 보컬 역할을 벗어나, 감성적인 음색을 들려주는 타니구치 마구로에게도 집중해 볼 만하다. 잘 섞은 둘의 장점이 코로나 시대의 희망으로 탈바꿈하는, 흥미로운 트랙.


폭스 캡쳐 플랜(fox capture plan) ‘やけにSUNSHINE(feat.오카모토에미(おかもとえみ))’

이 곡은 노래도 물론 좋지만, 오카모토 에미에 대한 내 팬심이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음을 미리 고백한다. 피아노 중심의 퓨젼 재즈 그룹인 폭스 캡쳐 플랜이 간만에 보컬을 기용해 보여주는 팝 트랙으로, 이 정도의 대중적인 선율 기반의 트랙을 만들 수 있었는지 마냥 놀라게 되는 노래다. 바닷가를 연상케 하는 초반의 신시사이저로 시작해, 시원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오카모토 에미의 음색이 현악과 키보드를 만나며 일으키는 파도에 온몸이 흠뻑 젖어버릴 것만 같다. 정말 여름이 왔음을 실감케 하는, 상상 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주는 시즌송.


트웬티★트웬티(Twenty★Twenty) ‘smile’

쟈니즈의 모든 그룹이 뭉쳤다. 도합 75명이라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 그룹은, 지금은 고인이 된 쟈니 키타가와가 쟈니스 주니어 40명으로 유닛을 결성하겠다는 7년 전 구상에서 비롯되었던 것. 그후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기획은 흐지부지 되는 듯 했지만, 코로나19 확대감염방지 지원활동인 < Smile Up! Project >와 맞물려 소속사 내 모든 뮤지션이 참여하는 스케일 큰 프로젝트로 확대되어 선을 보이게 되었다.


그들이 선보이는 이 채리티 송의 작사/작곡은 미스터 칠드런의 사쿠라이 카즈토시가 담당. 전체적인 곡조에서 미스치루스러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묻어나오는 노래기도 하다. 최근 그가 만든 노래중에 멜로디 라인 만큼은 가장 좋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 킨키 키즈의 두 사람이 하드캐리하고 있다는 인상이 전체적으로 강하긴 하지만, 각 유닛과 아티스트의 색깔도 중간중간 확실하게 들어가 있어 일부 뮤지션에게 이목이 쏠리는 느낌은 아니다. 단순한 생색이 아닌, 정말 좋은 노래로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는 바람직한 기획.


스피츠(スピッツ) ‘猫ちぐら’

이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약 1년 만의 싱글은 이들로서도 처음 겪어보는 리모트 레코딩으로 진행. 말 그대로 한번도 만나는 일 없이 자택에서 각 멤버가 녹음한 음원을 겹쳐 만들어 낸 노래이다. 어느때보다도 차분한 곡조의 연주와 힘을 뺀 목소리가 듣는 이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보여주며 있으며,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기 보단 아쉬울 때 곡을 끝내는 느낌이 강해 어쩔수 없이 다시 한 번 플레이하게 만든다. 정말 에버그린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변하지 않는 그들의 여전한 포근함이 담겨 있는 곡.


오모이노타케(Omoinotake) ‘夏の幻’

리얼세션 중심의 피아노록을 잠시 내려놓고 전자악기를 비중을 높인 그루비한 트랙으로 돌아온 오모이노타케. 자신들의 음악적 기반은 유지하되 블랙뮤직의 뉘앙스를 담아낸 모습은 럭키 테잎스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보컬인 후지이 레오의 가성이 어느때보다도 호소력있게 다가오며, 자신들의 정석에서 살짝 벗어난 변화구에도 능숙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는 노래다.


[ALBUM]


다오코(DAOKO) < anima >

메이저 데뷔 이후 조금 갈팡질팡하던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칼을 제대로 간 느낌이다. 요 몇 년간 거물급 뮤지션과의 태그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내왔던 것과 달리, 메이저 데뷔 초기로 회귀해 자신만의 색을 재규정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 첫번째 작품을 진두지휘했던 카타요세 아키토를 다시금 초빙해 공동 프로듀싱을 맡고 있으며, 함께한 뮤지션에 가려졌던 정체성을 되찾는 여정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으로 그려져 있다.

