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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02. 2020

[20-08-01] 주간제이팝

후지와라 사쿠라, 레오루, 료쿠오쇼쿠샤카이, 요루시카 등

[SINGLE]

후지와라 사쿠라(藤原 さくら) ‘Monster’

인트로부터 들려오는 업템포 사운드가 이색적. 축축하게 젖은 그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순간 역시 후지와라 사쿠라의 음색은 사기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는 트랙이기도 하다. 이 정도로 비트가 강조된 노래가 있었나 싶을 정도의 파격적인 시도이나,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그의 재능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 이런 변화에 있어, 본 노래의 편곡을 전담한 토미타 케이이치에게 그 공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마바누아가 이 전 2장의 EP를 통해 아티스트의 장점을 최대한 뽑아내는 데 주력했다면, 그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주력한 인상이랄까. 이 노래를 들으면 프로듀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됨과 동시에 후지와라 사쿠라가 가진 잠재력의 끝은 어딜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레오루(Reol) < 第六感 >

이번 싱글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건데, 확실히 같은 우타이테/보컬로이드 프로듀서 출신 중에서도 레오루는 그 중에서도 음악적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번 곡 역시 EDM 중에서도 한차례 그 열풍이 지나간 덥스텝을 전면 차용한 특유의 사운드와 더불어, 보컬 역시 전성기의 하마사키 아유미의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현 시대에 세련됨 또한 동시에 녹여내고 있다는 것이 그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지 않나 싶다. 3분이 겨우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정보가 타이트하게 녹아들어가 있으며, 그렇게 생성된 음압에 전혀 눌리지 않는 보컬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맘껏 흩뿌리는 트랙.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夏を生きる’

개인적으로 한참 치고 올라갈 시기에 코로나로 인해 그 기세가 한풀 꺾인거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는 밴드의 신곡. 약간 힘을 뺀 나가야 하루코의 보컬은 이전처럼 매력적임과 동시에 보다 듣기 편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이들의 장점이었던 극강의 팝록 사운드는 이번에도 여전히 그 효력을 발휘한다. 특히 간주의 기타 솔로잉 이후 전개되어 나가는 클라이막스까지의 구성은 박수를 쳐도 전혀 아깝지 않은 수준의 완성도를 들려주고 있다. 어서 이 시국이 가라 앉아 이들의 공연을 보러 갈 수 있기를!


스미카(sumika) ‘絶叫セレナーデ’

전작인 < Harmonize e.p >에서도 느꼈지만, 자신들에 대한 변화욕구가 굉장히 크구나 싶다. 혼 세션의 비중을 높인 이번 신곡 역시 밴드의 본래 이미지를 넘어 보다 다양한 음악을 구사하는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규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한가득 담겨 있다. 도쿄스카파라다이스오케스타라나 한참 선배인 사잔 올 스타즈가 느껴지는 듯한 경쾌한 넘버이며, 관객의 떼창을 유도하는 후렴의 포인트 소절까지 잘 어우러져 공연장을 달구기에 손색이 없는 노래다. 2집 이후 여러 긍정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는 정규 3집은 과연 어떤 결과물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입장.


펄 센터(PEARL CENTER) X 에이미(AAAMYYY) ‘ハイウェイ’

우리나라를 찾기도 했던 파에리야즈(PAELLAS)의 해체 후, 보컬 매튼(MATTON)을 중심으로 결성된 팀 펄 센터의 최신 싱글로, 템팔레이의 에이미가 힘을 보태 지금 세대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이전과 달리 밴드 편성이 아닌 만큼 보다 일렉트로니카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공간감 있는 사운드 메이킹으로 몽환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에이미의 참여를 통해 같은 정서를 다르게 표현하는 두 아티스트간의 온도차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 과거와 단절된 현재의 음악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 노래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오모리 세이코(大森 靖子) ‘シンガーソングライター’

‘공감이야말로 사소한 감정을 무시하고 죽인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감정과 정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그의 신곡.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이들을 모아 팀으로 만들어 프로듀싱했던 아이돌 그룹 조크(ZOC)의 활동 종료 선언 후 선보이는 첫 싱글로, ‘마이너리티’에 대한 그의 소신이 강하게 담겨 있다.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보컬은 파워풀한 록 사운드와 맞물려 특유의 로(Raw)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으며, 처음엔 가볍게 듣더라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다시 한 번 그 메시지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노래기도 하다. 확실히 범인(凡人)은 아니여.


[ALBUM]

요루시카(ヨルシカ)  < 盜作(도작) >

자신들의 강점인 명확한 스토리성과 다양한 장르를 활용한 결합실험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가는 중인 2인조 듀오의 어느덧 3번째 정규작. 이번엔 ‘도작’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서 수록곡들을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 전작과의 차이점.


래그타임을 끌어들여 이전과의 음악과 한 발 떨어진 시점에서 자신들을 조망하는 듯한 ‘春ひさぎ’, 내가 알던 그가 맞는가 싶을 정도의 무거운 중저음이 가슴을 탁하고 치는 ‘昼鳶’, 우리들이 듣는 음악은 모두 과거에 있던 것의 표절일 뿐, 결국 그것이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듣는 이가 생각하기 나름이다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날리는 ‘盜作’ 등 이야기를 음악으로 구현하는 그 역량이 여전히 날카로움을 알 수 있는 작품으로 자리한다. 다만 이전처럼 명확한 킬링트랙이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케이주(KEIJU) < T.A.T.O >

현 시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힙합 크루 중 한 팀인 캔디타운(KANDYTOWN)의 멤버이자, 토후비츠나 오부쿠로 나리아키, 리리, 에이위치 등의 작품에 참여하며 인상 깊은 벌스를 들려줬던 그가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정규작. 리얼세션을 기반으로 한 묵직한 그루브와 레트로한 오르간 사운드, 그만의 느낌을 한껏 살린 싱잉-랩까지 가세한 ‘Blonde’는 일종의 기선제압이자 선전포고처럼 들린다. 더불어 이 곡에서 들려주는 공격적인 사운드 메이킹은 앨범을 받쳐주는 가장 중요한 축으로 작용.


타격감 있는 비트를 전면에 부각시켜 래핑에 더욱 힘을 실어내는 ‘Hold You Down’, 스탠다드한 트랩에 키보드와 신시사이저를 통한 서정성을 더한 ‘Play Fast’, 하이피치 샘플링을 일컫는 칩멍크 작법을 사용해 생동감과 현장감을 담아낸 ‘Bound For Glory’와 같은 노래들은 굳이 힙합 마니아가 아닌 대중들이 듣더라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는 완성도를 구현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퍼포먼스의 장점을 이에 어울리는 음악들로 잘 매칭한, 올해 일본 힙한 신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한 장.


무카이 타이치(向井 太一) < Supplement >

어느덧 네번째 EP가 되는 그의 신작은 반주와 보컬의 어울림을 고려함으로서 선율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인상이다. 현악세션의 웅장함이 큰 임팩트를 주는 ‘僕のままで’, 발랄한 키보드 터치와 리듬감 있는 보컬이 좋은 합을 보이는 ‘Comin’ up’ 등 보편적인 팝으로 그 조타수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어 트렌디한 사운드와 대중성을 동시에 쫓는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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