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모노 노 아와레(MONO NO AWARE) < AHA >
옛 유산의 탐구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 몇 년 간의 흐름에 있어서 이들의 이름을 빼놓기는 왠지 아쉽다. (본인들은 이런 카테고리화가 달갑진 않겠지만) 시티 팝 리바이벌의 흐름에 있어, 진한 개러지 록 테이스트와 중독적인 가사 및 멜로디로 또 하나의 구심점을 만들어 낸 팀이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현 시대의 자화상을 셔플 리듬에 실어낸 앨범의 첫 트랙 '東京(도쿄)'는 음악과 메시지 모든 측면에서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다. 기운이 나지 않는데 애써 내는 기운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의 동경과 그렇게 될 수 없는 좌절을 함께 전달한다.
동양적인 선율의 전자음을 깔고 템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そういう日もある(그런 날도 있어)'와 같은 업템포가 있는가 하면, 공간계 이펙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별 후 부유하는 청춘을 그려낸 슬로우 템포의 'Doughnuts'의 절규도 이채로운 수록곡들이다. '勇敢なあの子(용감한 저 아이)'는 이런 카테고리의 꼭대기에 있는 레전드 핫피엔도(はっぴえんど)의 정서를 십분 활용하기도. 젊은 세대의 공허함을 과거의 유산에 실어냄으로서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만 그래봐야 메워질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의 연주와 노래. 일본에서 실현 불가능한 동경을 음악적 자양분의 대가로 치룬 후, 남는 것은 탄탄한 음악뿐이다.
- 수록곡 -
1. 東京
2. 機関銃を撃たせないで
3. そういう日もある
4. DUGHNUTS
5. 轟々雷音
6. ひと夏の恋
7. 勇敢なあの子
8. かごめかごめ
9. 窓
10. センチメンタル・ジャーニー
2020/07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