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Jul 06. 2020

[20-07-01] 주간제이팝

드림스 컴 트루, 크리피 넛츠X스다 마사키, 니지유, 펀피 등

[single]

크리피 넛츠(Creepy Nuts) X 스다 마사키(菅田 将暉) ‘サントラ’

힙합과 록의 콜라보가 흥겨우면서도 찡하게 다가오는 의외의 콜라보레이션. 미니멀하게 진행되는 랩 파트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면 갑작스레 등장하는 펑크 록 스타가 의외의 재미를 안겨주는 곡이다. 우리들의 인생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각자의 진심을 다해 전하고 있는 모습에서 마치 젊은 세대로 이루어진 삼보 마스터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후반부의 클라이막스는 그야말로 타는 듯한 여름 록 페스티벌의 한가운데로 나를 데려다 놓는 듯하다. 아 록페 가고 싶다.


마이 퍼스트 스토리(MY FIRST STORY) ‘1,000,000 TIMES’

강성의 록 사운드로 조금씩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는 마이화스. 후렴의 쏟아지는 듯한 워딩에 이어지는 서정적인 키보드라던가, 후반부의 폭주하는 드러밍과 기타 솔로잉 등. 여기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에고이스트의 셸리와 함께 보여주는 파장은 더욱 자신들의 정서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느낌. 조금이라도 허투르게 쓰는 부분이 없는, 조금이라도 공백이 보이지 않도록 꽉꽉 메워낸 타이트한 구성을 주목하자. 오랜만에 이들의 노래를 들어본 이들이라면 그간의 성장에 자못 놀라게 될지도.


유키 아키라(湯木 慧) ‘追憶’

어쿠스틱을 기반으로, 몽환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소리를 만들어 가는 싱어송라이터의 신곡. 기저에 깔려 있는 불안함과 고독을 밟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퍼뜨리고자 하는 그의 각오나 의도가 이번 곡에서 역시 직설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음색은 맑고 청명한 가운데 민요를 연상케 하는 벤딩을 중간중간 구사하는 덕에 이색적으로 다가오며, 조금씩 다가오는 귀를 잠식하는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그 감정으로 함께 침잠하는 것을 돕는다. 5분여의 시간 동안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여 있다가 일순간 그 러닝타임의 끝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노래.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YES AND NO’

인트로를 듣는 순간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YMO, 시티팝, 쇼와 아이돌, 티스퀘어 등등. 일본을 대표했던 여러 팝의 경향을 한 곡에 응축시켜 담아 낸 듯한, 신시사이저의 톤 부터가 대놓고 레트로임을 공표하면서도 요시다 미와의 음색은 그 안에서 꿋꿋하게 자리하고 있는 트랙이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오히려 30년전 그들의 작품들이 더 세련됨을 지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정말 시대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원하는 음악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여전히 쟁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한, 현재진행형 레전드의 자기증명.


텔레-플레이(TELE-PLAY) ‘あいにいきたい(feat. BASI, Chara, SIRUP, TENDRE)’

코니시 료 프로듀스에 의한 거대 프로젝트의 면모가 공개되었다. 가스펠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송가가 가득 울려 퍼지는 순간의 희열은 그 화려한 면면이 아깝지 않은 감성을 들려준다.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시대의 뮤지션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이 따뜻한 울림이 힘든 이 시국에 꽤나 큰 위로가 될 것만 같다. 일본 블랙뮤직의 가능성과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커다란 의미까지 실어낸 온기 가득한 노래.


[Album]

사실 최대 수혜자는 박진영...

니지유(NiiU) < Make you happy >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이제 케이팝 문법이 본격적으로 일본 신에 정착하는 계기가 될 < 니지 프로젝트 >의 주인공 니지유. 전체적으로 일본 버전의 트와이스를 노리고 있는 느낌인데, 이 EP 역시 그 기조를 충실하게 따르는 작품으로 자리한다. ‘Make you happy’ – ‘Baby I’m a star’에서 트와이스 데뷔 EP의 ‘OOH-AAH하게’ – ‘다시 해줘’에서의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만 봐도… 그래도 니지유로 선보이는 첫 작품인만큼 네 곡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각 트랙의 콘셉트에 집중해 최선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비트감을 부각한 역동적인 모습이 인상적인 ‘Baby I’m a star’,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EDM을 활용한 신스팝 ‘Boom Boom Boom’, ‘밝게 맑게 자신있게’ 라는 여느 광고의 캐치프라이즈가 떠오르게끔 하는 ‘虹の向こうへ’ 등, 성공적인 연착륙을 상당부분 보좌할 충실한 내용물의 EP.

펀피(PUNPEE) < The Sofakingdom >

그 특유의 서사를 담아내기에 5곡, 12분은 너무 짧다는 느낌이 든다. < MODERN TIMES >라는 명반을 세상에 남긴지 어언 3년. 간만에 몸을 푸는 듯한 그의 기지개가 담긴 EP로, 스토리성을 중시하는 가사와 선명한 인상을 남기면서도 취향을 타지 않는 매력적 비트와 선율이 밀도 있게 시간을 채워내는 것이 역시 그답다 싶은 작품이다. 소리를 왜곡시켜 마치 우주에 떠도는 전파와 접촉한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 ‘GIZMO(Future Foundation)’, 크레바와의 세대를 초월한 협연을 펼치는 ‘夢追人’, 특유의 유머와 느긋함이 느껴지는 ‘Operation : Doomsday Love’ 등 러닝타임이 짧다는 것이 아쉽게만 느껴지는, 펀피라는 요리사가 만들어 내는 훌륭한 에피타이저. 먹고 나서 배가 고프다면 바로 < MODERN TIMES >를 플레이하면 될 듯.


쉬즈(SHE’S) < Tragicomedy >

기본적으로 밴드 편성이나, 구성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장르로 폭넓은 음악세계를 펼쳐보이는 밴드의 네번째 정규작. 블랙뮤직과 현악, EDM을 잘 넣고 섞은 하이브리드 록 ‘Unforgive’ 부터 이들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겨울의 계절감이 물씬 나는 보컬 중심의 피아노 록 ‘One’, 초창기 마룬 파이브나 오피셜히게단디즘 같은 팀들이 떠오르는 ‘Ugly’, 코러스 워크와 가성이 잔잔하면서도 선선한 바람을 만들어 내는 ‘Letter’ 등 선율감을 중시하는 자극적이지 않은 넘버들로 한가득이다. 절실하게 휴식이 필요한 날, 살짜기 틀어놓고 슬며시 잠들기에 최적인 앨범.

매거진의 이전글 [20-06-04] 주간제이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