 

가장 놀랐던 트랙은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anima’인데, 6분에 가까운 시간을 다양한 플로우로 리딩하는 퍼포먼스는 그의 커리어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 반주에 맞는 다양한 프레이즈를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맘껏 펼쳐보이고 있다. 포스트 록의 뉘앙스를 지닌 몽환적 트랙 ‘アキレス腱’에선  특유의 ‘공기반 소리반’ 보컬을 장점으로 활용하며 그 정서를 효과적으로 구현. 어떻게 보면 활용범위가 좁은 예민한 역량이기에 프로듀싱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아티스트인데, 전작들 대비 자신에게 포커싱하는 전략이 성공한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실망감이 깊어가던 아티스트를 재발견하게 해준 공이 큰 작품이기도.


소라네(空音) < 19FACT >

최근 일본 스트리밍 신에서 두각을 보이는 카테고리라면 역시 힙합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 진지하고 어두운 래퍼들보다는, 파퓰러한 음악을 중심으로 랩을 얹어내는 다음 세대의 래퍼들이 상위권을 점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2001년생 래퍼로 두번째 작품을 발표한 소라네 역시 그와 같은 케이스. 첫 곡 ‘Fight me’를 듣다보면 힙합 보다는 팝 사운드에 더욱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라임스터와 같은 한참 윗세대의 영향도 느껴져 딱히 음악에 특정 세대나 트렌드를 고려하지 않고 있구나 싶기도 하다.


이처럼 일단 하고 싶은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삼연음의 찰진 랩과 코지코지(kojikoji)의 멜로우한 보컬이 좋은 합을 보이는 ‘Girl’과 자신의 생각을 밀도 있게 담아낸 ‘HaKaBa’의 갭이 이를 증명. 전자는 보다 트렌디한 사운드로 대중적인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후자는 보다 스킬풀한 랩을 통해 진지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어 앨범을 통으로 들어야 아티스트가 의도하는 바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정 장르나 스타일에 매몰됨 없이 자신의 음악을 고집 있게 담아낸 작품이니 만큼 많은 이들의 호응은 당연한 수순일터.


하루카토미유키(ハルカトミユキ) < 最愛の不要品 >

다섯 트랙 안에서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좋은 선율에 기반한 하루카의 음색을 강조한 ‘everyday’, 밝은 기운을 전파하는 봄 느낌의 ‘Continue’가 정서의 변화라면, 그 다음 트랙인 ‘最愛の不要品’는 음악적 변화가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노래다. 다운톤 된 일렉트로니카 반주와 동행하는 하루카의 보컬은 음악의 요소 중 하나로 분해 이전과는 다른 역할과 존재감을 수행한다. 보다 두꺼운 기타 톤으로 상당부분 보컬을 가리는 ‘扉の向こうで’ 역시 이전과는 다른 공식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풀어내는 모습을 담고 있어, 유닛의 음악을 계속 쫓아왔던 이들이라면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그래도 그 음악적 완성도로 하여금 적응은 한순간이니 너무 걱정은 말기를 바란다.


파리스 매치(paris match) < ROUND 12 >

한 때 싸이월드를 휩쓸었던 라운지 뮤직의 상징적인 존재인 파리스 매치. 그런 그들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선보인 정규작은, 레트로와 시티 팝을 자신들의 범위 내에서 적절히 차용한 음악으로 여전히 건재함을 뽐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앨범의 지향점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파리스 매치 식 서핑 팝 ‘さよならシーサイド’, 브라스가 시원스레 터져 나오는 가장 그들스러운 트랙 ‘Happy?’, 펑크(Funk)의 그루브를 강조함과 동시에 신시사이저의 간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댄스 팝 ’Mr.Deckard’까지. 과거의 지지층과 지금의 세대를 동시에 섭렵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베테랑의 저력을 담아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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