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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10. 2020

[20-08-02] 주간제이팝

요네즈 켄시, 플라워플라워, 럭키 테잎스, 즛토마요 등

[SINGLE]

리틀 글리 몬스터(Little Glee Monster) ‘足跡’

1932년부터 매년 개최되어온 전통의 대회 < NHK 전국학교음악콩쿨 > 중학교 부 과제곡으로서 선보이는 싱글이다. 아쉽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중단을 선언했지만, 내년 재개 시 이 노래를 경연으로서 사용하기로 한 상태. 합창 경연곡이라는 확실한 콘셉트가 있는 만큼 가스펠이 떠오를 풍성한 코러스가 곡을 감싸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전형적인 제이팝 발라드에 블랙뮤직의 뉘앙스를 살짝 흘려보낸 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다. 이런 슬로우 템포일수록 멤버들의 가창력과 표현력이 더 부각되는 듯, 본인들의 장점을 잘 살려낸 트랙.


럭키 테잎스(LUCKY TAPES) ‘BLUE feat.kojikoji’

피처링을 보자마자 “에이 이건 사기네~” 싶은 조합. 최근 여러 곳에서 피처링 섭외가 줄을 잇는 음색 깡패 코지코지의 멜랑콜리한 음색과, 부드럽다 못해 실키한 다카하시 카이의 하모니는 역시나 최강. 랩과 노래를 오가는 보컬 프로듀싱, 키보드를 중심으로 형성해 나가는 한밤중의 무드가 한데 어우러져 이보다 더할 수 없는 로맨스를 선사한다. 꾸준히 좋은 시티팝 리바이벌을 들려주는 밴드의, 성공적인 확장을 엿볼 수 있을 것.


에일(eill) ‘Night D’

뉴웨이브가 떠오르는 레트로한 신스팝 기조의 음악이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을 향한다. 선 굵은 신스 리프와 알앤비 기조의 보컬, 공백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포인트를 짚어내는 선율과 코러스. 후반부로 갈수록 가빠지는 숨소리처럼, 빨라지는 심장 박동처럼 피치를 올리는 구성 또한 백미. 케이팝을 동경해 가수를 지망한 그는, 이처럼 제이팝을 기반으로 팝과 케이팝의 경향을 마구 섞어내 자신만의 무국적 음악을 지향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플라워 플라워(FLOWER FLOWER) ‘はなうた’

밴드로서도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유이가 참 반갑다. 올해 발매한 앨범 < ターゲット >의 만듦새가 꽤 좋아서 놀랬는데, 이 노래 역시 그 기세를 이어가는 찰랑찰랑한 컨트리 기조의 기분 좋은 팝록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구가중인 모찌고리 박진영이 ‘공기반 소리반’이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는데, 이 노래에서의 유이가 그렇다. 보다 숨소리를 섞어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 멤버들과도 꽤 오래한 만큼 든든히, 흔들림 없이 그를 보좌해주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도 이 싱글의 성과.


마키 비치 클럽(MARQUEE BEACH CLUB) ‘you’

2016년 데뷔앨범을 내놓은 후 홀연히 사라졌다가 올해 다시금 활동을 재개한 밴드의 신곡. 강한 신스 터치와 시종일관 거칠게 몰아붙이는 사운드 메이킹이 범상치 않게 다가온다. 남/여의 트윈보컬의 밸런스 역시 뛰어나며, 노래가 끝날때까지 점점 살을 붙여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듯한 구성 역시 일품. 러닝타임에 걸쳐 평범함을 거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만큼, 이 곡을 들으면 이들의 다른 노래에도 자연스럽게 손이 갈 것이라 생각한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작품.


[ALBUM]

요네즈 켄시(米津 玄師) < STRAY SHEEP >

일본 대중음악 신을 그야말로 씹어먹고 있는 그의 기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절정을 맞이할 기세다. 상당부분 스트리밍으로 체질개선이 된 상태긴 하지만, 이미 3일만의 피지컬 판매량으로 연간 판매량 1위를 차지할 정도라면 확실히 그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톱스타가 아닌가 싶다. 이번 작품은 점차 < YANKEE >를 통해 리얼세션에 대한 갈증을 해갈한 후, 이를 점차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내는 과정에서 탄생시킨 ‘요네즈 켄시 스타일’의 완성형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유의 치밀한 비트의 배열과 스피디한 워딩에서 비롯되는 선율감 폭발의 ‘カムパネラる’, 혼 세션을 통해 보다 스케일 큰 팝 스타일을 구현한 ‘感電’ 등이 기존 자신의 스타일을 확장한 버전이라면, 래드윔프스의 노다 요지로를 초대해 이색적인 신스팝 세계를 펼쳐보이는 ‘PLACEBO’나 보다 직관적인 펑크 뮤직을 지향하는 ‘TEENAGE RIOT’은 다른 방향으로 향해가는 또다른 음악자아를 엿보게 한다. 여기에 메가 히트곡인 ‘Lemon’과 스다 마사키가 불러 이미 유명해진 ‘まちがいさがし’와 올림픽을 겨냥해 선보였던 ‘パプリカ’의 셀프커버까지. 지금 기세에 걸맞은 결과물을 통해 부담과 압박을 초월한 그의 만개한 음악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당분간,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아티스트조차 없으리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통산 다섯번째 정규작.


배드 합(BAD HOP) < BAD HOP WORLD >

현 시점에서 캔디타운(KANDYTOWN)과 함께 가장 주목받고 있는 힙합 크루 배드 합.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은 멤버들이 그간 겪어온 경험과 지금에 처한 상황에 대한 여러 소회와 감상, 자기 주장과 철학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작품이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8명의 래퍼가 16트랙이라는 방대한 러닝타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며, 무언의 경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곡마다 뛰어난 랩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어 ‘랩’ 자체에 집중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하지 않나 싶다. 더불어 개개인의 개성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일관성을 유지해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프로듀싱 또한 칭찬해 마지 않는 부분. 지금의 힙합 트렌드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흥미를 느낄만한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작품으로, 2020년 일본의 힙합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앨범이기도.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 朗らかな皮膚とて不服 >

화려함과 박진감이 어느때보다 강조된 듯한 첫 곡 ‘低血ボトル’부터 우리가 듣고 싶었던 아티스트의 그 중핵을 가리키고 있다. 펑키한 기타리프와 웅장한 현악세션, 튀어오를 듯한 탄성의 베이스가 극강의 그루브를 그려내는 ‘お勉強しといてよ’, 디스코를 자신의 공식으로 재해석함과 동시에 후반부의 플룻이 이색적인 흐름을 그려나가는 ‘MILABO’는 블랙뮤직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켰다는 증거작들. 그런 음악적 변화 속에서도 꼿꼿이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여릴 듯 강하고 깨질 듯 깨지지 않는 아카네의 보컬일 것이다. 조금씩 외연을 넓혀나가면서도 자신의 매력을 지켜나갈 줄 아는 영리한 아티스트의 의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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