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Jul 31. 2020

침잠해 있던 내면이 타인이라는 세상을 받아들일 때

#35 하루카토미유키(ハルカトミユキ) < LIFE >(2015)

#35 하루카토미유키(ハルカトミユキ)

< LIFE >(2015)


肯定する
September

'지금 나 약속할게/ 너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게/ 홀로 살아갈 용기를 그대에게'

아름답고 정교한 시적 가사 속 엷지만 선명히 새겨져 있는 의지. 좀처럼 스트레이트한 노랫말을 다루지 않는 이들에게도 이 작품만큼은 예외다. 프로 뮤지션이기에 획득하고픈 인정. 그럼에도 닿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부정이 “그래도 나는 너를 긍정한다”라는 다이렉트한 반대급부로 표현되는 이 곡은 당시 내면의 변화를 생생히 표현한다. 매달 싱글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2015년, 히비야 야외음악당에서의 라이브를 염두에 둔 이 앨범은 어느 밴드들도 쉽게 해내지 못했던 강한 정서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저 하늘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록 사운드의 '肯定する(긍정할게)'에 이어,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하루카의 가성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宇宙を泳ぐ船(우주를 헤엄치는 배)', 키보드의 고색창연한 음색이 펼쳐놓는 이색적 풍경 'COPY', 뉴웨이브 신스팝의 기조를 이어받은 'All I want' 등 직관적인 매력을 일관하는 초반부는 인정욕구에 대한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대응. 그럼에도 다시금 죽음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는 ‘September’를 통해 애써 이끌어낸 긍정을 다시금 외로움으로 개념 짓는다. 1차원적인 감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없다는 듯, 그리고 결국 사람은 혼자 사는 것임을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으로 전파하고 있는 그들. 타인과의 만남이 나를 변화시킨다고 해도, 결국 나는 나로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마음 저 안 쪽에의 나에게 알려주는 듯한 작품이다.


- 수록곡 -

1. 肯定する

2. 宇宙を泳ぐ舟

3. 春の雨

4. COPY

5. All I want

6. September

7. 火の鳥


2020/07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언제나 꿈꾼다. 어차피 그렇게 되지 않겠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