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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l 31. 2020

당황스러울 정도의 자기파괴, 이내 획득한 자유로움

#33 서치모스(Suchmos) < THE ANYMAL >(2019)

#33 서치모스(Suchmos)

< THE ANYMAL >(2019)

In The Zoo
Indigo Blues
Hit Me, Thunder

밴드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자신, 정확히 말해 ‘Stay tune’으로 규정된 이미지와 완벽한 결별수순을 밟았다. 두 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5분 이상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구성과 시티 팝 리바이벌과는 완벽히 담을 쌓은 아트록/프로그레시브 기조의 음악 스타일. 완벽한 록스타로서 자리잡은 시점에 이뤄진 가감 없는 자기파괴는 외부에서 만들어 놓은 울타리로부터 탈출하려는 야심으로 해석된다. 이 급격한 방향전환에 < The Kids >(2017)의 신봉자들은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광경이 목격되었으나, 결국 밴드는 이 과정으로 무한한 음악적 자유를 획득한 ‘뉴 서치모스’로서의 탈피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게 된다.


록과 알앤비를 넘나듦과 동시에 천천히 힘을 붙여나가는 ‘Water’, 블루스의 풍미와 이국적인 멋을 함께 품어낸 ‘You Blue I’ 등 이 작품에서 가장 박수쳐야 할 부분은 바로 긴 러닝타임을 자신들의 멋으로 탈바꿈하는 구성과 흐름의 묘미. 특히 12분에 육박하는 ‘Indigo blues’는 변신의 욕구가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 곡으로, 초반 3분간을 무드 조성에만 할애한 뒤 보컬과 악기로 살을 붙여 나가는 모습에서 젊은 음악 장인들의 노고가 그대로 묻어나온다. 어느 정도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한 이후에는 좀처럼 스타일의 변화를 감행하지 않는 일본음악 신에서 목격한 눈이 휘둥그레 해질 정도의 변신. 모든 패러다임과 클리셰를 거부하는 애티튜드가 만들어 낸 2010년대의 가장 거대한 진화며 혁신이다.


- 수록곡 -

1. WATER

2. ROLL CALL

3. In The Zoo

4. You Blue I

5. BOUND

6. Indigo Blues

7. PHASE2

8. WHY

9. ROMA

10. Hit Me, Thunder

11. HERE COMES THE SIX-POINTER

12. BUBBLE


2020/07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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